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에 대한 인기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수능 다음으로 응시자가 많은 시험이 9급 국가직시험일 정도다.

지난 4월11일 전국 시·도 지방공무원 임용시험 응시원서를 접수하는 '자치단체 통합 인터넷원서 접수센터'는 시험 접수마감을 앞두고 수험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때 전산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다.

지난 4월19일 치러진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은 선발 예정인원 3000명에 19만3840명이 몰려 64.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중 행정직은 63.8대 1, 기술직은 75.8대 1로 기술직 경쟁률이 더 높았다.

모집단위별로 보면 행정직 중 행정(교육행정:일반)의 경우 16명을 선발하는데 8575명이 지원해 535.9대 1, 기술직 중 시설(건축:일반)의 경우 3명 선발에 1821명이 지원해 607대 1이라는 놀라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렇게 경쟁률이 높으면 실력만으로 합격할 수는 없다. '운', 그것도 하늘이 내려준 '천운'(天運)이 따라야 한다.

국가직 7급 필기시험은 오는 7월26일 전국 17개 시·도에서 일제히 실시되는데 730명 선발에 6만1252명이 접수, 평균 83.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행정직은 92.7대 1(2013년 127대 1), 기술직은 49.1대 1(2013년 60.8대 1)을 나타냈다. 지난해 총 630명 모집에 7만1397명이 접수해 11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다소 하락한 것이다.

이는 공채 7급과 9급을 동시에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올해는 9급 시험이 먼저 시행됨에 따라 7급 응시를 포기하는 사람이 늘어나 전년대비 지원자 수가 다소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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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준비, 고등학생도 '열풍'

공무원시험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현상은 수년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가직 9급 공무원시험에 사상 최다인 20만4698명이 몰려 경쟁률이 74.8대 1에 달했다. 지난 2012년의 경쟁률도 72.1대 1 이었다.

지난해부터 9급 시험과목이 변경됐는데, 고교이수과목이 9급 시험과목으로 편성됐다. 이에 따라 고등학생 사이에서도 공무원시험 열풍이 불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난해의 경우 18~19세 응시자가 3261명이나 됐다. 공무원시험의 응시연령 상한선이 폐지돼 40대, 50대 지원자도 많아지는 추세다.

올해 40~49세 지원자는 총 지원자의 6.3%인 3842명으로 지난해 3691명(5.2%)보다 늘었다. 50세 이상인 지원자도 350명으로 지난해 312명보다 증가했다. 전체 지원자의 평균연령은 지난해 29.6세에서 올해는 29.9세로 30세에 바짝 다가섰다.

이미 일반기업에 취업한 직장인 중에서도 공무원시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또한 대학졸업과 동시에 기업체에 취업이 됐음에도 부모의 권유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공무원은 주로 국가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국가직공무원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돼 그 부속기관에서 근무하는 지방직공무원, 서울시청·구청·동 주민센터 등에서 근무하며 서울시 사무를 처리하는 서울시공무원 등이 있다.

국가직이 아닌 지방직의 경우 응시자격이 제한된다. 해당 시도에서 일정기간 이상 거주하지 않았다면 그 지자체가 시행하는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따라서 제주에서 거주하고 제주시와 서귀포시의 기관에서 근무하는 제주 지방직공무원의 지난해 공개경쟁임용 필기시험 경쟁률은 18.16대 1로 다른 지방에 비해 낮았다.


반면 서울시공무원은 거주지역 제한이 없어 전국의 수험생에게 문이 활짝 열려있다. 그만큼 경쟁률도 매우 높다. 최종 2123명을 선발하는데 13만110명이 지원, 61.3대 1의 평균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쟁률 87.32대 1보다 크게 낮아진 이유는 선발인원이 667명 늘어났기 때문이다. 행정직은 78.8대 1, 기술직군은 30.4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경쟁률이 가장 높은 직렬은 행정직의 경우 9급 속기직으로 1명 채용에 205명이 지원, 20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기술직 중에는 보건직 9급의 경쟁률이 260대 1이었다.

한국에서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중 취업대상자는 대학 25만2263명, 전문대학 16만7679명, 산업대학 1만7409명을 포함해 총 48만3702명(2013년 6월1일 기준)이다. 이를 감안하면 취업준비생 중 매우 높은 비율의 인원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셈이다.

◆돈·안정성 택한 취업준비생들

학교졸업을 아예 미루거나 취업 재수·삼수를 불사하면서 각종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취업준비생들이 유명 대기업에 들어가려는 이유는 높은 연봉과 사회적인 네임밸류 때문이다. 반면 공무원이 되려는 이유는 비록 연봉은 상대적으로 낮지만 오랫동안 일할 수 있는 정년보장 때문이다. 즉, 돈과 안전성 중 어느 하나라도 확실하게 잡으려는 심리가 팽배해진 것이다.

올해 초 안전행정부에서 발표한 2014년 공무원 보수(봉급+수당)는 총액기준 지난해보다 평균 1.7% 인상됐다. 매년 한 호봉씩 올라가는 것과 근무성적에 따라 계급이 올라가는 것을 감안하면 옛날만큼 박봉은 아니다.

약 32가지의 다양한 수당제도가 있어 웬만한 중소기업 이상의 소득수준은 된다. 또 자녀학자금이나 주택보조정책 등이 대기업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생활비와 지출을 줄여준다. 그러나 경제적인 면에서 공무원의 가장 큰 메리트로 꼽는 것은 퇴직 이후의 연금혜택이다. 사망 시까지 계속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오래 사는 장수시대로 가면서 더욱 가치가 높아진다.

예전에는 대졸자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9급 공무원시험에도 워낙 많은 사람이 몰리면서 이제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는 것만큼 힘들어졌다. 외환위기가 불어 닥친 IMF 시절, 사기업에서 쉽게 실직 당하고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세대를 본 자녀세대가 취업전선에 나서면서 직업의 안정성을 최우선시하는 현상이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이다.

더욱이 최근 인력시장에서 노동의 유연성이 강조되고 기업은 양극화로 인해 최상위 대기업이 아닌 이상 기업 자체의 생존력이 불안해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고용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게다가 아직은 우리나라의 사회복지가 서구처럼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실직 이후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로 국가와 사회가 어렵거나 경기가 좋지 않을 때 안정성이 보장되는 공무원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 중 공무원의 본질인 국민을 위해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공무원을 선택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공무원으로서 적합한 소질을 지닌 사람이 수행할 업무의 특성에 필요한 자질을 쌓으며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것이다.
 
◆산업계, 두뇌·공무원 심성 갖춰야

공무원은 고시로 불리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만큼 기본 두뇌가 갖춰져 있다고 봤을 때 올바른 심성을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반면 산업계에서는 기술의 변화가 빠르고 기업 간 생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대이므로 우수한 두뇌가 더욱 요구된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이 공무원으로 몰리는 현상을 탓하지만 말고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사회를 분석해 치료하는 것이 현명하다. 공직사회의 무능과 '관피아'(官+마피아)로 대변되는 문제가 거론되자 5급 공채(행정고시) 선발인원을 절반으로 대폭 줄이고 민간 경력자를 채용하겠다는 방안이 발표됐다. 개방형 공무원 대거 채용에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방법의 확립이 필수 선행조건이 돼야 한다.

한국의 공무원시험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제도로 인정받고 있다. 또 공직사회의 문제는 제도의 문제가 아닌 사람의 문제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공무원 스스로 변할 수밖에 없는 운영방안 마련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3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