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채권시장에 대한 메리트가 점점 더 떨어져 가고 있다.
지속되는 관망세로 쉬어가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표금리인 국고채와 통안채 금리의 변동성은 잦아들고 있다.
이에 따라 크레딧 스프레드(금리) 또한 축소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AAA 등급 1~2년 구간에서만 움직이는 등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들어 크레딧 이슈들이 터져나오며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황원하 HMC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채권단 위주의 선제적 구조조정과 신용등급의 하락 비율 증가 등으로 크레딧 위험 부담이 커진 반면 글로벌 양적완화는 축소 추세로 돌아서 더 이상 낙관적인 직접 조달시장 환경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시장 참여자들은 정부가 얼마 전 내놓은 회사채시장 정상화 방안이 우리 채권시장이 정상화되는데 부작용을 줄이는데 일조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조금 더 지켜볼 일이다.
이렇듯 단기자금조달시장이 경색된 가운데 기업들이 현재 관심있게 지켜보는 것이 바로 신종자본증권(Hybrid Bond, 하이브리드채권)과 상환기한이 없는 영구채(Perpetual Bond)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자본으로 인정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분 희석에 따른 경영권 위협 없이 자본을 확충할 수 있으며, 신용등급 산정에 있어서도 설사 100% 자본 인정이 되지 않더라도 재무 개선효과에 따른 긍정적 평가를 볼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처럼 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지만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다. 소위 말해 '인컴'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본래 주로 은행에서 발행되던 신종자본증권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의 자본 인정을 계기로 공기업과 일반 기업에서도 발행되고 있다. 현대상선이 2012년 말에 200억원을 모집한바 있으며 최근에 대한항공과 포스코, 그리고 SK텔레콤도 발행구조에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비슷한 형태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며 자본을 확충한 바 있다.
정대호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종자본증권은 부채와 자본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면서 "유상증자의 대체수단으로 만기가 영구적인 채권의 발행 환경이 조성되며 제반 환경이 갖춰지고 있어 금융 시장 발전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정 애널리스트는 현 시점에서는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는 기업들의 의도와 목적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기업 가운데 장기간 지속적으로 생산능력(CAPA)에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회수시간 또한 많이 소요되는 기업이 있는데, 이런 기업의 경우 초기의 높은 투자자금과 장기간에 걸친 투자원리금 회수의 기간간 불일치를 영구채와 같은 신종자본증권이 해결해줄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이에 반해 일부 기업들의 경우 단순히 부채로 계상되지 않기 때문에 약정(covenant) 조항을 위반하지 않게 하기 위한 조달수단이나 감독당국의 재무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향후 국내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할 수 있는 주체들은 신용등급이 좋은 일부 상위 기업들 위주로 짜여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듯싶다.
정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상위 기업 위주로만 신종자본증권이 발행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두산인프라코어 이후로 투자자의 풋옵션이 부가된 구조의 경우 자본 인정이 힘들어 졌고 감독당국 역시 금융권에 신용공여 제공을 자제시켜 하위등급의 기업들이 발행 할 수 있는 환경이 작아졌기 때문이다.
펀더멘털에 큰 우려를 가지는 기업들의 경우 절대금리 매력이 아무리 높아도 장기 투자 부담과 디폴트 리스크(default risk)에 대한 우려로 투자자 확보가 매우 어렵다는 문제로 발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업황이 좋지 못한 해운 및 항공사들의 높은 발행 수요에도 불구하고 발행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며 "게다가 신용등급 평정 시에도 까다로운 자본인정 요건으로 매력도가 반감됐고 공기업마저도 경영평가 시 영구채를 자본으로 규정하지 못하게 하면서 재무개선을 위한 발행 유인도 작아진 실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