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이라는 변수가 있기는 하나 공식 임기만료까지는 1년 남았다. 3년차의 최고경영자라면 으레 기업경영에 대한 욕심과 각오를 새로 다지기가 일쑤. 특히 정 회장으로선 이래저래 의욕이 넘치고 성과를 기대하는 2011년이 될 듯하다.
정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포스코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보다 2배 정도, 자산규모도 70%가량 증가하며 몸집을 키우는데 성공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을 계열사로 편입시켰고 사업영역도 주력분야인 철강에서 에너지·건설·정보기술 등으로 다양하게 넓혔다. 올 들어선 대한통운 인수에도 출사표를 낸 상황이다.
그러나 커진 몸집과는 별개로 정 회장으로선 지난해 ‘재계 5위’ 자리를 롯데에 내주고 6위로 밀려난 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아있다. 다음달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순위(자산규모)가 발표되는 터라 이미 ‘2011년 순위’가 나왔다고 봐야 하지만, ‘5위 복귀’가 정 회장에 주는 상징적인 의미 만큼은 분명히 크다. 포스코의 온전한(?) ‘5위 복귀’ 가능할까.
◆‘정준양 시스템’ 가동…체질개선+자원확보
‘5위 복귀’에 대한 기대감과 걸맞게 일단 2011년의 포스코 호는 ‘정준양식 시스템’을 속속 갖춰가고 있다.
일단 지난달 25일 인사를 통해 현재의 정준양 회장-최종태 사장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 박한용 부사장과 오창관 부사장을 추가해 4인 대표체제로 전환됐다. 박 부사장과 오 부사장은 최 사장과 함께 정 회장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인물로, 임기만료를 앞둔 정 회장이 마지막 성과를 일궈내기 위한 ‘우군’을 끌어들인 조치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갖춘 조직을 토대로는 정 회장의 체질개선 노력과 공격경영 행보가 바로 뒤따랐다.
우선 포스코의 체질개선을 위해 정 회장은 원가절감과 품질경영을 맥락으로 잡았다. 지난 2월25일 열린 주주총회를 통해 그는 "어떠한 환경에서도 수익창출을 위해 철강 경쟁력 확보와 생산현장, 사무부문에서 극한의 원가절감 노력을 추진하겠다"며 원가절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 내부 원가절감 금액을 당초 2조원에서 2조4000억원으로 늘리고,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자산운용사로 보내 회사 사정을 설명하는 등 포스코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앞서 같은 달 8일에도 그는 계열사별 중장기 품질경영전략 수립 결과를 보고받고 나서 “계열사별로 객관적 조사를 바탕으로 한 고객만족도 지수를 관리하라”며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 임원회의에서 “품질이 좋거나 가격이 낮으면 경쟁력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품질도 좋고 가격도 낮아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 것에 이은 후속발언인 셈이다.
내부 체질개선책과 함께 정 회장은 외형적으로 해외 자원확보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월말 카메룬, DR콩고, 짐바브웨, 에티오피아 등의 아프리카 4개국을 방문해 각국 정상 및 관계 장관, 글로벌 파트너사들을 만나 자원확보와 현지진출에 대한 협력을 추진한 게 대표적이다.
이 기간 동안 정 회장은 △카메론의 음발람 철광산 공동 개발 △DR콩고의 자원과 인프라를 연계한 패키지 사업 △짐바브웨의 크롬․석탄 개발사업 등을 약속받는 성과를 이끌어냈다.
◆대한통운 출사표…물류비 'down' 시너지 'up'
‘재계 5위’에 걸맞는 몸집불리기에 대한 정 회장의 의지는 대한통운 인수전으로 옮겨가고 있다. 대한통운 인수는 올 들어 포스코가 추진하는 사업 중 가장 핵심이 되는 인수합병(M&A) 건인 동시에, 올 상반기 들어 포스코를 둘러싼 재계의 최대 관심사중 하나다
이미 정 회장은 올 초 CEO포럼에서 “전세계 어떤 철강업체든지 물류사업에 관심이 있다"며 대한통운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현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4일, 대한통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하고 이를 공식화했다.
