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사방이 숲으로 둘러싸여 있고 겉으로 보기엔 평화롭고 목가적인 코빙톤 우즈 마을, 그러나 마을주민들은 그들의 낙원을 둘러싸고 있는 숲 속에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마을사람들 사이에서 "입에 올려서는 안 될 그들"로 통하는 생명체의 존재 자체가 너무나 두렵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의 삶은 언제나 공포의 가위에 눌려있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숲의 그들'과 '마을의 그들' 사이에는 일종의 묵시적인 정전상태가 유지되고 있었던 것인데 언제부턴가 이 마을에 불길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마을 청년인 노아 퍼시가 정신질환을 앓자 루시우스 헌트가 마을 원로들의 강력한 경고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숲 너머의 이웃 마을에서 약을 구해올 목적으로 숲 속에 들어갔다가 공포에 짓눌려 포기하고 돌아온다. 허락 없이 마을을 벗어나려고 했던 루시우스는 그 후 마을 지도자인 에드워드 워커를 비롯하여 마을 원로들로부터 혹독한 질책을 받는다. 워커의 딸이자, 앞을 못 보는 장님 아이비는 루시우스의 정의로움과 용기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된다. 문제는 노아 퍼시도 아이비를 남몰래 짝사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편 루시우스 헌트가 숲에 들어갔다가 도망쳐 나온 다음부터 집집마다 현관에 붉게 칠해진 피가 발견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생가죽이 벗겨진 여우의 사체들도 곳곳에서 발견되고 가축들이 모두 죽은 채 발견되자 급기야 마을 주민들은 '숲의 그들'로부터 처음 겪는 공격적 위협으로부터 불안과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한다. 그런 와중에 루시우스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드는 범죄사건이 발생하자 아이비는 아버지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약을 구하러 이웃 마을에 갔다 오겠다고 주장한다."
장님 여주인공이 사랑의 힘으로 공포를 극복해가는 모습이 감동을 주는 영화라 할 수 있다. 이 영화의 전반부에서는 마을을 지배하는 공포, 그러나 실체는 확인되지 않는 공포가 인상적이었으며, 영화 끝 부분에서는 공포의 본질이 무엇인지, 공포가 왜 생겨났었는지를 알게 되고 여러 상념에 젖어들었었다.
◆이탈리아발 불분명한 공포
전날까지만 해도 괜찮던 시장 분위기에서 갑자기 11월10일 하루 만에 100포인트 가까운 폭락을 야기한 이탈리아의 공포에서도, 빌리지 영화의 공포처럼 마을에서, 즉 시장에서 말은 무성하지만 실제로는 불분명한 공포로서 공포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폭락의 원인으로는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7% 돌파하여서 디폴트 우려가 대두된 것이 공식적인 이유였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이 개장초 7% 돌파하고 장중 7.57%까지 올라갈 때 미국 재무부는 240억달러 규모의 10년물 국채 매각을 하였는데 안전자산을 찾는 자금이 밀물을 이루었다. 응찰률이 2009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2.64 대 1을 나타내고 금리가 지난 9월의 2.271% 에 비해 크게 떨어진 2.030 %로 더욱 싼 이자로 자금을 조달하였다.
유로존의 위기가 미 국채 발행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다음날 30년물 국채 130억달러어치 입찰에서도 2.85대1 경쟁률에 낙찰 금리는 3.310%를 기록하면서 2009년 2월에 기록한 3.540%의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였다.
지금까지 미 국채 발행하는 시기 직전에 시장 위기가 고조되어 미 재무부가 반사이익을 얻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왔다. 그러다보니 우연의 일치가 자주 나타나는 것인지, 인위적인 힘이 작용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다.
이탈리아의 공포를 불분명하다고 보는 이유는 이탈리아의 펀더멘탈은 그리스보다 훨씬 나으며 부채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디폴트로 갈 가능성이 큰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비유를 들자면, 한국에서 부채비율 높은 중소기업의 위험이 클 때 그보다 부채비율이 더 높더라도, 영업력은 괜찮은 상태에서 중요한 사업을 영위하는 초대형 기업은 생존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다.
