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바이(Bye) 코리아' 일색이던 외국인들이 최근 '바이(Buy) 코리아'로 돌아서 시장을 떠받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4일까지 외국인들은 코스피시장에서 총 9거래일간 1조862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개인이 2조624억원어치 순매도세를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물론 외국인들이 며칠 샀다는 점만 놓고 추세 전환을 논하는 것은 이를 수도 있다. 하지만 기간을 조금 더 늘려 지난 7월11일부터 외국인들의 누적 순매수세를 살펴보면 3조7000억원을 넘어선다는 점은 이들이 추세적으로 사고 있음을 짐작케 할 수 있다.
사실상 최근 한국시장 수급의 키는 외국인이 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째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으며, 향후 여력은 어느 정도일까.
일단 시장에서는 S&P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가능성, 여타 신흥국가와의 차별된 경상수지 흑자, 막대한 외환보유고 등을 외국인 순매수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서명찬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더불어 국내 주식시장이 매우 싸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MSCI 기준으로 한국의 12개월 선행 PER은 8.33이며, PBR은 1.02다. 이는 미국(14.16, 2.19)과 일본(13.46, 1.18)에 비해서도 매우 저렴하며, 태평양지역(13.63, 1.30)이나 인도(13.70, 1.93), 필리핀(19.22, 2.93)보다도 낮은 수치다.
서 애널리스트는 "MSCI 기준의 PER이나 PBR로 판단할 때 국내 주식시장은 여타 국가에 비해 큰 폭의 할인을 받고 있다"며 "이런 밸류에이션의 매력은 글로벌 제조업 경기 확장과 더불어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매수를 촉발하고 있다는 판단"이라고 밝혔다.
이어 "수급으로 보더라도 올해 외국인은 여전히 7조원 이상 순매도 상태이기 때문에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재만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이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서 매수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은 포트폴리오 리벨런싱 국면이라는 판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FRB에 국한된 변화이긴 하지만 통화정책이 변하는 시기이며 국가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국내의 경우는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럽과 중국의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에 빗대어 생각해보면 한국이라는 기업은 돈을 벌고 있고, 인도와 인도네시아라는 기업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돈을 벌고 있는 한국이라는 기업이 포트폴리오 리벨런싱에서 상대적인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즉 유럽과 중국 등 '선진국'들의 경기가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이 외국인들의 매수 관심 대상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의 매수 여력은 얼마나 될까. KB투자증권 문정희 이코노미스트와 박세원 애널리스트는 외국인들의 국내 주식에 대한 매수 여력은 15조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주목해야할 점은 MSCI 이머징 인덱스(이하 MSCI EM)다. 지난 7월과 8월 MSCI EM의 한국시장 비중은 총 1.3%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1년간을 살펴보면 총 2회를 제외하고 MSCI EM의 비중변화와 외국인 순매수의 흐름이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박 애널리스트는 지적했다.
그는 "보수적인 추정으로 MSCI 이머징 인덱스를 추종하는 자금은 전체 1400조원 수준으로 예상된다"면서 "산술적으로 단순 계산해도 1400조원의 0.9%면 14조원 수준의 자금이 이머징 국가들간의 리벨런싱을 통해 한국으로 유입돼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9월 전반으로 넓게 시야를 돌렸을 경우 외국인들의 스탠스가 변화할 가능성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임동락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매크로 개선 기대를 반영한 외국인 매수 포지션이 유효해 보이지만 FOMC 영향권에 진입하는 다음주부터는 리스크 회피 성향이 강해질 수 있어 관망심리가 우세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차별적 매력에 기반한 리밸런싱이 상당부분 진행됐고, 가격 메리트 역시 하방경직성 확보를 통해 약화됐다"고 밝혔다.
이어 "향후 외국인 매수 강도가 둔화되며 중립적인 포지션으로 선회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하며, 반등 탄력 또한 둔화될 수 있다"면서 "외국인들의 스탠스 변화가 감지될 경우 기존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 접근에서 중소형주로 관심을 옮길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