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높아진 대학진학률
대학진학률이 매우 높아진 것이 대학등록금이 계속 높아진 요인 중 하나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대학졸업자 수가 해마다 늘어 2009년에는 1100만명을 넘겼다. OECD 국가 중 1위로 미국과 일본의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한국에서 고교졸업자의 대학진학률 추이가 아래와 같이 변해왔다.
과거에는 몇명 중 한명 정도만 대학에 진학했었고 대학은 굳이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또한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싶더라도 경제형편이 어려워서 보내지 못하는 집들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거의 전부 대학에 가는 풍토로 변했으며, 경제형편이 어렵더라도 어떤 수를 쓰던지 아이를 대학에는 보내는 집이 대부분이다. 미래 비전을 가지고 대학에서 어떠한 능력을 쌓겠다는 의지가 없이 남들 다 가니까 관성에 의해 대학에 들어가는 학생들도 많다.
미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의 대학진학률이 30~50%대인 것에 비교하면 한국에서 80%를 넘는 대학진학률은 과도하다. 그렇다고 그 많은 대졸자를 사회에서 흡수할 만큼 고학력 일자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졸자 취업률은 평균 50%대에 불과하고 대학과 산업대 203개 중 평균 취업률이 50%가 안 되는 대학도 60개에 달한다(교육과학기술부의 '2011 대학ㆍ계열별 취업률'). 청년 수십만명이 졸업과 동시에 실업인 상태가 되는 상황을 보면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대졸자에 비해 대학진학률이 너무 높은 것이 자명하다.
예전에는 등록금을 감당하기 힘들면 흔히 대학에 못가는 것으로 받아들이다가 근래 들어 거의 모든 사람이 대학에 가다보니 등록금 수준이 더욱 문제로 부각되었다. 어떤 재화의 가격이 높아서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으면 시장 논리에 의해 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 한편 아무리 가격이 높아지더라도 사람들이 계속 선택한다면 가격은 올라가게 된다.
다만 주택, 전기, 수도, 교통요금, 의료서비스처럼 가격과 상관없이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의해서만 가격이 정해지면 소득이 적은 사람들의 기본 생존권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적으로 제공해주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대학진학도 지식기반 사회가 되어감에 따라 과거보다 필요성이 높아졌고, 초중고 교육을 필수적이라 보듯이 대학도 그러한 성격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렇다면 대학등록금 측면에서도 국공립대학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매우 낮은 국공립대 비율, 매우 높은 사립대 비율
국공립대학 학생비율이 미국 73%, 프랑스 88%, 스위스 90% 등 OECD 평균 78%인 반면 한국은 불과 20% 미만이다. 선진국이나 다른 OECD국가들과 달리 한국에서는 등록금이 싼 국공립대학에 비하여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학에 다니는 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대학등록금이 더욱 비싸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거에 국가적으로 국공립대학에 돈을 많이 들이지 않기 위해 사립대학 위주로 대학을 늘려가게 하였고,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등록금만 잘 내면 다닐 수 있는 수준의 사립대학들까지도 생겨날 수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학졸업장을 취득하려는 사회분위기로 바뀌어감에 따라 수준이 낮은 대학이 수준이 매우 높은 대학과 큰 차이 없을 정도로 등록금이 책정되어왔다. 등록금을 비싸게 책정하여도 학생들이 들어와 다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세계 대학의 연간 등록금 현황에 미국의 사립대가 2만1979달러로 가장 많고, 한국은 8519달러로 그 다음이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공립대의 등록금이 사립대의 1/3 수준이고, 학생숫자는 공립대가 사립대보다 2배나 많다. 사립대는 인기 많고 수준이 높은 대학일수록 등록금도 그만큼 무척 비싸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는 연평균 5만5000달러가 넘지만 장학금 제도가 잘되어 있어서 돈이 적은 형편에 등록금 비싼 사립대에 다니고 싶으면 그만큼 공부도 열심히 잘하여 장학금을 많이 받도록 한다. 많은 국가들이 한국보다 장학금 및 학자금 대출제도가 더 잘 갖추어져 있다. 캐나다는 국공립대가 100%고 평균 등록금은 3693달러다. 일본은 국공립대 25%, 사립대 75%로서 평균등록금은 국공립대 4432달러, 사립대 6935달러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개발원에서 공시한 4년제 일반대학 176개의 2010년 연간 등록금 현황을 보면 전체 대학 평균은 684만원이다. 국공립대학은 448만원이고 사립대학은 754만원으로서 국공립대학이 사립대학의 43% 수준이다. 수도권 대학은 770만원, 비수도권 대학은 638만원이다.
