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사실과는 다르다. 피터 드러커는 경영철학자나 경영사상가로는 대가임이 분명하지만 작금의 경영학이 추구하는 과학적 연구의 관점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또한 엄밀한 의미에서 ‘학술지’라기보다는 학문적 연구성과와 경영현장 사이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의 저널에 가깝다. 그리고 비즈니스 스쿨에서 잘 나가는 교수가 되려면 강의보다는 논문 업적을 계속 쌓아야 한다. <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는 이런 오해를 불식시키고, 실제로 경영학자들이 현재 어떤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최근 경영학의 흐름은 어떠한지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세계 경영학계의 최신 동향과 연구방향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여러 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 한 가지를 꼽자면 ‘조직의 기억력’에 관한 주제를 들 수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은 인간은 경험을 통해 지식을 학습하며 성장해나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런 인간들이 한데 모인 집합체인 ‘조직’의 경우는 어떨까. 조직도 경험을 통해 학습을 할까? 만약 그렇다면 조직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여기, 100명이 있는 조직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100명이 개별적으로 학습한 경우와 100명이 하나의 조직을 형성해 학습한 경우 각각 지식의 총량은 과연 어느 쪽이 더 많을까. 이와 관련해 경영학자들은 ‘분산기억’이라는 개념을 고안해냈다. 분산기억이란 ‘조직 전체가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가’(What)가 아니라 ‘조직의 구성원들이 서로 누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아는 것’(Who knows what)을 말한다. 개인은 분산기억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의 기억력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분산기억을 잘 활용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사회심리학자 다니엘 웨그너(Daniel wegner)는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남녀 커플 59쌍을 대상으로 절반은 그대로 두고, 나머지 절반은 무작위로 짝을 바꾸게 했다. 그러고는 ‘기억력 게임’을 실시했는데 과학, 음식, 역사, 방송 등 7가지 주제의 단어를 주고 각 남녀가 자신이 암기할 단어를 스스로 정하게 했다. 즉, 두 사람은 상대가 어떤 주제의 단어를 기억하고 있는지 알지 못한 채 얼마나 많은 단어를 기억하고 있는지 테스트 받은 셈이다. 결과는 커플의 완벽한 승리였다. 서로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암기해야 할 단어를 지정해줬더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는 사실이다. 서로를 잘 아는 커플이 오히려 서로 잘 모르는 커플보다 암기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단어 지정이 분산기억의 혼란을 가져왔다는 것을 뜻한다. 이는 곧 역설적으로 분산기억의 존재를 반증해준다.
결론적으로 조직의 학습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분산기억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말한 ‘Who knows what’, 즉 조직 내 정확한 정보 공유가 필수적이다. ‘부문중심주의’(Sectionalism)를 벗어던지고 각 개인과 부서가 가지고 있는 지식에 ‘인덱스 카드’를 붙여 지식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 에이지21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