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금리가 기가 막혀.'
 
중소업체에서 일하는 직장인 조모 씨는 최근 마이너스통장의 만기연장 통보를 받고 분통을 터트렸다. 지난해만 해도 9%의 금리가 적용됐는데 1%포인트를 올려 10%의 이자를 내라는 것. 조씨는 "직장을 옮긴 것도 아니고 과거와 특별히 변동사항이 없는데 이율을 높인 것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이에 대한 은행측의 해명도 미덥지 않았다. 시장금리가 올랐고 신용심사 등도 강화됐다는 것. 하지만 조씨가 금융권 출신임을 밝히고 따져 묻자 "금리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최종 통보를 해왔다. 조씨는 "최근 가계대출 억제 영향으로 은행들이 일단 금리를 올리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는 것 같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최근 대출 금리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특히 신용대출 금리의 인상폭이 심각하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신용대출의 평균 금리는 지난 9월 말 7.06%로 지난해 말 5.81%에 비해 무려 1.25%포인트나 뛰어올랐다. 신용대출 금리가 7% 이상으로 치솟은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주택담보 대출의 이자 부담도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말 4.71%였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올 들어 0.52%포인트나 늘면서 지난 9월에는 5.23%까지 급상승했다. 만일 지난해 말 2억원의 주택담보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 부담이 104만원 더 늘어나는 셈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부채 상환 능력은 낮으면서 이자만 납부하고 있는 '부채상환능력 취약 대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러한 부채상환능력 취약 대출이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26.6%에 달하고 있다.
 

(일러스트=임종철)

한은은 이와 관련 "이자만 납입하고 있는 대출의 만기도래 시 원금 상환을 예외 없이 적용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일시에 늘어나면서 부실률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가계대출 금리 급등과 대출 억제 영향으로 가뜩이나 경기 침체로 어려운 서민 가정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 은행과 금융당국이 가계부채를 억제한다며 비용 등 부담요인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 대출억제 틈타 '의도적인 금리 인상' 의혹
 
최근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급등은 지난 6월 금융당국이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맞물려 있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은행의 대출 관련 담당자들은 근래 대출 금리 상승에 대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이에 연동되는 신용대출 금리도 많이 오른 것"이라며 의도적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는 일부분만 맞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9월까지 CD금리 상승폭은 0.78%포인트에 그쳤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거의 인상폭의 2배인 1.25%포인트나 올랐다.
 
코픽스(COFIX) 금리도 같은 기간 0.24(잔액기준), 0.37(신규기준) 올랐으나 이와 연동이 많은 주택담보 대출 금리는 0.52%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은행들이 가계대출 억제를 빌미로 조달금리 상승폭보다 훨씬 높은 금리 인상으로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시중은행 지점 관계자는 "당국이 가계 대출을 규제하라고 한 이후 굳이 대출자의 금리를 깎아줄 이유가 없어진 것이 주요인"이라고 털어놨다. 예전에는 가계대출을 유치하기 위해 은행들이 서로 금리경쟁을 하다 보니 대출소비자에게 유리한 금리가 형성됐는데, 근래에는 금리를 깎아줄 요인이 사라졌다는 것. 가계부채 규제 영향으로 은행들이 가계 대출 실적을 대부분 영업 평가에 반영하지 않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대출의 금리 추이와 비교해 봐도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가계대출 억제 정책 이후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에 힘을 쏟으면서 이들 기업 대출의 금리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 가계대출 금리가 지속적으로 올라온 지난 8~9월 대기업 대출의 금리는 0.21%포인트나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을 규제하자 은행들이 대기업 대출 금리를 깎아주면서 본 손실을 가계대출 금리를 올려 보전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고정금리 비중 확대 정책도 가계대출 금리 급등에 한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변동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고정금리를 은행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게 되면서 평균 금리가 올라간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계대출 금리 인상과 관련, 소비자보다 금융기관의 편의를 중시한 당국의 정책이 초래한 결과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금융당국이 진정으로 가계부채를 걱정했다면 가계부채 상환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올바른 정책일 것"이라며 "경기 침체 등으로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커지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가계대출 금리를 올리는 것이 아닌 낮출 수 있는 정책을 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고 금리를 올리는 정책으로 금융도 서민이 혜택을 볼 수 없는 양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TIP> 가계대출 부담 낮추려면 
 

가계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대출자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과연 한 푼이라도 대출 부담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김인응 우리은행 잠실투체어스센터장은 "은행들이 고정금리 상품을 확대하면서 일부 고정금리 상품의 금리가 낮아졌으므로 이러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눈여겨볼 것"을 조언했다.
 
통상 고정금리는 만기까지 금리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대신 변동금리보다 금리가 높은 편이다. 그러나 최근 일부 시중은행에서 5%대 고정금리 상품이 판매하면서 웬만한 변동금리 상품보다양호한 금리 경쟁력을 갖춘 상품들이 판매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단기적으로는 대출 금리가 현재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높지만, 장기적으로는 올라갈 수 있다"며 향후 본격적인 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만 단시간에 갚을 돈이라면 굳이 고정금리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신용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금리가 낮은 코픽스 신규잔액 기준 등 변동금리 대출을 활용하는 것이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한 금융기관마다 적용하는 이자가 다르기 때문에 금융기관별로 금리를 꼭 비교해보고 선택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