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요즘, 시계를 거꾸로 돌린 듯 아날로그적인 면모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첨단 디지털기기도 마찬가지다. 아날로그 감성을 덧댄 디지털기기들은 소비자의 마음을 돌려놓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섭 날카로운 연구소 소장은 "디지털 시대로 가게 되면서 모든 것이 획일화되자 사람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낼 방안으로 아날로그적 요소를 찾는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아날로그 경쟁력을 "인간의 본질적인 감성과 행태를 제품에 반영하는 역량"이라고 정의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품 기획·개발 단계에서부터 실제 제품을 생산하는 단계까지 아날로그를 반영하는 것이다.
◆올림푸스,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시장 재편
올림푸스가 2009년 출시한 올림푸스의 펜(PEN)시리즈는 아날로그를 덧입힌 디지털기기가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끄는지를 잘 보여준다. 2000년 올림푸스가 국내에 콤팩트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할 당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디자인과 기능 면에서 캐논, 소니 등의 카메라와 별다른 차이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펜 시리즈를 출시하고서는 사정이 달라졌다. 소비자의 사랑을 받지 못하던 올림푸스는 이제는 '페니아'(Pen과 Mania의 합성어)라는 마니아층까지 이끌게 됐다.
올림푸스펜이 마니아층까지 형성시킨 데에는 아날로그적 디자인의 힘이 컸다. 올림푸스펜은 금속소재의 보디와 가죽 패치를 사용함으로써 1959년도에 생산된 아날로그 카메라의 디자인을 제연시켰다. DSRL에 버금가는 디지털 요소를 갖추었지만 다른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아날로그 감성을 더한 것이다.
다카하시 준 올림푸스 디자인센터 그룹장은 "올림푸스펜을 만들 당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손의 감촉이었다"며 "낡은 아날로그 카메라를 들었을 때 느껴지는 금속 느낌이라든지, 다이얼을 돌릴 때의 느낌과 소리처럼 그런 좋은 느낌이 올림푸스펜에서도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데 주력했다"고 말했다.
올림푸스 페니아들은 최근 올림푸스 사용자들의 경험담을 담은 '올림푸스펜 감성 메뉴얼북'을 자발적으로 내기도 했다.
◆기능과 사용방식은 사용자 중심
아날로그 방식의 또 다른 특징은 사용자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는 것이다. 디지털 방식이 기술중심이었다면 아날로그 방식은 인간중심이기 때문이다. 사용자가 기기를 어떻게 사용해야할 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기존 아날로그 방식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아마존 킨들이나 아이패드, 갤럭시탭과 같은 기기들은 전자책을 볼때 책장을 넘기는 것과 같이 화면을 스치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구현되는 화면도 실제 책장을 넘기는 것과 같은 이미지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러한 사용자 기반 조작(User Interface)이 제품과 아날로그 역량이 필요한 대표적 분야로 꼽고 있다. 사용자의 접점에서 인간의 감성과 행태를 가장 예민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어떻게 사용할지 사용자가 고민하지 않고 기기를 다루도록 진화시킨다. 앞으로는 터치 방식 이후 음성이나, 동작 인식으로 진화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이를 실현한 것이 닌텐도위(Wii)다. 닌텐도위는 동작인식 게임으로 각광받고 있다. 권투게임에서는 실제 권투하는 동작을 취하는 것으로, 테니스를 칠 때는 게임스틱을 테니스라켓을 쥐듯 게임을 즐기면 된다. 이때 사용자는 테니스공이 라켓에 맞는 묵직한 느낌과 진동으로 실제 테니스를 하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모호하게 하는 것이 닌텐도 게임의 핵심이다.
김용섭 소장은 "앞으로 나오는 디지털기기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경계가 모호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용자 경험을 반영하는 인간적인 인터넷
'시멘틱 검색'은 사용자들의 경험을 토대로 검색해 필요한 자료에 근접한 검색결과를 내도록 돕는다. 국내에서는 네이트(Nate)에 이어 온라인쇼핑몰 '11번가'도 지난 4월부터 시멘틱 검색을 도입했다.
쇼핑몰의 시맨틱 검색은 소비자의 쇼핑의도를 파악한 후 그에 적합한 쇼핑관련 정보를 주제별로 분류해 제공한다. 소비자가 구입하려는 상품을 빠른 시간 내 손쉽게 찾도록 하는 것이다. 기존의 검색에서는 청바지를 살 때 '청바지' 검색어를 입력한 후 치수와 색상, 리뷰를 찾아 상품정보를 봐야했다. 시멘틱 검색으로 청바지를 살때는 검색어 입력 후 세부 항목이 자동 나열된다. 치수, 생상, 종류를 카테고리화 한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역시 인간적인 감정을 담는다. 페이스북에서 친구로 맺은 사람의 글에 '좋아요'를 클릭하면 그 글의 링크를 가져올 수 있고 내 친구들에게도 그 글이 링크되는 효과가 있다.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사용자의 선호를 얻은 정보가 엄선되는 것이다.
지난 5월부터 페이스북은 좋아요 기능을 전자상거래에 본격 도입했다. 아마존닷컴과 제휴를 통해 상거래 기능을 부각했다. 댄 로즈 페이스북 전 부회장은 아마존닷컴과 제휴할 당시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구매를 하기 전에 그들의 친구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살 때처럼 대화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