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국내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카드대란 이후 같은 해 9월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됐던 국민카드가 예전의 위용을 되찾으며 업계 판도를 바꾸어 놓을지 금융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드대란 이전 '빅맨'이라는 마스코트와 함께 시장점유율 1위를 달렸던 국민카드가 7년6개월 만에 '빅맨' 대신 '별'과 'KB'라는 새로운 로고와 이름을 달고 서울 종로구 내수동 옛 국민카드 자리로 돌아왔다.
KB국민카드(국민은행 카드사업부문)는 지난해 말 기준 자산 12조4000억원, 카드 이용실적 65조원, 가맹점 수 211만여개, 시장점유율 14.6%로 신한카드에 이어 업계 2위 자리를 지키며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은 위상을 보이고 있다.
◆'국민' 브랜드 앞세운 KB
국민은행에 합병 당시 국민카드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당시 국민은행의 국민카드 합병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기피한 결정이었다. 카드대란 여파로 국민카드가 발행한 12조원 규모 카드채와 기업어음(CP)은 거래가 되지 않아 자금줄이 막히게 됐다. 별다른 자금조달 방법이 없는 카드사 입장에서 사실상 유일한 자금줄이 막힌 상태였으니 그 처리를 모회사인 국민은행이 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국민은행이 흡수합병 하면서 채권은 국민은행 회사채로 바뀌게 됐고, 국민카드는 회생될 수 있었다.
이런 전과(?)와 카드대란 여파는 카드부문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게 됐다. 또 의사결정 속도도 떨어지면서 카드 고유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지 못해 시장점유율을 계속 떨어졌다.
카드시장이 다시 호전되면서 은행 수익성에 카드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카드분사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게 됐고, 결국 어윤대 회장이 취임하면서 분사를 하게 됐다.
KB국민카드는 KB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소유한 자회사로 자본금은 4600억원이며, 자기자본 24000억원, 자산 12조4000억원, 직원수 1300여명이다.
본부조직은 경영관리본부, 마케팅본부, 개인사업본부, 법인/신사업본부, 리스크관리본부, 업무지원본부 등 6본부 27부 1실로 구성했고, 영업점은 서울, 부산, 광주 등 전국 주요도시에 25개를 개설했다.
초대 사장에는 최기의 KB금융지주 카드사설립기획단장이 취임했다. 최기의 사장은 경영학 박사로 국민은행에서 행원으로 시작해 영업, 인사, 여신, 전략을 두루 거친 이론과 실무에 정통한 전문 금융인이다.
KB금융그룹이 출범한 후 자회사의 이름은 모두 'KB'로 통일됐다. 하지만 카드사 분사에는 '국민'이라는 이름이 살았다. 은행 내에 있을 때에도 'KB카드'로 불렸으나 분사하면서는 KB와 국민이 함께 사용된 것.
이는 '국민'이라는 브랜드를 살리기 위한 조치다. KB금융이 지난해 실시한 컨설팅에서 은행과 카드 고객 모두 '국민'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친밀도가 높다고 나왔다. 이에 따라 그동안 버려졌던 '국민' 브랜드를 되살리기로 정하고 그 첫번째 적용을 KB국민카드에 하게 된 것이다.
◆KB국민카드에 쏠린 눈, 과다경쟁 우려도
KB국민카드의 시장점유율은 업계 1위인 신한카드(24%)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2위권 다툼을 하고 있는 현대카드, 삼성카드(각각 11% 수준)에 비해서는 앞서고 있다. 당분간 치열한 2위 다툼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펼쳐질 KB국민카드의 영업전략을 주시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은행에 속해 있는 동안 공격적인 영업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분사한 KB국민카드가 앞으로 '공격성'을 드러낼 경우 카드업계 판도를 바꿀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KB국민카드는 국민은행이라는 국내 최고의 네크워크망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그 파괴력은 과거 국민은행 카드사업부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도 "은행은 보수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조직이고 카드사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야 하는 조직"이라며 "분사된 KB국민카드는 의사결정이 빨라져 기존과는 다른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KB국민카드가 촉발할 경쟁은 카드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카드사 간 과다경쟁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KB국민카드가 '1등 카드사'를 목표로 내세운 만큼 신한카드와 경쟁하기 위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이에 맞서 신한, 삼성, 현대 등 기존 카드사들도 대응 마케팅을 펼치면서 자칫 과열경쟁 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KB금융그룹 측은 무리한 영업은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어윤대 회장은 KB국민카드 출범식에서 "KB국민카드는 구태의연한 밀어내기식 영업이 아닌 세련되고 혁신적인 마케팅 기법으로 신시장 흐름을 창조해 나가야 한다"며 "이에 걸맞은 리스크 관리에도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국민카드가 어떤 영업전략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
KB국민카드 연혁
1980년 9월 국민은행 신용카드사업 개시
1987년 9월 국민신용카드 설립
1998년 12월 장은신용카드 합병
2003년 9월 국민은행에 흡수합병
2011년 3월 KB국민카드 설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