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생명 계열분리 반대가 우선협상자 변경 원인" 지배적
ING생명 한국법인의 새 주인 후보가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에서 국내 초대형펀드사인 MBK파트너스로 돌아섰다. ING생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동양생명 컨소시엄이 선정됐을 때 시장에서는 조만간 인수계약을 체결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당시 관련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이 은행권과 새마을금고 등 기관투자자들로부터 투자금을 받아 7월말까지 ING생명을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ING그룹과 동양생명 측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지난 3일 ING그룹은 ING생명을 인수할 배타적 우선협상대상자로 MBK파트너스를 택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업계에서는 동양생명의 경영권을 쥐고 있는 동양그룹이 생명의 계열분리를 반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동양그룹, "계열분리 반대"
보험업계에 따르면 동양생명과 보고펀드 컨소시엄은 당초 동양생명의 계열분리를 전제로 2조1000억원에 달하는 ING생명의 전체 인수자금 중 1조1000억원을 지불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동양그룹은 동양생명의 계열분리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분리를 전제로 지불하기로 한 5000억원의 자금투자가 불투명해졌다. 상황이 이렇게 변하자 매각주체인 ING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변경했다는 게 보험업계의 중론이다.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보고펀드다. 보고펀드의 지분율은 60%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기재된 보고펀드와 보고펀드의 계열사가 보유한 동양생명 지분율만 57.6%다. 이에 반해 동양그룹이 가진 동양생명의 지분율은 동양증권이 보유한 3% 뿐이다.
이처럼 동양생명의 최대주주는 보고펀드지만 경영권은 동양그룹과 공동으로 행사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를 가지게 된 것은 동양그룹이 지난 2010년 보고펀드에 지분을 매각할 당시 서명한 계약서 때문이다.
당시 동양그룹은 계열사인 동양메이저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고펀드에 동양생명 지분 46.5%를 넘겼다. 매각과정에서 경영은 공동으로 하기로 했으며 남은 지분과 콜옵션 계약을 이용해 4년 이내에 경영권을 찾아올 수 있도록 했다.
당시 동양그룹은 유동성 부족으로 동양생명의 지분을 매각해야 했지만 그룹 내 위상이 높은 계열사의 경영권마저 넘길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콜옵션과 공동경영권을 통해 지분을 넘겨 유동성은 확보하되 경영권은 방어해 동양생명이라는 그룹 내 최대 수익처의 '주인'자리는 내주지 않을 수 있었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동양그룹의 이해관계가 이번 매각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흘러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동양그룹 차원에서 동양생명을 넘겨주는 것은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며 "보고펀드가 ING생명을 인수하도록 하기 위해 동양생명의 계열분리를 허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ING그룹은 동양그룹이 동양생명의 계열분리를 허용하지 않고, 인수의향서에서 제시한 조건이 달라지자 신뢰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다른 인수의향자들과 협상을 벌였고 최종적으로 MBK파트너스로 변경된 것이다.
한편 동양그룹의 동양생명에 대한 경영권 및 계열분리 여부는 내년이 돼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은 오는 11월30일부터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으며 1년 연장이 가능해 오는 2014년 12월30일까지 콜옵션을 통해 동양생명의 주식을 재매입할 수 있다.
◆MBK, 당국 승인·노조 반대 뛰어넘을까
새로운 인수후보군으로 MBK파트너스가 선정됐지만 관련업계 일각에서는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MBK파트너스는 ING그룹과 인수계약서를 작성한다 하더라도 금융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승인과정에서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라는 점이 부작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MBK파트너스가 사모펀드인 만큼 ING생명 인수에 성공할 경우 이후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내놓아 더 많은 금액을 받고 팔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되면 ING생명 한국법인은 또 다시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새로운 주인을 찾아야 하며 이는 시장에 더 많은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따라서 금융당국이 두 회사간 매매계약을 승인해줄지는 미지수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론스타의 영향으로 국내 M&A시장, 특히 금융업계에서 외국계 사모펀드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불리하다"며 "금융당국이 쉽게 인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유사한 이유로 ING생명노동조합은 MBK파트너스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지난 5월 노조는 성명서를 통해 "MBK는 HK저축은행을 인수한 후 직군 분리를 통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C&M케이블 인수 후에는 하청을 통한 무분별한 분사를 시도했다"라며 "사모펀드의 본능을 숨기지 못하고 있는 MBK가 (ING생명을) 인수할 경우 보험회사의 기반인 노동자를 동반자로 생각하기보다 탄압과 구조조정의 대상으로 여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뒤에서 웃는 '한화생명'
이 같은 인수전 양상에 웃는 곳이 있다. 바로 한화생명이다. 한화생명은 지금까지 ING생명 인수에 매우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투입해 사들이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당초 ING생명 매입금액으로 동양생명은 2조1500억원을 제시했으며 MBK파트너스는 지분 90%를 1조53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화생명은 이보다 낮은 1조5000여억원을 써냈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한화생명은 사장까지 나서 ING생명 인수의지를 밝혀왔다"며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인수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에게 유리한 점은 하나 더 있다. 바로 매각시점이다. ING그룹은 현지인 네덜란드의 정부로부터 100억유로의 공적자금을 받았다. 이 조건으로 올해까지 ING생명 한국법인의 지분 최소 50%를 매각해야 한다. 아울러 오는 2016년까지 전량을 매각해야 한다. 즉,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인허가 등으로 인해 매각이 지연되면 자연스럽게 ING그룹은 한화생명을 찾게 될 것"이라며 "이런 경우 한화생명이 최후의 승자가 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KDB산업은행이 인수금융을 제공하고 사모펀드 운용사인 큐캐피탈파트너스가 여전히 한화생명과 지분투자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93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