◆국립대 등록금의 빠른 속도 증가
연간 대학등록금이 2001년부터 2010년까지 9년 동안 사립대는 57.1% 오른 반면 국립대는 82.7%나 올랐다. 사립대는 평균적으로 매년 5% 씩 오른 반면 국립대는 매년 7% 오른 것이다. 국가에서 등록금을 관장하는 국립대에서 오히려 등록금을 빠르게 선도적으로 올려간 셈이다. 2005년 5월 ‘네티즌들과의 대화(오마이뉴스 주최)’에서 교육부총리는 “국립대도 서서히 사립대 수준으로 등록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
정부 재정이 넉넉하면 사립대 재정지원도 늘리고 국립대 등록금이 올라가지 않게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세금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말한바 있다. 한국은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국립대에서 개인이 부담하는 등록금을 사립대보다 빠른 속도로 올려간 것이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대비 교육비 비율은 7.2%로 OECD 26개국 중 3위로서 평균 5.8%보다 높다(교육과학기술부의 2008년 OECD 교육지표 조사 결과). 그런데 공교육비 정부 부담비율은 4.3%로서 OECD 평균 5.0%보다 오히려 낮다. 공교육비 민간부담비율은 26개국 중 한국이 최고인 2.9%를 기록했으며 OECD 평균 0.8%의 3배가 넘는다. 미국은 2.3%, 일본 1.5%, 영국 1.2%, 핀란드 0.1% 등으로 한국보다 훨씬 낮다.
◆국가 차원의 대처방법은
이같이 우리나라는 OECD국가 중 대학교육비에서 민간부담률이 높고 정부부담률이 낮은 국가이며 등록금 싼 국공립대학 비율이 등록금 비싼 사립대에 비해 매우 적은 국가다. 따라서 국공립대학의 등록금을 통제하여 점차 낮추어가고 부실한 사립대학을 인수하여 국공립대학으로 전환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지방 학생들은 웬만한 서울 소재 대학에 가는 것보다 지방 국립대학에 가는 것을 우선시하였는데 점차 서울 및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려는 풍토로 변해왔다. 지방 국립대학의 교육서비스 질은 높게 유지하면서도 등록금은 서울 사립대학에 비해 훨씬 더 낮추어 가면 경제적인 이유로 다니려는 학생들이 늘어나서 지방 국립대학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사립대 간 등록금이 현재 큰 차이 없는 것이 차별화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부합된다. 우수 대학은 등록금이 비싸더라도 그만큼 장학금을 대폭 확충하여, 공부 열심히 하는 학생들은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다닐 수 있는 길을 지금보다 훨씬 넓혀놓으면 된다.
경제적인 문제로 등록금을 낮춘 대학에 가는 학생들이 생겨난다면 대학이 일률적으로 줄 세워지는 풍토의 개선에도 도움될 것이다. 학업 성적에 관계없는 일률적인 장학금 확대는 공부에 뜻이 없으면서도 대학가는 사람을 양산하는 부작용이 있다.
이는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대졸자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대졸자 공급이 이루어져 대졸 실업자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학자금 대출 이자는 재학 중에 전혀 내지 않고 졸업 후에 국채 금리 수준으로 해주는 국가들도 있다. 우리나라도 교육 받기 위한 대출 이자 부담을 지금보다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할 것이다.
