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는 소맥산맥 줄기에 묻힌 두메산골에서 시작된다. 마을의 남자들은 국군과 빨치산의 틈바구니에서 희생되거나 길을 떠나 마을은 노망난 김노인과 아이들을 빼곤 여자들만 남은 졸지에 과부촌이 되었다.
국군이 서울을 탈환했지만 험준한 산악지대인 이 '과부마을'은 밤이면 빨치산들이 활개를 친다. 이 가운데 젊은 과부 점례의 부엌으로 부상당한 남자 규복이 숨어들고, 그녀는 규복을 마을 뒷산 대밭에 숨겨주다가 사랑이 싹트게 된다.
차범석의 희곡 <산불>은 한국 사실주의 연극의 최고봉으로 칭송받는 작품이다. 장엄한 대형 무대를 통해 실감나게 재현될 대숲과 산불, 그리고 그 안에서 펼쳐지는 인간 본성에 대한 치열한 탐구는 관객들에게 정통 연극의 밀도와 깊이를 보여주며, 명품 연극의 진수를 선사한다.
강부자, 조민기, 권복순, 장영남, 서은경 등 관록의 배우들이 갈등의 골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극의 현실감을 끌어올린다.
6월26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