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2500억달러 규모의 세계 가전시장은 춘추전국시대로 비유된다. 초고속으로 성장하는 중국 브랜드와 유럽권에서 높은 입지를 자랑하는 로컬 브랜드까지 가전시장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전쟁터다. 특히 경제불황과 시장포화로 성장이 멈춘 상황이어서 프리미엄 전략은 불가피하다.
삼성과 LG가 각각 '9000'과 'G' 시리즈로 세계 생활가전시장에 승부수를 던진 것도 프리미엄 전략으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다. 양사는 지난해 세계 최대 가전시장인 미국의 프렌치도어 냉장고와 드럼세탁기 시장점유율에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2위도 두 회사가 나란히 차지하면서 프리미엄 가전시장에서 양사의 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삼성은 지난해 미국 프렌치도어 냉장고 부문에서 23.7%, LG는 드럼세탁기 부문에서 21.4%의 시장점유율을 나타냈다.
이 같은 성장세에 고무돼 양사는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총 집결체를 '9000'과 'G' 시리즈에 쏟아붓고 속속 프리미엄 제품들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가전시장의 경우 전통적으로 연구개발 비용에 비해 이익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경기침체 여파와 세계 가전시장이 포화상태로 접어든 상황이어서 명품 프리미엄 전략을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라인 대결의 첫 단추는 삼성이 채웠다. 삼성은 지난해 7월부터 최상급 가전제품 모델명에 '9000'이라는 숫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삼성 '9000' 제품은 갤럭시S라고 할 수 있다. 갤럭시S의 모델명은 GT-i9000. TV제품의 경우 지난 2009년부터 줄곧 최상위 모델에 '9000'을 붙였다. '9000'의 수식어가 붙은 제품들은 모두 최고 성능과 높은 효율, 뛰어난 사용성, 혁신적인 디자인 등 모든 것을 충족했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후에도 삼성은 900ℓ급 대용량 냉장고 지펠 T9000을 비롯해 김치냉장고 아삭 M9000, 진공청소기 L9000, 스마트에어컨 Q9000, 드럼세탁기 버블샷3 W9000 등을 출시하며 '9000' 시리즈 풀 라인업을 완성했다.
일반적으로 최상위 모델은 동종제품 대비 가격이 몇배나 비싼 편이다. 판매량도 적을 뿐더러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제품을 시장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은 '플래그십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플래그십 마케팅이란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특정상품을 중심으로 판촉활동을 하는 마케팅기법으로, 양사는 세계 경제불황과 시장포화를 극복하기 위한 의도로 9000과 G를 프리미엄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윤부근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사장은 "선진국 시장은 수요가 정체되거나 약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체 글로벌시장에서 백색가전 사업은 2~3%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의 2015년 가전사업 매출 목표는 180억~200억달러 수준이다.
삼성이 '9000' 시리즈를 통해 프리미엄 가전 풀 라인업을 완성한 것처럼 LG도 이에 질세라 'G'를 브랜드로 내건 제품들을 속속 출시했다.
지난 2월 LG전자는 2015년 세계 가전시장 1등 달성을 위한 전략 태스크로 'G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했다. G마크 인증 제도를 신설하며 가전제품 명가의 지위를 이어가겠다는 의도에서다. 업계에선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스마트폰 옵티머스G에서 얻은 자신감이 'G프로젝트'라는 프리미엄 가전제품에 집약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의 '9000' 시리즈에 맞대응하는 'G프로젝트' 1호 제품은 세계 최대 22kg 용량 드럼세탁기다. 현재까지 에어컨 손연재 스페셜 G, 디오스 양문형 냉장고 G를 내놨으며 앞으로 스타일러, 김치냉장고, 오븐, 로봇청소기 등 생활가전 전분야 제품에 G프로젝트 이름을 달아 매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LG는 프리미엄 전략에 다소 늦게 접근했지만 최근 삼성을 바짝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에어컨 예약판매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손연재 스페셜 G가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 게 대표적이다. 특히 손연재 스페셜 G를 포함한 프리미엄급 제품 비중은 전체 에어컨 예약판매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의 전체 에어컨 예약판매량은 전년 동기대비 3배 증가했다.
조성진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G프로젝트는 세계 가전시장을 선도해 온 LG의 기술력과 디자인 역량을 총집결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혁신 제품을 선보여 고객에게 스마트하고 편리한 삶을 보장함으로써 가전 시장 1등을 기필코 달성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