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기업들은 인문학에 참 관심이 많다. 유명 작가와 교수들을 불러 인문학 특강을 진행하기도 하고, 고전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한다. 게다가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겠다며 채용기준에 인문학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 열풍의 배경에는 애플이 있다. 스티브 잡스는 맛집 레시피를 공개하듯 애플의 제품들이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태어났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문학을 통해 통찰력을 키워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고, 당장 혁신에 이를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맛집 레시피를 알아냈다고 해서 당장 맛집이 될 수 있을까?

그나마 인문학을 잘 활용하고 있는 분야 중에 하나가 바로 광고일 것이다. 한 회사는 기존의 기능성을 강조하던 광고 대신 인문학적 감성이 물씬 풍기는 광고를 제작했다. 사람들이 제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담아낸 그 광고는 꽤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연이어 터진 품질불량과 그에 대한 불성실한 대응 자세로 인해, 그 감성적인 광고는 인터넷상에서 조롱거리로 전락해 버렸다. 요리로 치자면 플레이팅(요리를 보기 좋게 내는 것)에 신경 쓴 나머지 기본 간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셈이다. 이제는 스티브 잡스의 환상에서 빠져 나와, 인문학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문학을 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그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볼 시기이다. 이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인문학은 행복한 놀이다>라는 책을 살펴보자.

저자는 인문학을 ‘사람을 다루는 학문이자 인생에 대한 학문’이라고 정의한다. 인문학이라는 것이 소수의 지식인들만 할 수 있는 어렵고 딱딱한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늘 하는 ‘사는 얘기, 사람 얘기’가 다 인문학에서 다루는 소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문학은 공부가 아닌 즐거운 놀이처럼 즐겨야 한다고 말한다. 인문학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문학적으로 생각하고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인문학 놀이’에 동참할 것을 우리에게 제안한다.

그렇다면 먹고 살기도 바쁜 우리들이 인문학을 왜 굳이 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는 인문학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뿐 아니라, 절대로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는 인문학이 삶의 진짜 가치를 가르쳐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우리의 삶에 가장 작으면서 일상적인 변화를 일으키게 되고, 그 결과 우리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삶의 가치를 알게 되고, 이를 통해 우리의 삶이 좀 더 행복하게 변화할 수 있기에 인문학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루시 모드 몽고메리의 <빨간머리 앤>을 통해 ‘부모’를, 철학자 레비나스의 <시간과 타자>를 통해 ‘이별’을, 만화 <미스터 초밥왕>을 통해 ‘공부’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인문학 놀이를 한바탕 벌이지만, 전편에 흐르는 주제의식은 일관적이다. 왜곡되고 가려져 있는 본질을 마주하고, 주체적인 내가 되어 당당히 맞서라는 것이다. 혹자에게는 이상적이고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본래 진리라는 것은 이토록 단순하고 명확하다. 이러한 진리가 일상 속에 작은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결국 우리의 몫인 것이다.

인문학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보물상자가 아니다. 기업들로선 사람이 중심에 있는 인문학의 본래적 가치에 공감하고, 그것이 조직 문화에 스며들도록 해야 비로소 본래 추구했던 목적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김무영 지음 | 사이다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