기업이 망하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클 때에는 채권단과 정부에서는 망하지 않는 방향으로 액션을 취하면서, 기업에서는 강력한 구조조정과 자구 노력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결국은 정상화된다. 과거에 LG카드, 현대건설, 하이닉스 등도 다 그러했다. LG카드와 현대건설이 부도 위기에 몰려서 채권이 헐값으로 떨어졌을 때 매수하여 큰 수익 낸 사례들도 있다.
이탈리아의 경제규모는 유로존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은 3위로서 채무불이행 사태가 발생하면 파장이 심각하고 해결이 힘들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실제로 그렇게 되기는 힘들다고 볼 수도 있다. 강력한 대책의 마련과 이행 과정이 따르리라고 기대되는 것이다. 유로존 차원에서 지원을 하면서라도 문제가 확대되지 않게끔 노력하면서 이탈리아에서는 공공부채를 축소해가고 재정적자를 해소해가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정말 위기일까
이탈리아 위기의 핵심은 정부 부채비율이 높다는 점이다. 이탈리아는 재정운용이 방만하여 20세기 이전부터 공공부채 수준이 GDP(국내 총생산)의 100%를 넘었었다. 그 이후로 공공부채 비율이 감소하여 1990년 이전에는 GDP 대비 100% 이하로 줄었으나 91년 이후 다시 늘어나 현재 약 120%에 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탈리아를 살려 나갈만한 국가인지를 판단하려면 공공부채 이외의 펀더멘탈도 보아야하고, 유로존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을 보아야한다.
LG카드와 현대건설이 부채 문제로 휘청거렸었지만, 기업 내용면에서는 LG카드는 국가적으로 중요한 신용카드 사업의 큰 비중을 담당하는 기업이고, 현대건설은 한국 1위의 건설회사로서 사업역량이 크고 고용효과가 크기 때문에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기업이었다.
부채 문제를 완화시켜가도 자체적으로 살아가는 영업 능력이 취약하면 채권단에서도 살리려는 마음이 적게 들지만 부채 문제를 완화시켜주면 살아가는 능력이 충분한 기업은 살리려고 한다. 이와 비슷한 차원에서 이탈리아를 들여다보는 것이 종합적인 시각을 가지는데 도움 된다.
●이탈리아는 제조업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 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독일의 28%에 근접한 24.9 %에 달한다. 기계, 자동차, 정밀전자기기 등 첨단 산업에서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수출 비중이 높다. 밀라노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산업도시이며 세계 패션과 명품 등 고가 사치재의 수출이 많은 것도 부가가치 높은 산업 구조에 일조한다.
이에 반하여 그리스는 관광, 해운업 등의 3차 산업 비중이 80%에 달하고 제조업에 의한 현금 창출 능력이 떨어지므로 이탈리아가 비교되기는 곤란하다. 그리스의 총인구가 한국의 5분의 1 수준인 1100만명에 불과한데 공무원은 85만명으로서 한국의 공무원 수와 비슷하다. 자체 산업기반은 취약하고 정부주도의 일자리 창출에 의하여 공무원 비중이 크게 높아진 기형적 구조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탈리아는 지난해 정부부채가 GDP대비 118.4% 이지만 외채규모는 66%로 상황이 괜찮은 편이다. 스웨덴의 58%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른 남유럽 국가에서 외채 비중이 그리스 141%, 스페인 126%, 포르투갈 120% 인 것과 대조된다.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은 2009년 5.4%에서 2010년에는 4.6%로 떨어졌으며, 유로존 평균 6.0%에 비해 이탈리아가 더 낮다. 미국 9.6%, 일본 10.3%, 프랑스 5.9%에 비해서도 재정적자 비율이 양호하다. IMF 예상치에 의하면, 올해 2011년에는 4.0%로 더 떨어지고, 2012년에는 3.2%로 낮아져서 EU 1차 목표인 3%에 다가서리라 전망된다.
●유로스탯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경제는 유로존 평균 1.6%와 큰 차이 없는 1.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스 -3.5%,·포르투갈 -2.2%,·스페인 0.8% 등 다른 'PIGS'국가에 비하여 괜찮다.
