김 과장은 "그냥 맥주 달라고 하면 하이트보다는 카스를 줄 때가 많다"며 "회식이 아니라 간단히 맥주 한잔 할 경우에는 맥스나 아사히를 선택한다"고 말했다.
하이트의 인기가 예전보다 한풀 꺾인 틈을 타 카스의 공세가 거세다. OB맥주는 카스라이트 등 여성 '애주가'를 공략한 제품 등을 내세워 '맥주맛' 아성을 되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이트맥주도 1위자리를 수성하기 위해 맥스, 드라이피니시d를 무기로 방어에 여념이 없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하이트맥주와 OB맥주를 필두로 맥주시장 선두자리를 점하기 위한 각축전이 치열할 것으로 관측된다. '뜨는 별' OB맥주는 파상공세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지는 별' 하이트맥주는 진로와의 통합영업으로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기에 롯데그룹의 맥주사업 진출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시장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최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빠르면 연내 맥주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올해 소비자들의 깐깐해진 '맥주맛'을 책임질 곳은 어느 기업이 될지 주목된다.
◇삐걱대는 하이트, 진로 덕분에 힘낼까?
하이트, 맥스, 드라이피니시d의 '본가'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실적이 기대에 못 미쳐 실망감을 안겼다.
하이트맥주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0.5% 늘어난 1조223억원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3.8% 줄어든 1390억원에 그쳤다고 지난달 31일 밝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9% 줄어든 705억원으로 집계됐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자 주가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초 16만5000원대까지 오르던 주가는 6개월여 만에 10만원대 초반까지 밀렸다.
하이트맥주의 부진 탓에 모회사 하이트홀딩스 실적에도 제동이 걸렸다. 하이트홀딩스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5.4% 줄어든 222억원에 머물렀고 당기순손실도 378억원으로 적자를 유지했다. 매출액도 47.3% 줄어든 277억원을 기록했다.
하이트홀딩스 측은 "자회사의 실적악화와 이자비용 증가가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이트홀딩스 역시 지난해 주가가 하향 흐름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맥스와 신제품 드라이피니시d가 좋은 반응을 얻어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트' 브랜드 인지도가 약화됐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가 약화될 경우 침체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외국계 증권사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는 하이트맥주가 실적을 발표하기 전인 지난달 초 '브랜드 약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며 목표주가를 11만4000원으로 낮췄다.
메릴린치는 지속적인 시장점유율 하락이 브랜드 약화에 따른 것으로 올해 진로와 영업통합을 하더라도 당장 실적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한국투자증권은 원료비와 마케팅비 증가를 이유로 이달 초 목표주가를 13만1000원으로 13.2% 하향 조정했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출고기준 내수점유율이 지난해 4분 54.7%로 전분기 55%에 비해 하락했다"며 "아직 맥스, 드라이피니시d가 하이트 점유율 하락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진로와의 통합영업이 성공적으로 안착될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진로 인수비용 부담으로 투자여력이 약했던 하이트진로그룹이 그동안 OB맥주의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면 오는 25일 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을 계기로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빠른 속도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신제품의 힘이 더해진다면 턴어라운드 기틀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로와 하이트맥주가 합병한 후 5년간 기대했던 시너지가 오는 4월부터 본격화되면 판매량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용 KB투자증권 연구원도 "그동안에는 OB맥주의 브랜드 확장 전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며 "진로와 영업통합이 시장점유율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주가향방을 결정짓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관심을 주문했다.
◇맥주사업 뛰어드는 롯데, 경쟁에 불지펴
하이트맥주와 OB맥주가 불꽃 튀게 경쟁하는 시장을 두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후발주자로 맥주사업 진출포부를 다지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0년 아사히맥주 100만 케이스 판매달성 기념' 행사에서 "맥주사업은 그룹의 숙원 사업"이라며 "연내 반드시 맥주사업에 진출하겠다"고 공표했다.
롯데그룹은 일본 아사히맥주와 공통투자 해 롯데아사히주류를 설립하고 아사히맥주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해왔다. 지분은 롯데그룹이 85%, 일본 아사히맥주가 15%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현재 주류 제조면허를 갖고 있지 않아 아사히맥주가 보유한 기술로 중국에서 술을 병입해 수입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렇게 수입된 아사히맥주는 지난해 국내에서 연간 62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빠른 성장세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1, 2위 업체인 하이트맥주와 OB맥주에 비하면 매출 규모가 극히 적은데다 직접 제조도 불가능해 롯데그룹 입장에서는 자체 브랜드를 가진 맥주를 만들어 파는 게 '숙원'일 법도 하다.
신 회장의 의지대로라면 연내 맥주사업에 진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로부터 주류 제조먼허를 취득하기 위한 작업에 나서거나 기존 맥주업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시장 진출이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이 이야기했듯이 OB맥주가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이를 인수할 가능성도 있고 다른 하위업체에 눈을 돌릴 수도 있을 것"이라며 "두 선두업체와 마케팅, 영업경쟁을 할 수 있는 대기업이 맥주시장에 진출한다면 경쟁이 지금보다 훨씬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