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기차 안. 두살 남짓한 아이가 목청껏 울고 있다. 안절부절 못하던 아빠는 아이에게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여주지만 자꾸 끊기는 영상에 울음소리는 커지기만 한다. 이때 옆자리 승객의 휴대폰에서는 끊김 없는 동영상이 재생되고 강단 있는 성우의 목소리가 화면을 뒤덮는다. "4G시대, 속도가 능력."
휴대폰 사용자라면 대부분 어떤 광고인지 눈치챘을 것이다. 통신3사에서 앞다퉈 내보내고 있는 4세대 이동통신 LTE(롱텀에볼루션) 광고다. 한두달 전만 해도 생소했던 'LTE'이라는 단어를 대세로 만든 그런 광고다.
제살 깎아먹기를 마다하지 않는 통신사 마케팅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낯선 알파벳까지 내 손의 손금마냥 각인시킬 각오로 덤벼드는 데는 LTE 서비스의 이익창출력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는 분석이다. 매출이나 가입자 측면에서 LTE가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암탉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런 기대감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역시 주식시장이다. LTE 관련 투자를 가장 먼저 진행한 LG유플러스 주가는 지난 8월10일 4335원으로 저점을 찍은 뒤 두달여 만에 60% 이상 올랐다. SK텔레콤도 같은 기간 13만원에서 16만원으로 20% 올랐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과도한 낙관론이 확산되면서 경계의 목소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과연 LTE가 기대만큼의 '황금알'을 낳을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LTE 도입되면 매출도 는다?
최근 LTE 서비스에 대한 시장 기대는 크게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 급상승 ▲통신3사 간 구도 변화 ▲데이터 트래픽 문제 해결 등 세가지로 나뉜다.
먼저 LTE 서비스가 시작되면 ARPU가 2배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장 크다. 스마트폰이 그랬듯 LTE폰의 경우 데이터 서비스 이용이 많기 때문에 ARPU가 일반 휴대폰에 비해 월등하게 높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 스마트폰이 도입된 과정을 돌아볼 때 통신3사의 실제 ARPU가 오히려 2년 전 스마트폰 도입 초기보다 소폭 하락했다는 데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 도입 초기에는 높은 요금을 내고라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려는 초장기 가입자들이 많았지만 통신사가 고객확보 경쟁에 뛰어들면서 요금 할인폭이 늘어 ARPU가 초창기에 비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금까지의 스마트폰 사용자는 피처폰(일반 휴대폰)을 사용할 때보다 높은 요금제를 감수하는 가입자였을 가능성이 높지만 이제부터 스마트폰으로 이동하는 가입자는 본격적으로 ARPU를 깎아먹는 가입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동준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LTE 서비스가 도입된다고 해도 이런 요금할인 구조가 축소되지 않는다면 스마트폰 가입자가 늘더라도 오히려 ARPU는 하락하는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LTE 선두주자 LG유플러스 뜰까
LTE 서비스가 본격화되면 LG유플러스의 시장 지위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지금의 통신3사 경쟁 구도가 급변할 것이라는 전망에도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2007~2008년 휴대폰시장이 2G에서 3G로 전환할 때를 보면 3G 사업자인 KT·ST텔레콤과 2G 사업자인 LG유플러스 간 시장점유율 변동은 극히 미미했다. 오히려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2007년 1분기 17.5%에서 2008년 4분기 18.0%로 소폭 올랐다.
3G 서비스 경쟁에서도 가장 빨리 변화를 주도한 KT를 1년 뒤 적극 대응에 나선 SK텔레콤이 따라잡고 1위 사업자 지위를 차지했다.
휴대폰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가 통신사를 선택할 때는 단말기와 네트워크, 요금, 브랜드 등이 통합적으로 고려한다"며 "다른 통신사에 비해 속도가 조금 빠르다는 것 하나만으로 가입자를 대폭 늘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LTE 서비스가 데이터 트래픽 문제를 모두 해결하는 만능열쇠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지나친 낙관론이라는 지적이다.
4G LTE는 이론적으로 가입자 한명이 월평균 3GB의 데이터를 사용할 때 300만~400만명(20MHz 대역폭 기준)을 수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현재 3G 무제한 데이터 사용자의 월평균 사용량이 1.1GB에 달하고 LTE 속도가 3G의 5배 빠르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장기적으로 LTE 사용자의 월평균 사용량은 3GB를 웃돌 가능성이 높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현재 LTE 주파수 대역만으로는 2013년 상반기에 LTE 네트워크가 포화될 위험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통신3사가 LTE 마케팅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오히려 데이터 트래픽 폭증 문제를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LTE에서는 무제한 데이터가 제외돼 요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기존의 2G/3G 네트워크나 와이브로, 와이파이 네트워크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통신사가 차별화된 경쟁력을 나타낼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LTE 기대 접고 배당 노린다면 기대할 만
LTE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고 연말 배당을 생각한다면 통신주를 긍정적으로 볼 만하다. 특히 최근 증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에서 연말 배당은 어느 때보다 매력적인 투자 요소다.
또 유럽 재정위기가 다시 한번 악화될 경우 은행주 등은 금융당국의 규제에 배당자체가 줄어들 수 있지만 통신주는 상대적으로 배당에 자유롭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통신주 가운데서 가장 높은 배상성향을 보여 온 곳은 KT다. KT는 지난해 주당 2410원(시가배당률 5.0%)을 배당했다. 올해 KT 매출액은 큰 이변이 없는 한 지난해 매출을 초과하거나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매해 주당 9400원을 배당해오고 있고 LG유플러스는 올해 주당 300원대의 배당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