사실 포스코는 과거 다른 기업 인수전에 뛰어들고도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했던 아픈 'M&A 과거'가 있다. 지난 2008년 GS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에 참여했다 GS가 돌연 인수를 포기하는 바람에 컨소시엄이 무너져 한화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내줘야했고, 앞선 2004년에도 현대의 고로 사업 진출을 막겠다며 한보철강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INI스틸-현대하이스코 컨소시엄에 밀려 쓴잔을 마셨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번 대한통운 인수전 만큼은 다른 인수후보기업인 롯데와 CJ에 비해 포스코의 인수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의견들이 많다.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을 단독으로 입찰하면서 M&A 거물로 자리를 꿰찬 데다, 업종 특성상 물류사업에 관심이 높고 경쟁사의 사업 확장에 따른 신성장 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 여기에 지난해에 이어 올 들어서도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 회장의 대한통운 인수의지가 강하다는 점 등이 복합작용한 결과다.
만약 포스코가 대한통운 인수에 성공한다면 철광석 수입 등 연 매출의 10% 정도 되는 물류비를 절감하는 기대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대한통운 인수 추진에 우려를 표하는 분석들도 있다. 철강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포스코와 계열사의 사정상, 육상운송과 해상운송에 비해 소화물 위주의 택배사업이 시너지를 낼 부분이 별로 없다는 의견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지난해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하는 데에만 3조3000억원을 들인 탓에 상대적으로 부채비율이 높아진 상황에서 실탄에 대한 부담이 높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가설도 나온다.
정준양(오른쪽) 회장이 지난 연말 열린 전경련 정례회의에 앞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과 나란히 서서 얘기하고 있다.
◆‘비전2020’로 푼다…매출 200조 꿈이 아니다
적지 않은 리스크가 뒤따르는 대한통운 인수전임에도 정준양 회장이 끄떡하지 않은 이유는 그가 제시한 ‘비전2020’에 대한 실현을 자신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올초 신년사에서 올해를 ‘비전 2020’을 향한 10년을 경주하는 첫 해”로 규정하고 ‘2020년까지 연결매출 20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비전2020'에 따르면 포스코는 사업범위가 철강과 비철강, 전통과 미래산업, 제조와 서비스산업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미래형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재편되면서 2020년 자연스레 ‘연결매출 200조원’에 돌파한다. 철강분야를 중심으로 한 핵심사업에 120조원, E&C 에너지 화학 등 성장사업에 60조원, 녹색성장 및 해양사업 등 신수종사업에 20조원의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다.
이번 대한통운 인수 역시 이같은 ‘비전 2020’의 포트폴리오 안에 자연스레 들어가는 사업영역인 동시에,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를 누리는 데 있어 ‘윤활유’ 역할을 대한통운이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정 회장이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궁변통구(窮變通久)’.
신년사 행사 때 정 회장이 올해의 신년휘호로 쓴 글귀다. 이는 주역에 나오는 말로 궁하면 변하게 되고 변하게 되면 두루두루 통해서 오래간다는 뜻이다.
지난해 정 회장은 포스코 창사 이래 최대 기업인수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와 해외 첫 고로 일관제철소를 인도네시아에서 착공해 회사의 오랜 숙원을 이뤄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현대제철의 고로 일관제철소 가동 등 경쟁사의 저항으로 대형 고객의 이탈 현상이 가속화됐고, 해외에서는 원자재 가격 급등 및 생산설비 확대를 위해 추진한 인도 제철소 사업 지연 등의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따라서 '비전 2020'을 발표하면서 ‘궁변통구’를 거론한 것이 정 회장으로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항구적인 경쟁 우위를 갖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행동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