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시대에 중고제품만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오래된 것에서 그만의 멋을 발견한다. 외적인 미를 제외하더라도 중고는 재활용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라는 장점도 있다.
이른바 '중찾사'로 통하는 중고를 찾는 사람들을 만나 중고 예찬론을 들어봤다.
◆ 구제 옷 마니아 강선욱씨
서울 성남에 사는 강선욱씨(27)는 자타가 공인하는 구제 옷 마니아다. 서울 도심의 광장시장은 물론 부산국제시장까지 찾아다닐 만큼 그의 구제사랑은 열성적이다. 최근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의 구제가게를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제가 구제 옷을 입기 시작한 건 대학생 때부터였어요. 늘 멋스럽게 옷을 입는 친구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구제의류가게에서 구입한 것들이었죠. 저도 평소 패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친구를 따라다니다 보니 구제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됐습니다."
강씨는 남들과 똑같은 유행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독특함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구제옷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한다. 꽃무늬가 유행할 땐 모든 의류 브랜드가 비슷비슷한 패턴을 내놓는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옷들이 천편일률적인 반면 구제가게에서는 특이한 제품을 찾을 수 있다. 강씨는 같은 꽃무늬여도 다른 느낌을 주는 옷들을 찾는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도 디자인과 패턴이 예쁘다면 과감히 수선해서 입기도 한다. 원피스의 상의부분이 마음에 들 경우에는 치마부분을 잘라내 상의만 블라우스로 입는 식이다. 치마 기장이 너무 길어서 나이가 들어 보일 땐 수선해서 미니스커트로 만들기도 한다. 강씨는 구제가게에서 이러한 옷을 고르는 것이 보물을 찾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사실 처음 구제가게에 가면 아줌마 옷만 널려 있는 느낌이에요. 과연 이 안에서 내 마음에 드는 제품을 찾을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기도 하죠. 하지만 그런 점이 구제 옷을 사는 재미예요. 그 속에서 좋은 옷을 골랐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죠."
물론 구제 옷에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다. 남이 입던 옷이라서 꺼림칙하다는 이유에서다. 강씨의 남편도 구제 옷이라면 질색한다. 누가 입었는지도 모르는 옷을 입는 것이 영 내키지 않는다는 것.
"전 세탁만 잘 해서 입으면 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요. 저 같은 구제 마니아들은 누가 입었는지를 상관하지 않을 뿐더러 브랜드가 뭔지도 잘 따지지 않거든요. 어쩌다가 샤넬이나 버버리같은 구제 옷도 발견할 수 있는데 저흰 오로지 브랜드보다 디자인이 중요하죠."
구제 옷은 가격이 저렴한 것도 큰 매력이다. 티셔츠나 스커트가 1000~2000원에 불과하다. 단돈 몇만원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구제로 갖출 수 있다.
"제가 지금까지 사 입었던 구제 옷 중 가장 비싸게 주고 산 게 2만5000원짜리 재킷이었어요. 남들은 아무리 싸게 봐도 5만원 이상 주고 산 줄 알거든요. 구제가게에서는 백화점이나 일반 브랜드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가격에 구입할 수 있죠."
강씨는 모두에게 잘 알려진 구제가게 외에 새로운 곳을 찾는 것도 구제 옷을 사는 재미라고 말한다. 발품을 팔며 좋은 제품이 많은 가게를 발견할 때는 남다른 뿌듯함이 있다는 것.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가게들은 굳이 홍보하지 않아도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는 점이다.
"매장마다 같은 제품은 찾아볼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저 같은 고객이 끊이지 않는 거죠."
[소박스] ☞ 강선욱씨의 쇼핑 팁
1. 동네에 있는 구제가게에 저렴하면서도 새로운 옷들이 많다.
2. 구제가게에 가기 전, 최신 트렌드부터 알아보라. 요즘 스타일과 너무 동떨어져 보이는 실패를 막을 수 있다.
3. 기성 옷에 한정 짓지 말고 새롭게 변형시켜보라.[소박스]
◆ 빈티지 마니아 전은주씨
"오래된 나무가 주는 향, 촉감이 제게 행복감을 줘요. 세월의 흔적이 보이는 것, 나이 먹어 보이는 게 제가 좋아하는 나무죠."
강원도 원주에 거주하는 전은주씨(49)는 목소리에서부터 빈티지 가구와 소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 있다. 남들은 오래되고 낡은 가구를 버리기에 바쁘지만 전씨는 오히려 그런 '나이 든' 가구를 찾아다닌다. 그는 손때 묻고 나무냄새 물씬 풍기는 고가구에서 매력을 발견한다.
버려진 나무나 가구도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그의 눈에는 어떻게 새롭게 만들 수 있을지가 먼저 들어온다.
"오래된 나무를 선반으로 만드는 등 리폼도 하고 때로는 버려진 대문을 가져와 침대의 헤드로 만들기도 해요. 나무를 재활용할 방법들을 많이 생각하는 편이죠."
질 좋은 원목제품이더라도 새나무로 만들어 억지로 빈티지화한 제품은 그의 눈에 들지 않는다. 그는 오래된 가구나 오래된 나무를 재료로 하면서 요즘 트렌드에 맞게 새롭게 디자인한 가구를 선호한다.
전씨의 고가구 사랑은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 동양의 고가구에 유럽의 앤틱 소품을 매치하면 또 다른 매력을 풍긴다. 앤틱 소품은 조명이나 인형 등을 수집한다. 소장가치가 있는 것들이 눈에 띄면 하나씩 모은다.
전씨는 한때 고가구와 앤틱 소품을 사기 위해 해외 여러 나라를 돌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은 고가구로 가득 찬 그의 집을 둘러보며 부러운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그의 열정에 '미쳤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다.
"워낙 오래된 게 많아서 그러는 거 같아요. 그래도 제 주변엔 저의 취향을 좋아하고 함께 하는 분들도 많죠. 어떤 분들은 아예 썩은 나무를 찾기도 해요."
오래된 가구이고 목재이지만 실제 사용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상품화하기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수해서 내놓기도 하고, 휠이나 경첩 등은 새로 수리하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고가구의 내구성은 요즘 나오는 제품에 비할 바가 안될 정도로 뛰어나다. 별도의 보수작업을 하지 않아도 쓰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다.
모든 제품은 오래될수록 '감가상각'이 되기 마련이지만, 가구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진가를 발휘한다. 연대에 따라서 가격이 높아지는데 몇백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외국인들은 자신의 가구나 소품을 소중하게 생각해서 쉽게 사거나 버리지 않죠. 저도 그런 문화를 따라 어떤 게 소장가치가 있는지 알게 하고 싶어요."
[소박스] ☞ 전은주씨의 쇼핑 팁
1. 버려진 가구도 다시 보자. 잘 닦기만 해도 괜찮은 제품이 의외로 많다.
2. 목재의 가치를 알아보자. 옛스러운 나무로 재탄생한 가구의 진가는 아는 사람만이 안다. [소박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