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공중에서 우주전쟁을 관람하는 기분이랄까? 9월 3일 중국 베이징(北京) 국가수영경기장(水立方) 내에는 흥미로운 대형 스크린이 등장했다. ‘LG FPR(불섬식-깜빡임이 없는 방식) 3D(3차원)게임 페스티벌’에서 열린 FPR 3D 스타크래프트2 빅매치의 중계화면이었다.

삼성전자와 3D 대결을 벌이고 있는 LG전자의 이면에는 LG디스플레이의 힘이 숨겨져 있다. LG디스플레이는 기존의 셔터글라스(SG)방식을 포기하고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기존 3D 패널 개발업체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고 있다.

SG방식은 화면을 양쪽 눈에 영상을 번갈아 보여주는 반면, FPS방식은 양쪽 눈의 각도를 이용해 각각 다른 화면이 보이게끔 하는 3D 구현 방식이다. 안경에 카메라의 렌즈와 같은 장치가 있어야 하는 SG방식과 달리 FPS방식은 편광필름이 부착된 안경만 있으면 가능하다.


중국의 게임 팬들이 베이징 국가수영경기장 내에 마련된 ‘LG FPR 3D 게임 페스티벌’ 스타크래프트2의 이벤트 매치를 대형스크린을 통해 관람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관람객에게 편광안경이 무료로 제공됐다. 개당 10만원 남짓 하는 SG방식의 셔터안경을 쓰는 기업들은 할 수 없는 기획이었다. 행사 진행을 맡은 한 관계자는 “안경을 정말 가져가도 되느냐며 재차 묻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중국인들의 평가는 ‘새롭다’가 주류를 이뤘다. 선글라스(편광안경이 마치 가벼운 선글라스를 낀 듯 하다는 의미) 하나면 불섬식 기반의 3D 제품에 모두 통용된다는 점도 만족하는 듯했다.
 
현장에는 LG디스플레이의 이름을 찾기 어려웠다. 세트업체의 판매량 증가가 LG디스플레이의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에게 LG디스플레이를 노출하지 않았다. 대신 중국 내에서 인지도가 있는 LG 브랜드를 쓰게 됐다.

이날 행사에는 10개 세트업체가 참여했다. LG전자를 비롯해 스카이워스, 콩카, 하이센스, 하이얼, 창홍, TCL(티씨엘), 에이서, AOC(에이오씨), 레노버 등 중국 토종기업과 글로벌 기업이다. TV, 모니터, 노트북 등을 제조하는 회사들이다.

현장에서 체험한 3D는 세트업체의 입맛에 맞게 조금씩 다르게 구현된 듯하다. 제품에 따라 입체감이 강조되기도 하고 완화된 것도 있었다. 입체감을 완화한 제품은 밋밋하긴 하지만 어지러움이 덜한 반면, 입체감을 강조한 제품은 금방 적응하기 어려웠다. 기존 2D 방식에 익숙한 대다수의 게임 유저라면 초기 적응 시간이 필요할 듯 했다. 특히 일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중에는 겹침 현상이 두드러져 게임 진행이 불편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중국 발판삼아 미국까지 진출

LG디스플레이가 중국 시장에서 SG방식을 버리고 FPR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이다. 이전까지 3D시장은 SG방식이 유일했다. 결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중국 내 3D시장에서 FPR 비중은 8월 중순 기준으로(8월 15일 주차, 중국시장조사전문기관 AVC 발표 자료 기준) 56%다. 진출 8개월 만에 중국 3D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이다.

LG디스플레이의 FPR 판매 호조에 힘입어 중국에서 팔리는 3D TV의 비중은 올해 초 100대중 1대 비율에서 현재 5대중 1대(20.4%)까지 파이가 커졌다.


중국의 ‘LG FPR 3D 게임 페스티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장재호(위메이드) 선수가 필름패턴평광안경을 쓴 채 경기에 몰두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FPR의 중국 시장 성공을 발판으로 글로벌 3D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하고 있다. TV사업본부장 한상범 부사장은 “FPR 3D 패널의 성공 요인은 소비자가 3D TV를 보다 친근하고 쉽고 편리하게 느끼게끔 한 것”이라며 “중국 시장에서의 여세를 몰아 북미 시장 등에서도 확실한 주도권 확보에 나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 FPR 3D 패널은 글로벌 출하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 4월말 100만대를 넘어선 데 이어 6월 말에는 250만대를 돌파했다.

