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펀드 하나 드세요!" 최근 한 대형증권사를 찾은 주부 박모씨(40)는 상담직원으로부터 유럽펀드 가입을 권유받고 고민에 빠졌다. 국내 주식형펀드와 더불어 분산차원에서 해외펀드에 가입한다면 우선 유럽펀드에 관심을 가져보라는 것. 박씨는 "이전부터 유럽펀드가 유망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지금 가입하는 것이 뒷북은 아닌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달리는 말'. 요즘 유럽펀드를 보면 떠오르는 단어다. 2011년 유럽발 재정위기로 전세계 금융시장을 떨게 만들었던 유럽증시가 최근에는 '고평가' 우려가 나오는 등 입지가 180도 변했다. 최근 2년간 순조로운 수익률을 쌓아가며 전세계 투자자의 돈을 끌어 모으고 있다.

 

◆ 유럽펀드는 환매 무풍지대?


올 들어 국내외 펀드시장에는 연일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시장이 조금만 회복세를 보이면 어김없이 불어오는 환매바람에 자금이 우수수 떨어져나갔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5월29일까지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무려 4조1919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같은 기간 해외펀드에서도 8348억원이 유출됐다.


그러나 끊임없는 환매 바람 속에서도 유럽펀드는 굳건했다. 올 들어 유럽주식형펀드에는 3782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지난 한달간만 514억원의 자금을 끌어당겼다. 최근 글로벌 자금시장의 이동 중심이 유럽으로 옮겨가는 분위기다.


유럽시장에 자금이 몰려드는 이유는 뭘까. 우선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꼽힌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미국증시가 많이 상승하면서 상대적으로 유럽지역의 추가 상승여력이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미국이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테이퍼링에 돌입하자 글로벌자금이 추가부양이 기대되는 유럽증시를 주목한다는 분석이다.


이승현 에프앤가이드 연구원은 "유럽중앙은행(ECB)에서 6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로 함에 따라 유럽의 경기회복에 기대감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최근 중국에서 유로존의 경기부양책에 따라 유럽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점 역시 유럽시장에 호재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유럽펀드는 수익률 면에서도 꾸준한 '플러스 행진'을 기록 중이다. 올 들어 해외주식형펀드는 평균수익률 -3.09%를 기록했지만 유럽주식형펀드는 평균 3.49%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1개월(1.16%), 3개월(1.16%) 등 단기수익률뿐 아니라 3년(28.81%), 5년(64.91%) 등 중장기수익률도 모두 플러스 흐름을 잇고 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을 살펴보면 '우리유럽배당증권투자신탁 1[주식]ClassC1'(5.32%),'KB스타유로인덱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파생형)C-직판'(5.23%), '신한BNPP유로인덱스증권투자신탁 1[주식-파생형](종류C-e)'(5.21%) 등이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 고평가 우려… 연내 추가상승


유럽펀드에 지금 올라타도 좋을까. 금융전문가들의 답은 대체로 'OK'다. 유럽증시가 최근 회복된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글로벌마켓전략실 연구원은 "최근 유럽의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증시가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하반기 전망은 밝다"며 "하반기에 스페인·이탈리아 등 위기에 처했던 나라들이 정상화에 들어가면서 유럽시장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증시의 고평가 우려에 대해 "완화적 통화정책이 곧 버블과정이기에 고평가 논란은 계속 나올 것"이라며 "다만 독일 중심의 경기회복세가 확연하고 미국과 유로존이 동반성장하면서 유럽투자의 매력은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이 유럽증시의 전망이 밝다고 해도 적정한 눈높이 설정은 필수다. 특히 유럽증시를 밀어 올리는 주요 힘이 유동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는 유럽투자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고 고수익을 추구하는 군중심리가 일순간 반전되며 유럽 자산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전주지점장 역시 "아직 실물지표가 확연히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의 힘에 의해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유동성은 쉽고 빠르게 옮겨 다니는 특성상 7~8%의 수익률이라면 수익을 실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 지점장은 이어 "ECB의 통화정책 및 발표되는 주요 거시지표(성장률·소비지표 등)를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표들이 상승전환되는 것이 확인된다면 지역적인 사이클상 2년가량 보고 투자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펀드 내에서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김 지점장은 "유럽펀드도 서유럽, 동유럽, 특정국가 등 펀드별로 투자지역이 각각 다르다"며 "지금 동유럽이 살아나는지 서유럽이 살아나는지를 확인하고 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유럽지역 내에서 그동안 많이 상승하지 못했던 동유럽을 중심으로 상승 탄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환헤지 여부도 체크해야 한다. 김 지점장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한다면 환변동성의 불확실성이 제거된 환헤지형 펀드가 유리할 수 있지만 장기로 투자한다면 원화약세에 베팅하는 환노출(환헤지 안하는 펀드)형 펀드가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