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이 올해 안에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하고 판매에 나설 예정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보험업계 관계자들의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다. 경쟁사가 상품을 출시한다는데 왜 불만인 걸까. 생명보험업계 관계자들은 농협생명이 이른바 신사협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농협생명은 출범 당시 '25%룰 유예'라는 혜택을 받고 자동차보험, 퇴직연금, 변액보험 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최근 농협생명이 변액보험 상품을 준비함에 따라 혜택은 혜택대로 받고 약속은 지키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올해안으로 변액연금 출시"
"보장성보험 판매를 더욱 강화하고 내년엔 변액연금 시장에도 진입하겠다. 2020년까지 총수입보험료를 지금보다 2배 많은 18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 주로 농협은행 창구를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구조여서 보험설계사 위주인 타사보다 보험료를 10% 낮출 수 있다. 농협은행의 4500여개 점포 중 60~70%가 군소지역에 있는 것도 농협생명의 강점이다."
나동민 농협생명 대표가 출범 직후인 지난해 4월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이다. 나 대표가 공언한 것처럼 농협생명은 올해 안으로 변액연금보험을 출시하고 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10월께 출시할 예정이라는 얘기가 들리지만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변액연금보험 출시를 10월로 못박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올해 안으로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농협생명이 변액연금보험 상품개발에 나서면서 설계사와 일부 농협은행 직원들은 변액연금보험 판매자격증 취득을 준비하고 있다. 변액연금보험 상품은 상품구조가 매우 복잡한 탓에 판매를 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하다.
일단 농협생명 일부 직원들만 자격을 취득한 후 영업을 하게 하고 뒤이어 다른 직원들도 자격증을 따게 해 적극적으로 변액연금보험 판매에 나설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혜택은 받고, 약속은 안 지키고?
이처럼 농협생명의 변액연금보험시장 진출이 가시화되자 생보업계에서는 강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협생명은 지난해 3월 민영보험사로 새롭게 출발했다. 이어 약 1년여만에 생명보험업계 4위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새출발 당시 농협생명은 다른 생보사들과 이른바 '신사협정'을 체결했다. 모든 보험사에 적용되는 방카슈랑스 '25%룰'을 5년간 유예받는 대신 자동차보험과 변액연금, 퇴직연금시장에는 진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
방카슈랑스 25%룰이란 특정은행에서 판매하는 특정보험사의 상품 비중이 25%를 넘을 수 없다는 규정이다. A은행에서 B보험사의 상품을 25% 이상 판매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이 규정은 보장성보험과 저축성보험 모두에 해당된다.
25%룰은 특정보험사가 방카슈랑스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도입됐다. 최근에는 금융지주사 산하 은행에서 같은 계열보험사 상품만 독점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25%룰이 지켜지고 있다.
현재 농협은행에서는 25%룰을 적용받고 있다. 다만 농·축협 지점은 25%룰에서 제외된 상황이다. 전국에 있는 농협은행의 지점은 1181개이며 농·축협 지점은 4519개다.
생보업계에서는 농협은행 지점보다 농·축협 지점의 숫자가 더 많기 때문에 25%룰에서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협은행뿐만 아니라 시골 소도시에 퍼져있는 농·축협 지점이 더 무서운 존재"라며 "이를 통해 거래하는 고객들은 충성도도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농협생명은 보험료 수입을 설계사보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더 많이 올리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 4∼5월 농협생명의 전체 초회보험료는 6899억9000만원인데 이 중 6675억3100만원을 방카슈랑스를 통해 거둬들였다. 설계사를 통해 거둔 수입은 170억8000만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5%룰을 적용받지 않는 농협생명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농협생명이 설계사조직을 키우지 않고 전국에 퍼진 지점망을 이용해 손쉽게 영업한다는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 농협생명의 총 설계사수는 2080명이다. 이 중 실제 대면영업을 주로 하는 설계사(FC)수는 1500여명 정도다.
이 같은 영업조직 규모는 업계 4위라는 농협생명의 수준과는 어울리지 않는다. 현재 농협생명 뒤를 이어 업계 순위 5위인 신한생명의 설계사 규모는 1만856명이다. 농협생명의 설계사 규모는 푸르덴셜생명(2260명)과 비슷하다.
이러한 이유로 업계에서는 농협생명이 탄탄한 설계사 조직을 구축하기보다는 지점의 방카슈랑스를 통해 경쟁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형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보험의 영업력은 설계사 조직에서 나온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농협생명이 설계사가 아닌 방카슈랑스로 영업력을 확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지 실추 '변액연금', 시장 상황은?
보험업계에서는 농협생명이 변액연금보험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쏟고 있다. 변액연금보험이 이미지 실추로 판매가 지지부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4월 금융소비자연맹이 발표한 컨슈머리포트 때문이다. 해당 리포트는 60개 변액연금보험의 납입보험료 대비 실효수익률이 평균 1.5%였으며 이는 물가상승률인 3.19%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의 투자심리는 요동쳤고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생보사들의 변액보험 초회보험료는 1년 전보다 7399억원 줄어든 1조1466억원에 그쳤다.
생보업계에서는 변액연금보험의 이미지 실추가 농협생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생보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에 비해 조금씩 변액연금보험에 대한 초회보험료 수입이 늘고 있다"며 "주가가 저점을 찍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이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