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크 도널드(Luke Donald, 34, 영국)가 PGA 투어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투표로 올해의 선수상을 뽑기 시작한 1990년 이후, 미국인이 아닌 선수가 이 상을 받기는 처음이다. 미국투어 상금왕와 유럽투어 상금왕을 동시에 이룬 역사적인 업적에 대한 PGA의 축하메시지다.
PGA 투어가 발표한 선정이유는 세가지다. ▲월드챔피언십 액센츄어매치 플레이에서 단 한홀의 리더도 허용하지 않고 우승을 차지하는 탁월한 실력을 보여주었다. ▲마지막 대회에 우승하면서 PGA 투어의 상금왕을 확정지었다. ▲최저타를 기록하였다. 유럽투어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어쩌면 당연하다. PGA 투어에서 주는 상이니 PGA 투어에서의 성적을 근거로 상을 주는 것이 맞다.
재미있는 것은 세가지 이유가 모두 결국은 결과에 대한 상이라는 점이다. 어느 부분에도 “열심히 했기에”라던지, “즐겁게 임하였기에”라는 과정에 대한 찬사는 없다. 결국은 “잘했기 때문에” 상을 준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이다. 루크 도널더의 결과가 피눈물 나는 노력의 과정 없이 나온 것일까? 그런데 왜 수상의 이유는 늘 결과일까? 과정과 결과. 한번 생각해 볼 이야기다.
PGA 투어는 승자독식의 정글법칙이 적용되는 구조다. 모든 것을 결과로 말한다. 하지만 지나친 결과의 추구가 과정의 타락을 불러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 정정당당함의 스포츠맨십을 강조하고, 자선을 강조하는 문화가 그렇다. 스스로 심판이 되게 하지만 엄격한 감독으로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벌타와 실격으로 응징한다. 무엇보다 매년 20% 정도의 새물결을 받아들이는 원활한 물갈이 구조를 만들어 둠으로써 정체를 막고 있다.
이런 설명만으로는 아직도 부족하다. 어쩌면 결과에 대한 시상은 과정에 대한 약속이 아닐까? ‘좋은 결과에 대해서 이런 큰 상을 주겠다. 당신도 그 큰 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어떤 과정을 거치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잘 견뎌내기를 바란다’라는 희망의 메시지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크게 바라보았을 때 PGA 투어 시스템의 건강함을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일하는 과정의 덕목은 무엇일까? 크게 세가지다. '열심히' '즐겁게' '잘'. 어쩌면 CEO의 일도 이 세가지인지 모른다. 같은 조직에 있는 사람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일을 배분하고, 격려하고, 교육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온 결과에 대하여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 CEO인 것이다.
이 글은 'CEO골프'라는 제목으로 진행하는 마지막 칼럼이다. 1년 전 첫번째 칼럼을 다시 읽어본다. CEO의 꿈과 외로움에 관한 이야기를 했었다. CEO는 꿈을 이루려는 사람이다. 그 꿈을 이루는 과정에서 조직을 만들고, 많은 사람들과 더불어 일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 위치의 속성상 외로울 수밖에 없는 사람이다. 마치 여럿이 모여서 라운드를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하고, 결과에 책임질 수밖에 없는 골프처럼….
CEO는 외로울 수밖에 없기에 강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그 강해진다는 것이 꿈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열심히, 즐겁게, 잘. 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열심히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즐겨야 한다. 그렇게 즐기면서 오늘의 이 과정을 이겨가는 것이 강해지는 것 아닐까?
골프를 하는 CEO라면 오늘의 이 모든 과정을 즐기자. 그것이 지금이 과정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핵심이라고 믿어야 한다. 골프가 CEO에게 전달하는 하나의 메시가 있다면 “과정을 즐기자”라고 믿는다. 대한민국 CEO 여러분. 대박이 나는 그날까지, 즐겁게 힘!
과정의 미학
[머니위크]CEO골프
박경호 KPGS 헤드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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