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돈을 맡긴 금융회사가 문을 닫는 비상상황이 발생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2011년 부산저축은행, 2013년 동양그룹 사태 등으로 수많은 투자자들이 '믿었던 도끼'에 발등을 찍혀 재산을 날렸다. 잇단 금융사고로 금융회사에 대한 신뢰가 추락한 이즈음, 금융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위기관리 매뉴얼'이 나왔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와 이영희 법무법인 미담의 손해사정사가 공동으로 펴낸 <금융상품에 사인하기 전에 알아야 할 모든 것>을 통해 금융회사별 위기관리 매뉴얼을 짚어본다. 송 이사는 7년여 전 <금융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을 통해 금융회사와 금융상품 뜯어보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자산관리 전문가. 이영희 손해사정사는 10년간 종합병원 간호사로 일하며 쌓은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보험 똑소리나게 가입해 제대로 보상 받는법'에 대해 알려준다. 
 
◆생사 위기 골든타임… 버릴 것과 취할 것 구분하기
 
#1. 지난 2011년부터 동양그룹 채권에 투자했던 최모씨. 처음에는 안정성 여부를 체크했지만 별 문제없이 이자가 지급되고 원금이 상환되면서 불안감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원금을 상당부분 날릴 위험에 처했다.

#2. 직장인 정모씨는 지난해 동양그룹이 불안하다는 소식을 듣고 동양생명의 즉시연금을 서둘러 해약했다. 원금 5억원의 약 4%인 2000만원의 적지 않은 손해가 발생했지만, 동양생명이 잘못되면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걱정에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금융시장을 출렁이게 했던 동양사태와 관련된 '투자자들의 잘못된 대응사례' 중 일부다. 증권사가 발행한 회사채나 후순위채권은 부실징후가 보이면 가장 먼저 팔아야 할 대상이다. 특히 후순위채권은 원리금 상환 순위에서 일반 회사채에 밀리기 때문에 타격이 더 큰 만큼 우선적으로 처분해야 한다.
 
송승용 희망재무설계 이사(오른쪽)와 이영희 법무법인미담 손해사정사. /사진=류승희 기자
그러나 동양생명의 보험상품은 그 성격이 다르다. 동양생명은 동양그룹 사태가 터지기 2년6개월 전인 2011년 3월 이미 동양그룹에서 떨어져나간 상태였으며 재무구조도 안정적이었다. 정씨가 제대로 알았더라면 원금 손해를 감수하면서 계약을 해지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을 것이다.
 
송승용 이사는 "지금은 양호한 상태로 보이는 금융회사에도 예기치 않은 위기가 올 수 있다"며 "항상 최악을 가정하고 비상대피훈련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위기가 발생해도 생존 가능성이 높은 골든타임을 잘 활용하기 위한 위기관리 매뉴얼을 평소에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증권사 = 펀드, CMA, ELS, 후순위채…. 거래하던 증권사에 위기징후가 보인다면 어떤 것을 가장 먼저 처분해야 할까. 답은 ① 후순위채 ② ELS다.

증권사가 부실해지면 돈을 못 받을 가능성이 높은 회사채나 후순위채의 처분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후순위채보다는 순위가 앞서지만, 자금회수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ELS(주가연계증권)와 DLS(파생연계증권)도 환매해서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 따라서 ELS와 DLS는 우량한 증권사에서 발행하는 상품에 한해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머지 자산들은 위기징후가 보이거나 위기가 발생해도 서둘러 처분할 필요가 없다. 주식과 펀드, CMA 등은 증권사의 고유계정과는 별도로 분류돼 관리된다.
 
▶은행 = 일반기업이나 다른 금융회사에 비해 은행이 안전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시중은행 중 상당수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당시에는 대표적 시중은행이었던 상업은행·조흥은행·서울은행·한일은행 등이 망할 것이라고 염려를 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만일 이들 은행이 발행했던 후순위채를 '설마 은행이 발행한 채권인데 잘못 되겠어?'라는 생각으로 샀다면 한푼도 돌려받지 못했을 수 있다. 
 
은행에 부실징후가 보이면 가장 먼저 팔아야할 것은 역시 후순위채권이다. 예금은 만일을 대비해 예금자보호 한도인 5000만원(이자 포함) 이내로 맡기는 것이 안전하다. 은행에서 가입한 펀드나 보험 등은 해당 은행이 부실해져도 정상적으로 운용되고 관리되므로 굳이 손댈 필요가 없다. 
 
은행보다 부실위험이 높은 저축은행과 거래할 때는 후순위채권 투자는 매우 신중하게, 예금한도는 5000만원 이내로 맡기는 것이 기본. 저축은행의 영업이 정지되더라도 신속하게 찾을 수 있는 가지급금 한도(2000만원 이내)로 넣어두는 게 더 안전하다.
 
 ▶보험 = 보험은 장기상품인데다 해약 시 원금손실 등이 따른다. 따라서 어느 금융상품보다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그간 정부는 '보험계약이전제도'를 통해 부실 보험사의 계약을 우량보험사로 이전시켜 가입자의 피해를 차단해왔다. 이미 가입한 보험이라면 해당회사에 부실징후가 나타나도 손해를 보면서까지 해약할 필요가 없는 것. 또한 변액보험의 경우 보험사가 부실해져도 수탁은행에서 안전하게 보관하므로 보험사의 자산건전성보다 가입한 펀드의 운용수익률에 더 신경 쓰는 것이 현명하다.
 
보험가입 전 알아둬야 할 '무늬만 보험' 거르는 법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딱 두 부류로 나뉜다. 실손의료비보험에 가입한 자와 가입하지 못한 자다."
 
금융상품 가운데 특히 복잡하고 어려워 옥석을 가리기 힘든 보험에 대해, 간호사 출신의 이영희 손해사정사는 냉철하고 간결하게 정의 내린다. 단 한개의 보험을 선택해야 한다면 종신보험이나 CI보험보다 실손의료비보험을 택하라는 것.
 
그는 "실손의료비보험 가입자는 부담 없이 비급여치료에 해당되는 검사와 치료법을 적용할 수 있어 더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추천하는 특약도 있다. 일상생활배상책임특약과 자동차상해특약이다. 일상생활배상책임 특약은 약 1000원만 내면 타인에 보상해야 할 일이 생겼을 때 최고 1억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으며, 자동차보험 중 자동차상해특약에 가입하면 자신의 실수로 사고가 나서 타인이 많이 다친 경우 자기신체손해특약보다 폭넓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는 보험계약 전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한 부분을 보험사에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도 거의 없다고 말한다.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답변할 때는 '질문'에만 답하라는 것. 지나치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상태를 알리다보면 오히려 보험가입이 어려워지거나 보험료가 비싸질 수 있다는 조언이다.

아울러 그는 "똑같은 보험소비자라도 보험사에 따라 가입이 가능한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한 보험사에서 거절을 당하게 되면 그 정보가 공유돼 원래 가입이 가능했던 보험사에서도 가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