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맥주는 맛없다'는 논란이 주세법에까지 영향을 미칠 조짐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의 '한국 맥주의 맛이 북한의 대동강맥주보다 못하다'는 보도 이후 국산맥주가 맛없다는 논란이 크게 불거졌다. 여기에 홍종학 민주통합당 의원이 지난 18일 '주세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발의해 국내 맥주시장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두고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의된 개정안은 중소 맥주회사를 육성시켜 맥주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맥주 제조시설 허가기준을 완화(발효시설 5만리터에서 2만5000리터, 저장시설 10만리터에서 5만리터) ▲주세율 72%를 일정규모 이하의 중소업체의 맥주에 한해 30% 이하로 인하 ▲맥아를 70%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맥주' 대신 '발포맥주' 명칭 사용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즉, 중소 맥주회사가 진입할 장벽을 낮춤으로써 다양한 맥주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번 개정안은 오는 10월로 예정된 기획재정부의 법률안 심사를 통과하면 연내 개정·공표가 가능해진다.

주세법 개정에 대한 전망은 밝은 편이다. 라거 일변도인 국내의 맥주시장에서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수년간 쌓인 데다 수입맥주의 점유율도 날로 높아지고 있어서다. 주세법 개정이 향후 국내 맥주 대표 프랜드인 오비와 하이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류승희 기자

◆ 중소맥주회사 진입 장벽 낮춰


"세금 때문에 일하기 어렵습니다." 김교주 세븐브로이 이사의 말이다. 세븐브로이는 2011년 맥주제조업의 제조시설 규모제한이 완화됨에 따라 맥주제조 일반면허 1호 자격을 획득한 후 맥주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는 중소맥주회사다.

현재 홈플러스를 통해 맥주를 유통하고 있는 세븐브로이에 대한 시장반응은 좋은 편이다. 연내에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예정이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과중한 주류 세율 때문이다. 국내 주세법은 대형사나 중소형사에 동일하게 원가의 72%에 달하는 세금을 매겨 중소업체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이사는 "독일이나 일본 등 맥주선진국은 생산량에 따라 주세법이 차등 적용된다"며 "대형사에 비해 생산량이 적은 중소업체는 고정비 비중이 커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홍 의원이 발의한 내용대로 개정안이 발효되면 일정규모 이하의 중소형 맥주업체에 대해서는 30% 이하로 세율이 정해지게 된다. 세븐브로이를 비롯한 중소형 맥주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번 개정안은 맥주제조시설의 기준완화도 담고 있다. 현재 발효시설 5만리터를 2만5000리터로, 저장시설 10만리터에서 5만리터로 기준을 절반가량 낮추도록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보다 다양한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중형맥주인 장앤크래프트맥주는 지난 19일 기공식을 갖고 맥주 제조공장을 설립했다. 연간 약 500만리터를 생산할 예정으로 종류도 8가지에 달할 전망이다. 개정안이 발효되면 중소형 업체의 맥주생산은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차보윤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대표는 "수입맥주가 해마다 30%대로 성장하고 있다"며 "다양한 맛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를 반영해 수입맥주를 국내 생산으로 대체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차 대표는 "수입맥주가 국내에 들어오는 데 약 3개월이 소요된다"며 "수입맥주에 준하는 다양한 맛의 맥주가 국내에서 생산되면 소비자는 더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맥주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주류협회 측은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내놨다. 서정록 한국주류협회 이사는 "맥주회사에 대한 기준이 완화되면 품질관리가 제대로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맥주에만 낮은 세금을 매기는 건 조세의 일관성과 형평성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마이크로브루어리협회 측은 "만약 중소업체들의 품질이 문제가 된다면 그 업체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며 "길 자체를 막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홍 의원이 이번 개정안을 발의하며 '경제민주화'를 운운한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형맥주회사가 다양하게 존립하도록 하는 게 이번 개정안의 취지다.

류승희 기자

◆ 맥아 함량 규제는 오히려 다양성 저해

맥아함량에 대한 규정은 이번 주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문제가 되고 있다. '맥주'라는 명칭을 사용하려면 맥아함량을 현재의 10% 이상에서 70% 이상으로 높여야 하고, 맥아함량 70%미만의 맥주를 '발포맥주'라고 부르도록 하겠다는 조항이 이견을 낳고 있다.

맥주업계는 맥주의 맥아함량을 70%이상으로 못박는 것은 맥주의 다양성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하이트맥주 관계자는 "맥주 맛은 맥아 함량이 많고 적음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며 "외신의 보도로 인해 너무 한쪽 면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국내 맥주의 맥아 함량은 국내 소비자의 취향과 종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라며 "맥아함량이 100%에 달하는 제품도 있다"고 말했다.

서정록 한국주류협회 이사는 "맥아 함량을 70%이상으로만 하는 것은 오히려 다양성에 어긋난다"며 "밀맥주나 쌀로 만든 맥주는 오히려 맥아 함량이 적다. 현재 수입맥주도 맛의 다양화를 위해 맥아를 많이 쓰지 않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맥주의 맥아함량을 높이는 게 오히려 정부의 조세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맥아 함량이 70%에 못 미치는 맥주가 발포맥주라면 모두 69%대의 맥주를 만들고 세금을 적게 내려고 할 것"이라며 "맥아함량이 낮은 맥주는 세금도 낮아 가격 경쟁력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세법보다 더 두려운 롯데맥주
 
오비맥주나 하이트맥주는 주세법으로 인한 영향이 당분간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미 국내 맥주시장의 95%이상을 대형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중소업체들은 기껏해야 5% 뺏기 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작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가장 두려워하는 건 롯데맥주의 출현이다. 롯데는 지난해 6월 맥주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지난해 6월 착공한 충주공장은 내년 하반기 양산을 예고하고 있다. 일단 5만킬로리터를 생산하게 되는데 이는 하이트맥주의 10분의 1 수준이다.

본격적인 행보는 2017년에 추가 공장이 완공된 이후다. 충주공장이 완공되면 연간 40만킬로리터 수준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는 하이트진로 홍천공장의 4분의 1 수준. 상대적으로 규모는 작지만 타 회사를 인수하는 식으로 몸집을 키울 수도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특히 '유통공룡'답게 강력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직접적인 진출은 맥주업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두산주류의 '처음처럼'을 롯데가 인수한 후 별다른 마케팅을 안했는데도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넓히고 있는 것이 증거"라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7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