지나치게 높은 대학진학률과 과잉 배출되는 대졸자의 숫자를 줄여나갈 필요성도 있다. 대졸과 그 이하 학벌의 임금 차이가 너무 크게 벌어진 현실은 일단 대학은 나와야 한다는 풍토를 고착화시키므로 이 부분부터 개선이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올해 4월 한국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학력별노동시장 미스매치 분석과 교육제도 개선 과제'에는 '대학 인원이 줄지 않는 이유'로서 '대졸 및 고졸 노동자 간 초임 격차 및 승진 기회의 박탈 등 경제적 격차'때문이라고 기업 취업인사 담당자의 상당수가 응답했다.
일본에서는 올 봄 입사한 대졸자의 초임이 월 평균 20만2,000엔이고 고졸 초임은 15만6,500엔이었다. 그러나 고졸 취업자가 대졸자보다 4년 먼저 취업하여 4년 임금 상승분을 감안하면 고졸ㆍ대졸 간 임금 차별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있다. 이에 반해 한국은 고졸과 대졸 간 임금격차가 약 1.5배에 달한다. 따라서 실업계 고등학교 학생들도 취업보다는 대학에 진학하여 나중에 취업 하는 게 더 낫다보고 대학의 문턱으로 다가간다.
독일에서는 일반고 대신 직업고를 선택하는 비율이 70%나 된다. 마이스터제도를 통해 직업계 고졸의 지위가 보장되고 있다. 핀란드는 `케우다(Keuda)`라는 직업학교를 통해 개인 능력에 맞는 직업교육을 실시하며,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등 다른 북유럽 국가들에도 직업교육이 잘 정착돼 있다. 우리나라도 외국에서처럼 대학을 안 나와도 임금 차별이 적으며 전문성 갖춘 고졸자의 기술력을 우대해주는 풍토로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개인의 대처방법은
국민들로서는 정치인들에 대한 요구나 선거의 후보자 선택에서 개인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만 관심가지기보다는 사회 전체에 바람직한 방향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편, 사회가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으므로, 당장 개인 입장에서는 대학등록금 문제에 현실적으로 대처해야할 것이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생활비를 최대한 절약하면서 부지런만하다면 경제적인 문제를 부모님에 의존하지 않고 상당 부분 스스로 해결할 수도 있다.
장학금과 아르바이트로 등록금과 생활비 전부를 조달하는 대학생들도 볼 수 있다. 성적이 좋으면 장학금 받는 것 뿐만 아니라 나중에 취업에서도 유리하다. 때로는 휴학을 하여 돈을 벌고 복학하는 학생들도 있다. ROTC(학사장교) 장학금을 받기 위하여 남들 노는 방학 때에 힘든 군사훈련 받는 ROTC를 선택하는 남학생도 있다. 장교로 군에 가면 사병으로 간 경우보다 취업에서도 좀더 유리하다.
등록금이 비싸다면 등록금이 아깝지 않도록 다니는 것도 중요하다. ‘싸다, 비싸다’의 구분에는 절대적인 개념보다는 상대적인 개념이 적용된다. 똑같은 돈을 지불하면서 그 이상의 가치를 얻어내면 싼 것이 되고, 지불한 돈 이하의 가치밖에 얻어내지 못하면 비싼 것이 된다. 수업에 지각 결석을 많이 하고 전공 공부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등록금이 비싸다고 탓할 자격이 없을 것이다.
한편, 미래에는 나이에 관계 없는 평생교육이 자리 잡아갈 것이다. 공부도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하고 싶을 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20대 중반 정도까지 학교 다니면서 받는 교육으로 끝이 아니라, 사회생활하면서 스스로 필요성을 느끼고 받게 되는 교육이 산교육이 되고 실용성에 더욱 도움되는 결과를 낳는다. 더욱이 기술과 시스템의 변화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시대이므로 기존에 학교 다닐 때 받은 교육만으로 평생 살아가기 힘들어지고 있다.
대학의 제한된 장소와 4년이란 제한된 시간으로 사회적으로 돌아가는 수많은 것들을 할 수 있는 세부 능력을 모두 갖출 수 없다. 대학 교육에서는 응용 분야에 적응하고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기본 소양이 길러지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런 소양을 바탕으로 사회생활하면서 스스로 공부를 계속하고 실무 능력과 전문성을 잘 늘려간다면 대학 다니면서 들인 돈과 시간의 가치가 발휘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