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_뉴스1 허경기자

중소형주 열풍이 지속되다보니 되레 대형주가 소외받는 기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1분기 실적이 시즌 막바지로 갈수록 우려했던 것보다 긍정적인 결과들이 나오며 반짝 상승을 기대했지만, 증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말 대비 -0.88%를 기록(9일 종가 기준)하며 국고채보다 못한 성과를 거둔 반면 코스닥지수는 올해 15.52% 올랐다. 특히 코스닥은 1월부터 5월 현재까지 지속적인 상승흐름을 유지하며 꾸준히 오르는 모습을 보였다.

그럴수록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의 관심은 오통 중소형주에 집중되고 있지만, 전통적인 관심종목인 대형주에 대한 관심을 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 대형주는 글로벌경기나 실적 등 장기전망과 무관하게 오로지 대형주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소외되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대형주를 주목하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대형주, 반등하려면?

사실 시장에서 소외받고 있는 대형주라고 해서 실적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예년보다 좋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하락한 경우도 많다. 예컨대 최근 주가가 횡보세를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향후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 시장 컨센서스를 살펴보면 보수적인 수치조차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했던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대형주들이 외면 받은 이유가 있긴 하다. 올 연초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뛰어난 이익을 거두던 대형주들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과 국내 펀드시장의 역성장, 그리고 선진국과 이머징경기의 디커플링 등의 상황이 겹치며 소외받아온 것이다.

더불어 1분기 실적 전망이 우울하게 나오면서 기피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반면 코스닥을 위시한 중소형 종목은 정부의 정책 기대감과 실적 개선세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겹치며 대형주와는 반대로 시장에서 각광받았다.

현 시점에서 대형주가 반등하려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이경수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낙폭과대 대형주의 반등 요건으로 '이익 개선'을 꼽았다. 이 애널리스트는 "낙폭과대의 핵심적인 이유를 살펴본다면 실적부진"이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낙폭과대의 족쇄를 풀 수 있는 것은 실적 개선이 유일해 보이는데, 빠른 시일 내에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낙폭과대 대형주가 상승한다면 이익개선보다는 글로벌 투자심리 개선의 시나리오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선호도의 시기는 아무도 예측하기 어렵다"면서도 "만약 의미 있는 수준의 위험선호도가 나타날 때에는 과열 종목군들에 대한 차익실현과 낙폭과대 대형주에 대한 동시다발적 액션을 취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억울한' 대형주 찾아라

투자의 오랜 격언 중 하나가 바로 '남들 가는 길을 따라 가지 마라'다. 다들 좋다고 하는 곳에 가면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없다는 소리다. 그렇다면 역발상으로 대형주를 사두는 것은 어떨까.

김태운 NH-CA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한두달 가량의 짧은 기간을 보고 투자한다면 대형주보다는 여전히 중소형주가 맞다"면서도 "하지만 6개월에서 1년 정도를 생각하고 투자한다면 분명 대형주 매수로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조언했다.

현재로서는 대형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하지만 대형주가 저평가돼 있는 만큼 길게 보고 투자한다면 지금이 매수기회라는 것.

김영일 한국투자신탁운용 CIO(전무)는 "(증시가) 상승장으로 전환되면 실적개선을 보이는 대형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장의 주도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2분기는 저평가된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김 전무는 "지난 1월부터 시작된 뱅가드의 매물이 반환점을 돌아 이미 60% 이상 소화된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때는 글로벌시장 대비 저평가 매력이 심화된 한국의 대형우량주에 집중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밸류에이션 정상화 과정이 전개될 경우 실적대비 저평가 업종 및 종목들의 반등시도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그는 "4월 이후 영업이익 전망치 변화율대비 업종별 지수 수익률을 점검해본 결과 은행, 하드웨어, 조선, 반도체, 제약·바이오, 자동차·부품업종 등이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특히 차별적인 실적모멘텀(2013년 연간과 2분기 모두)을 보유하고 있는 하드웨어, 반도체, 제약·바이오업종과 12개월 선행 주가순자산비율(Fwd PBR)이 1배 이하 수준에 위치한 은행, 조선업종에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종목을 고른다면 어떤 것이 가장 좋을까. 노종원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경기와 엔화, 수급 등 투자의 핵심적 요소들이 불확실한 지금 '기업이익'을 기준으로 소위 '억울한 대형주' 종목들을 제시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최근 1개월간 일정수준의 컨센서스가 제공되는 종목들 가운데 연초 이후 부진한 성과를 보였지만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성장하면서 최근 1개월간 컨센서스가 증가하거나 혹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 종목들을 선별해 11개의 대형주를 선정했다. 선정된 대형주는 현대건설, 삼성전자, LG생활건강, 현대글로비스, 롯데쇼핑, 하나금융지주, 만도, GS,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강원랜드 등이다.

노 애널리스트는 "이와 같은 억울한 대형주들은 향후 코스피의 방향성에 뚜렷한 합의사항이 없는 상황에서 '믿을 만한'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할 수 있는 종목들"이라고 설명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