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길은 계획으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우연이 문화적 필연과 만나면서 한 걸음씩 만들어진 것이다. 마치 구비구비 낮은 지붕들을 돌아 나가는 어느 시골의 마을길처럼 말이다. 문화사는 구비구비 굽어진 역사의 길을 만들어낸 삶의 방식을 하나씩 들쳐보면서 왜 이 길이 이리로 지나가게 됐는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때로는 길이 만들어낸 삶을 이해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신간 <18세기의 맛>은 이러한 문화사를 읽는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그렇다면 이런 미각의 구조의 변화는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 답은 인간의 욕망에서 찾을 수 있다. 사회구조를 반영해 욕망이 변화하기도 하지만, 욕망이 먼저 변해 사회구조를 바꾸기도 한다. 욕망은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 <18세기의 맛> '버터, 섬세한 맛의 승리' 中
다시 말해 역사의 길이란 인간 욕망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맛이란 욕망의 다른 이름 가운데 가장 본능적이며 가장 강렬하다. 그렇기에 맛에 대한 추적은 욕망, 즉 인간의 보편적 본성에 대한 가장 확실한 표지를 따라가는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그렇다면 왜 18세기일까. 이 글을 엮어낸 저자들이 ‘한국18세기학회’라는 이름으로 모여 연구활동을 이어온 데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실 문화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시대는 18세기뿐만은 아니었다. 중세로 넘어가는 시기도 그랬을 것이고, 르네상스 시대도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18세기는 근현대 문화의 태동기였다는 점에서 다른 시대와는 변화의 양상이 조금 다르다.
이때는 개인의 욕망이 지상의 이념이 되는 모습이 처음으로 나타난 시기였다. 욕망이 사회를 변화시키는 가장 리얼한 모습을 저자들은 맛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맛은 개인의 자율적 욕망을 여실히 드러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욕망을 추구하고 소비를 과시하는 취향의 대중화’라고 18세기를 규정하며 접근하는 <18세기의 맛>은 문화현상을 통해 역사를 보려는 그 어느 책보다 생생하게 혀끝의 욕망을 담아내고 있다. 음식과 관련한 18세기 동서양의 그림은 물론 신문기사, 삽화 등을 통해 시각적으로도 잘 전달하고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안대회 외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1만8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