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는 곤충의 눈과 새의 눈을 모두 갖고 있어야 한다." 권선주 기업은행장이 지난 13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머니위크>와의 인터뷰에서 강조한 말이다.

독서광으로 잘 알려진 그는 인터뷰 서문을 하마구치 다카노리가 쓴 <사장의 일> 내용 중 일부를 꺼내면서 시작했다. 저자는 <사장의 일>을 통해 먼 곳만 보는 사람은 '가까운 곳'에 발이 걸려 넘어지고 가까운 곳만 보는 사람은 '먼 곳'에 있는 적에게 공격을 받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는 이 두가지를 모두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은행장은 미시경제와 거시경제를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일로 그는 '내실성장'과 '글로벌 100대 은행 진입'을 꼽았다. 이를 위해 권 행장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는 창조금융 활성화다. 그는 현재 ▲기술평가 역량 강화 ▲지적재산권(IP) 금융 활성화 ▲문화콘텐츠산업 육성 ▲창조금융 등을 핵심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직원 직언 경청하는 진정한 '소통 행장'

권 행장은 행복한 직장을 만들기 위해 임직원과의 '소통' 강화에도 노력하고 있다. 그가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카카오톡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개인 신상문제, 회사 정책이나 조직문화에 대한 제안 등을 우체통에 넣으면 행장실로 직접 배달되는 '소통엽서' 시스템을 만든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그는 "직원의 의견을 많이 듣고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서 "고객감동과 기업은행의 발전은 결국 직원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업무과정에서 직원들 간에 뜻하지않는 불협화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러나 권 행장은 이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지성인이 모이면 의견 충돌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권 행장의 의견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직언을 경청하기 위해 노력한다.

 
/사진=머니투데이 이기범 기자
권 행장은 "배가 거센 파도를 만날 때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게 때론 안전하다"면서 "직원들이 올바른 이야기를 하거나 직언을 하면 이를 최대한 반영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문화로 자리 잡은 '원샷 인사' 관행도 유지할 계획이다. 다만 인재 등용을 위해 원샷 인사 관행에서 부족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으면 조금씩 바꿔나갈 계획이다. 좋은 제도는 계속 이어가지만 그 과정에서 권 행장만의 색깔을 입힌다는 의미다. 다음은 권선주 행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지점 합병에 나서는 은행들이 많은데, 기업은행 계획은?

▶지점 축소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가장 좋은 복지가 일자리 창출이라고 하는데 이를 역행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기업은행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3269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기대 이상의 수치다. 이는 모든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점 재배치는 있을 수 있다. 수도권에 편중된 지점을 지방으로 늘리는 계획을 고민 중이다.

- 최근 주력하는 분야는?

▶기술금융과 문화콘텐츠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50억원 규모의 IP사업화자금대출을 중소기업에 지원했다. 기술금융은 기술력은 우수하지만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금융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특허·실용신안 등 우수 IP를 보유한 기업을 집중 발굴해 대출과 투자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기술평가팀이 속해 있던 IB지원부의 명칭을 기술지원부로 바꾸고 기술평가팀도 기술금융팀으로 변경했다.

- 문화콘텐츠는 어떤 사업인가.

▶물적자원은 부족하지만 창의적인 인적자원이 풍부한 우리나라에 가장 어울리는 최적의 산업이다. 가장 큰 장점은 부가가치가 높고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그동안 관련 산업에 지원한 분야는 영화 <설국열차>, <베를린>, <7급 공무원>, 뮤지컬 <레미제라블>, <지킬앤하이드> <뽀로로> 등 수십여편에 달한다. 앞으로 2016년까지 문화콘텐츠산업에 매년 2500억원씩 총 7500억원을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단기수익 목적보다는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우수 문화콘텐츠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 첫 여성 행장으로서 부담되는 일이 많을 것 같은데.

▶처음 행장으로 선임됐을 때 리더십이 약하다는 얘기가 많았다. 내부직원들도 기대보다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더 들으려고 애썼다. 직원들과의 소통을 더 많이 하고 접촉하면서 내·외부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지금은 그런 우려가 많이 줄어든 것 같다(웃음). '왕이 되려거든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무거운 직책을 맡았으면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견뎌야 한다는 의미다. 이제는 어떤 난관이 와도 흔들리지 않고 이겨낼 자신이 있다. 
 
☞ 권선주 행장 프로필

▲1956년 전주 출생 ▲1974년 경기여고 졸업 ▲1978년 연세대 영문학과 졸업, 기업은행 입행 ▲1998년 방이역지점장 ▲2005년 CS센터장 ▲2009년 외환사업부장 ▲2010년 중부지역본부장 ▲2011년 카드사업본부장 ▲2012년 리스크관리본부장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