자신감은 “연내 중국 내에서 SG방식의 3D TV를 퇴출시키겠다”는 권영수 사장의 발언에서 드러난다. 이튿날 현장 기자간담회에서 권 사장은 “내년 3D TV 시장이 35%까지 급팽창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FPR 방식의 TV 판매는 1000만대 이상으로 예상된다”며 “이 숫자는 곧 LG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삼성과의 3D 대결, 주도권 잡나
 
올 초부터 LG전자와 삼성전자는 3D TV의 우수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이 “SG 방식은 1세대 제품이고 FPR 방식이 2세대 3D”라는 발언을 하자,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1935년에 개발된 편광방식이 2세대라는 것은 넌센스다. 편광방식은 화질이 떨어진다”고 반박하며 판을 키웠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이 “3D TV 비교 시연회를 열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내자 윤 사장은 “일반인 보고 좋은 제품을 찍으라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다. 공인기관에서의 비교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설전이 오가고 반년이 지난 현재, 양사의 3D 우월성 논란은 삼성에서 LG쪽으로 무게추가 움직이는 듯 하다. 세계 시장에서 LG 3D TV 점유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첫번째 이유다.
 
시장조사업체 GFK와 NPD 등에 따르면 8월 기준 북미 시장에서 LG전자의 3D TV 점유율은 20%를 넘어서며 소니와 파나소닉을 따돌렸다. 아시아에서도 7월 기준 2위로 올라섰다. FPR 방식으로 선회하기 직전의 점유율에 비하면 4배가량의 성장세다. 여전히 삼성전자의 독주체제(미국 54%, 유럽 48%, 아시아 47% 등)가 이어지고 있지만 LG전자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10월2일 미국 유력 IT 전문지 PC월드의 선정결과도 삼성전자 측에서는 껄끄럽다. 이 매체는 ‘올해 최고 3D TV 5선’에서 1위와 3위에 LG전자의 47인치와 50인치 시네마 3D TV를, 2위에 삼성전자의 46인치 3D TV를 선정했다. 시장점유율이나 명성으로 봤을 때 삼성전자의 2위는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다.
 
SG에서 FPR로 3D의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또 하나의 신호는 삼성전자의 움직임이다. 9월 말 삼성전자가 LG전자의 FPR 방식의 3D TV용 필름을 개발하고 있다는 보도가 이슈가 됐다. 삼성전자의 주요 협력업체인 동우화인켐이 LG의 3D 구현의 핵심요소인 FPR 필름을 개발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동안 LG화학이 독점적으로 생산하던 필름이었다.
 
삼성전자는 여전히 셔터글라스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FPR로 방향을 선회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만약 삼성전자가 FPR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동안의 발언이 족쇄가 될 가능성이 높다. FPR 방식을 ‘저급한 기술’이라고 폄하했던 삼성전자에게 FPR 전환은 ‘구시대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이 되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비즈니스 현황

→LG디스플레이는 난징법인, 광저우법인, 연태법인 등 총 3개의 모듈 생산 공장을 운영 중이다. 난징은 모니터, 노트북 등 IT 제품 중심, 광저우는 TV 중심, 연태는 모바일 중심으로 운영 중이며 2만 여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또 중국 고객사들과 쑤저우, 샤먼, 푸칭 등에 합작사를 설립해 모니터, TV 등 세트 완제품을 생산, 유수의 기업에 공급하고 있다.

■추일성 LG디스플레이 대외협력담당



“실감나는 게임을 즐기게 됐습니다.”

‘LG FPR 3D게임 페스티벌’에서 만난 추일성 LG디스플레이 대외협력담당은 중국 내 폭발적인 반응에 고무된 표정이다. 중국 내에서 3D를 적용한 게임이 있기는 하지만 FPR 방식을 처음 접한 소비자들의 호응도가 기대 이상이기 때문이다.

“닌자나 좀비가 등장하는 게임을 해보면 섬짓해요. 게임을 체험해 본 소비자들이 대단한 발명품이라고 손을 치켜들 정도예요.”

수영 강국 중국의 자존심이라고 하는 쉐이리팡(水立方)에서 대규모 행사를 가진 것도 특기할 만하다. 검색대 2곳과 검표소 2곳을 거쳐야 입장이 가능할 만큼 중국인의 자존심과 위상을 보여주는 곳이다. 게다가 이곳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사상 처음으로 금메달을 딴 역사적인 장소다.

“중국인의 자존심과 같은 장소에 이런 대규모 행사를 갖는 것에 대해 중국인이 놀라합니다. 새로운 기술을 빨리 습득하려는 중국인의 습성과 미래지향적인 FPR 3D 패널을 매치시키기에 최적의 장소죠. 중국을 발판삼아 전 세계 시장을 압도할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