●국채의 75%를 이탈리아 자국내,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채무상환 위기 가능성을 약화시킬 수 있다. 일본은 국가 채무 비중이 더더욱 높은 200%를 넘어서 최악으로 여겨지지만 국채의 92.6%(6월 기준)는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고 외채는 GDP 대비 7.4%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정위기 발생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보는 것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S&P에 의한 이탈리아의 투자 등급은 'AA'인 일본보다는 낮으면서 중국, 대만과 같은 A+ 이다. 그리스가 최하 신용등급인 CCC 인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은 아일랜드와·스페인 등에 비하여 주택 버블이 크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 이탈리아 주택가격도 전 세계적인 부동산 대세 상승기인 2000~2007년에 다른 국가들처럼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가 그 이후 위축되었지만, 부동산 거품이 심했던 국가들에 비해서는 위축 규모가 상대적으로 심각하지 않다. 건설 산업도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하여 2000년초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의 건전성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이탈리아 은행은 앵글로색슨 계열 은행과는 달리 전통적인 대출-예금에 기반을 둔 보수적인 영업 행태를 유지해 왔으며 고객과 강한 유대관계를 이어가면서 중앙은행의 철저한 감독 및 규제를 받아서 상당히 견실한 편이다. 보수적인 금융제도를 유지했기 때문에 지난 금융위기시에도 다른 국가에 비해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영향은 작았다. 정부가 은행에 대한 대규모 공적자금을 지원할 부담도 없었다.
●이탈리아 은행들이 PIGS국가들에 투자한 규모도 다른 유럽 주요국 은행보다 낮은 수준이다. 독일 은행들이 그리스 국채의 43%를 보유하고 있는 반면, 이탈리아 은행들은 4.5%에 불과하여 은행발 위기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적다.
●공공부채 비율은 높지만 민간부채 비율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이탈리아의 GDP 대비 민간부채 비율은 221%로서 EU 평균인 372% 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공공부채와 민간부채를 합한 전체 부채 비율도 대부분의 EU 국가보다 낮다. 가처분 소득 대비 융자금 비율도 영국이나 유로존의 다른 국가들에 비하여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재정 위기가 심각했던 국가들은 흔히 공공부채보다는 민간부채 문제가 더욱 심각했었다.
●남유럽에는 지하경제가 널리 퍼져있어서 부정부패와 탈세가 많고 세수 감소를 야기해왔다. GDP 대비 지하경제 비율이 그리스 25.8%, 스페인 19.2%, 포르투갈 19.4%이며 이탈리아도 21.6%나 되어서 재정상황이 우수한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여 훨씬 더 높다.
의사, 회계사 등 전문직 탈세가 심하고 마피아 범죄조직이 운영하는 기업들도 지하경제에 자리 잡고 있다. 이탈리아의 탈세 규모는 1,20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탈세방지책을 강화하여 2013년까지 총 72억 유로 규모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탈리아가 유럽연합에 약속했던 성장 촉진과 부채 감축을 위한 방안이 담긴 개혁 법안이 11월11일 상원에서 찬성 156표 대 반대 12표로 통과되었다. 경기부양을 위한 세금 감면, 150억 유로 상당의 국유자산 매각, 노동시장 유연화,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도 포함되었다.
이탈리아에서 최근 불거진 공공부채 위기는 국가 재무상황이 건전해져가는 계기라고 볼 수도 있다.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기업들 재무상황이 건전해져가는 계기였음을 되돌아볼 수 있다.
나쁜 일을 항상 나쁜 일로만 보지 않고, 바람직한 길로 나가기 위한 진통으로 봐야하는 경우도 많다. 무리하여 일하던 사람이 일시적으로 쓰러짐에 따라 건강도 돌보면서 나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고, 자식에게 일방적인 생각을 강요하던 부모가 자식이 집을 나가는 일이 발생한 뒤로 자식의 마음도 헤아리면서 유대관계를 가지게 된다. 큰 손실 본 것을 계기로 투자관과 투자방법을 재정립하여 전화위복의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이탈리아 정치권이 빠르게 대처하여 정치적 안정이 도모되고 긴축과 개혁 정책을 추진함에 따라서 ECB는 최후의 대부자로서 역할을 하기 용이해졌다. 돈 받는 측에서 노력의 자세가 미미하다면 돈 떼일 것 같아서 지원을 꺼려하게 되는데, 앞으로 IMF 와 BRICs 등 신흥국도 이탈리아에 대해 신뢰를 갖고 기꺼이 지원할 동기도 생겨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