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면과 볶음밥, 만두까지 익숙한 한국 음식이 미국의 생산라인에서 쉴 새 없이 만들어졌다. 공간을 옮길 때마다 구수한 밀가루 반죽과 볶은 밥, 고기와 야채 등 서로 다른 향이 코를 스쳤다. K푸드를 미국에서 만들어 미국 전역으로 보내는 CJ제일제당의 현지 생산 전략이 실제로 돌아가는 현장이었다.
지난 14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을 달려 도착한 CJ제일제당 미국 보몬트 공장은 K푸드의 현지 생산을 뒷받침하는 핵심 거점이다. 공장은 4만1249㎡(약 1만2500평) 규모로 CJ슈완스가 미국에서 운영하는 7개 생산시설 가운데 가장 크다. 2020년 생산을 시작해 현재 만두와 볶음밥, 김스낵, K소스, 누들 등을 생산하고 있다.
본격적인 공장 내부 투어에 앞서 안전모와 보안경, 위생 커버를 착용했다. 반지와 시계, 목걸이 등 장신구는 모두 빼야 했으며 기밀 제조 공정과 장비 보호를 위해 시설 내부 사진 촬영이나 별도의 필기구 반입은 금지됐다.
가장 먼저 마주한 것은 면 생산라인이었다. 밀가루와 물을 섞은 반죽이 기계를 통과하며 얇게 펴진 뒤 국수 형태로 잘려 나와 1인분씩 포장됐다. 이어진 볶음밥 라인에서는 대형 원통 안에서 밥알이 볶아진 뒤 기계를 거쳐 급속 냉동됐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만두 생산라인에서는 성형된 만두가 줄지어 대형 찜기 안으로 들어갔다. 증숙을 마친 만두는 냉각과 포장 공정을 거쳐 완제품으로 만들어진다. 만두 생산 공정의 약 70%가 자동화돼 있으며 원재료 투입부터 포장을 마치기까지 60분가량 걸린다.

이처럼 여러 종류의 K푸드를 생산하는 보몬트 공장은 CJ제일제당의 미국 사업 확대와 함께 몸집을 키워왔다. CJ제일제당은 2019년 슈완스를 인수한 이후 현지 생산·유통 기반을 활용해 미국 식품 사업을 키워왔으며, 현재 미국에서 총 20개의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보몬트 공장 역시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 품목과 시설을 꾸준히 늘려왔다. 현재 만두 4개와 볶음밥 2개, 김 1개 등의 생산라인을 갖췄으며 연간 생산능력은 약 1억2000만파운드(약 6만톤)에 달한다.
생산라인에서 하루 동안 만들어지는 만두의 양은 35만파운드(약 160톤)가 넘는다. 이 가운데 비비고 만두는 25만파운드(약 113톤)에 달한다. 비비고 찐만두(187g)로 환산하면 하루 86만개가 넘는다. 보몬트 공장은 CJ슈완스 전체 만두 생산량의 약 58%, 비비고 만두 생산량의 약 60%를 담당하고 있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만두와 누들, 볶음밥 등을 직접 맛볼 수 있었다. 익숙한 한국 스타일의 음식에 이국적인 풍미가 더해져 색다른 맛을 냈다. 한국 음식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되 맛과 편의성에 현지 소비자의 취향을 반영한 결과다. 닭고기와 고수를 활용한 '치킨&고수 만두'가 대표적이다. 제품 포장에서는 미국 소비자가 중요하게 여기는 편의성을 고려했다.

멜리사 톰슨-트루프 CJ슈완스 아시안식품 제조 담당 부사장은 "한국 음식의 기본 틀을 가지고 현지화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부추와 돼지고기로 만든다면 미국에서는 치킨과 고수를 활용하는 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전략 중 하나는 미국 어디를 가도 CJ의 음식을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보몬트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미국 전역의 대형마트뿐 아니라 학교와 레스토랑, 편의점 등 다양한 채널에 공급된다. CJ제일제당은 미국에서 일반 소매점과 아시안 식품점 등을 담당하는 조직과 학교·레스토랑·편의점 등 푸드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직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비비고 제품은 현재 미국 내 약 6만개 매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K푸드 수요가 늘면서 CJ제일제당의 미국 식품 사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식품 사업 매출은 2020년 3조3286억원에서 지난해 4조9136억원으로 5년 만에 약 50% 늘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2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늘어나는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생산시설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CJ제일제당은 2027년 완공을 목표로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에 부지 면적 57만5000㎡ 규모의 신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북미 최대 규모의 아시안 푸드 제조시설로 만두와 에그롤 생산라인, 물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보몬트를 잇는 새로운 생산거점을 확보해 K푸드를 현지에서 생산·공급하는 기반을 한층 넓히는 셈이다.
톰슨-트루프 부사장은 "우리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고 앞으로도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며 "우리의 목적은 모든 식탁에 다양한 맛을 선사하는 것으로 북미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식품회사가 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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