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평균연비 미달 제조·수입사 과징금 부과' 방침에 따르면 올해부터 리터당 17km의 평균연비 기준에 미달하는 차량에 1㎞/ℓ당 8만2000원의 과징금이 부과된다.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감축하기로 한 목표를 지키기 위해 연비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A제조업체가 1년 동안 평균연비 기준에 1㎞/ℓ 미달한 차량을 10만대 판매했다고 가정할 경우 과징금은 82억원이 되며 5km/ℓ로 미달 기준을 늘리면 410억원까지도 부과될 수 있다는 뜻이다.
차량 제원을 살펴보니 현대차 에쿠스가 8.1~8.9㎞/ℓ, 기아차 K9은 9.3~9.6㎞/ℓ, 르노삼성 SM7이 9.4~10.2㎞/ℓ다. 유명 대형차 모두 평균연비 기준에 한참 미달되는 수준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이제 큰일 나겠구나' 싶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단다. 국내 자동차업체 모두 이 기준을 충족한다는 것. 이 무슨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일까.
이는 정부가 과징금 부과기준으로 삼은 기준연비 'ℓ당 17km'가 소비자들이 알고 있는 표시 연비가 아닌 자동차회사가 자체 측정한 측정 연비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델별로 과징금을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 평균 연비로 개별기업에 부과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징금을 피해갈 공산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각 회사가 자체적으로 책정한 자가 인증 방식으로 업체별 평균 연비를 계산할 경우 정부의 과징금 부과기준에 미달하는 업체는 하나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결국 정부는 환경을 생각하는 정책을 시행하는 것처럼 생색만 냈을 뿐 실효성은 하나도 없는 전시행정을 펼친 셈이다. 가뜩이나 표시연비와 실제연비의 차이가 많아 소비자의 불만이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의 방침은 불 난 집에 부채질한 꼴처럼 보인다.
뿐만 아니다. 실제 과징금이 부과된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의 근심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업체들이 과징금을 핑계 삼아 그만큼 차량가격을 더 올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래저래 정부의 현 정책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진정 친환경 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매번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진실은 저 너머에 감춰져 있는 '진짜 연비'부터 밝혀 공개하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1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