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벤처지원에 대한 밑그림이 완성되면서 재계에 벤처·창업의 온기가 느껴진다. 대기업이 벤처기업이나 기술혁신형 기업(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비용이 5%가 넘는 기업)에 투자해 대주주가 될 경우, 피인수 기업이 대기업의 계열사로 편입되는 것을 3년간 늦춰주기로 한 정책만 봐도 그렇다.
보기엔 정부가 앞장서서 벤처·창업 붐을 주도하는 모양새지만 민간기업들의 친(親)벤처 활동 역시 '창조경제'와 궤를 같이하며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의 창업 지원활동은 올 들어 그 활동영역이 더 광범위하고 구체화 양상을 띠고 있다. 단순한 창업 지원에서 벗어나 아이디어 개발 및 교육, 사무실 무상 임대, 심지어 펀딩과정에 필요한 실무제안 상담 등을 교육하며 '불안한 창업'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 SK플래닛 상생혁신센터 사무실 무료사용, 펀딩 교육까지
대기업의 창업 지원활동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곳은 SK플래닛의 '상생혁신센터'. 지난 2010년 10월 서울대 연구공원 내에 설립된 이 센터는 크게 오픈 이노베이션센터, T아카데미, 테스트센터 등 3개의 내부 센터를 별도로 운영한다.
이 센터를 통해 IT(특히 모바일) 관련 창업을 희망하는 일반인들은 창업과정에 필요한 아이디어 제안접수 교육을 비롯해 개발비 및 마케팅비 지원, 사무실 공간 무료 사용 등의 혜택을 얻는다.
'오픈이노베이션센터'를 통해서는 예비창업자 지원을 위한 '1인 창조기업 육성'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데 지금까지 50여개의 1인 창조기업이 창업에 성공했다.
'T아카데미'의 경우 스마트폰 시대에 맞는 창업자 육성을 목표로 모바일관련 개발 기본기과정부터 기획·디자인·개발 전문가과정을 통합 교육한다. 이 아카데미에서 교육받은 수료생만 3만5000명을 넘었다. T아카데미는 또 서울시·성남시와 함께 IT 분야의 창업희망자들에게 5개월간 모바일 프로그래밍 교육을 지원하는 '희망앱 아카데미'도 운영해 현재까지 31명을 수료시켰다. T아카데미가 '대한민국 대표 모바일 사관학교'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SK플래닛의 김영철 CFO는 "상생혁신센터는 교육부터 창업, 멘토링 프로그램까지 IT분야에서의 창업지원을 위한 종합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개인 개발자들의 모바일생태계 구축을 위해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 현대차 정몽구재단 2017년까지 500곳 창업 목표
현대자동차그룹은 계열사가 아닌 재단 차원에서 예비창업자들의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하는 케이스다. '현대차 정몽구 재단'(옛 해비치 사회공헌문화재단)을 통해 오는 2017년까지 5년간 500곳의 창업을 지원하는 게 주요목표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정몽구재단은 'H-온드림 오디션'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공동으로 지난해부터 실시 중인 'H-온드림 오디션'은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청년 사회적기업가들에게 창업자금 및 경영 멘토링을 제공하는 프로그램.
현대차그룹은 이 프로그램을 수료한 300여개팀 중 1년간의 추가지원이 필요한 인큐베이팅 15개팀과 곧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창업지원 15개팀을 매년 선발, 지원한다. 최종 선정된 인큐베이팅팀에겐 각 5000만∼1억5000만원의 사업지원금과 1년간 심화 멘토링을 통한 경영노하우를 전수하며, 창업지원팀에겐 각 500만∼3000만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이외에도 현대차그룹은 '서초창의허브'를 통해서도 청년창업을 후원한다. 서초창의허브는 서초구청·(사)씨즈와 함께 청년실업을 해소하고 사회적기업 창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발족한 사회적기업가 양성센터로, 현대차그룹은 센터의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다. 매년 양성과정을 수료한 30개 사회적기업 창업팀의 창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 삼성SDS 에스젠 15세 중학생도 창업 꿈 현실화
삼성그룹의 경우 참신한 사업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 창업전반을 지원하는 삼성SDS의 '에스젠'(sGen)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에스젠은 스타트업 기업의 빠른 성공과 안정적인 사업수행을 위
해 ▲독립 사무공간 제공 ▲IT 인프라·영업 마케팅 기술 등 분야별 멘토링 ▲법률자문 등 초기 창업에 필요한 부분 무상제공 ▲기업운영에 필요한 초기자금 지원 등의 활동을 벌인다.
특히 일반 벤처캐피탈과 달리 해당사업분야의 사내 전문가를 연계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등 실제 창업에 필요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전담 지원한다.
삼성SDS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개최한 신규 사업아이디어 공모전인 '에스젠 글로벌'에 총 2749건의 아이디어가 접수됐다"며 "15세 중학생부터 50대 직장인·주부·군인 등 다양한 이력의 참가자는 물론 미국을 비롯한 중국·베트남 등 해외에서도 30여건이 접수되는 등 예비창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현재 이 공모전은 1, 2차 평가를 통과한 13개팀 50명이 본선 무대라 할 수 있는 심화과정인 '부스트업 세션'에 돌입했다. 이들은 예비창업인들을 위해 삼성SDS가 마련한 300평 규모의 별도공간인 '에스젠 에코 네트워크센터'에서 전문가 교육, 워크숍 및 멘토링을 통해 아이디어의 사업계획 수준을 한단계 높이는 활동을 시작한다. 5주간 진행되는 이 세션에서 아이디어 보완을 한 각 팀은 6월에 진행되는 최종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수상자를 가리게 된다.
한편 이들 기업 외에 LG그룹은 서울 마곡산업단지 내 첨단 융복합 기술연구를 수행하는 'LG 사이언스 파크' 에 벤처지원을 위한 인큐베이팅 시스템과 프로그램을 갖출 계획이다. 또 KT는 '에코노베이션센터 아키텍트', 네오위즈는 '네오플라이', 넥슨은 '넥슨앤파트너즈센터'를 통해 이미 벤처를 인큐베이팅하고 관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 사내벤처 2기 출신인 토털솔루션기업 파수닷컴의 조규곤 대표는 "대기업이 창업생태계를 북돋우려면 외부 벤처에 대한 투자보다는 사내벤처 육성을 통해 새로운 기업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성공한 사내벤처가 스핀오프(회사 분할)하는 것을 '남 좋은 일'이 아니라 모기업에 '진짜 우군'이 늘어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도 조성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8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