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인터스'(Painters)라는 이름의 밴드가 있다. 음악을 하는 그룹명이 '화가'란다. 이들의 롤모델은 어느 팀일까. 사실 밴드를 이해할 때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그룹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음악색깔이나 지향점을 파악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된다. 그러나 이 화가들한테는 롤모델이 없다.
롤모델이 없다보니 딱히 하고 싶은 음악도 없다. 그냥 들으면 '아~ 페인터스 노래구나'라는 말을 듣는 것이 꿈이란다. 하고 싶은 음악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면 뭐든지 하고 싶다는 열정이 느껴진다.
◆한번 놀아본 사람들의 '의기투합'
페인터스 멤버들은 팀 결성 전에 다른 팀에서 활동한 바 있다. 초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보컬 박래원은 라온제나의 멤버였으며 김영우(기타)는 팝레코드하우스에 몸담은 바 있다. 원섭(드럼)은 해브어티에서 활동했으며 최정민(베이스)은 KBS 2TV <탑밴드2>에 출연했다.
지난해 초 결성된 페인터스는 각기 활동하던 중 페스티벌 등에서 만나 새로운 팀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 중심에는 보컬 박래원이 있었다.
"활동을 하면서 우연히 영우를 만났고 이어 섭이 형을 만났어요. 처음에는 서로 연락처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새로운 팀을 결성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3명이서 한팀을 꾸리게 됐어요."
이들은 각자의 팀에 지쳐 있었다. 음악이 좋아 뭉쳤지만 잦은 다툼으로 상처를 받았던 것. 그러던 중 박래원은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었고 원섭과 김영우와도 의견이 일치했다. 박래원은 "누가 시켜서 하는 음악이 아닌 좋아서 하는 음악을 하자는 의견이 일치해 팀을 결성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밴드의 구심점이라고 할 수 있는 베이스를 구하지 못했다. 베이스는 밴드음악에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 포지션이지만 베이스가 없으면 음악이 뭔가 빠진 것 같은 허전한 느낌이 든다. 가장 드러나지 않는 포지션이라는 이유에서 베이스를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뮤지션이 드문 게 현실이다.
팀의 막내이자 베이스 최정민은 동영상을 통해 영입했다. 박래원은 인터넷에 베이스 구인광고를 냈다. 우연히 이를 본 최정민이 이력서를 낸 것이다. 이력서를 본 페인터스 멤버들은 최정민의 연주 동영상을 보고 하나같이 "얘는 무조건 잡아"라고 외쳤다. 팀의 맏형 원섭은 그때의 느낌을 아직도 기억한다.
"정민이가 연주하는 동영상을 보고 실력이 출중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특히 강하면서 부드러운 그런 느낌의 베이스가 완전 저희들을 매료시켰죠."
◆"일상을 그림으로 표현한 음악"
페인터스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이 이름은 김영우와 박래원이 만들었다. 이 둘은 팀에서 작곡과 작사를 가장 많이 하는 멤버다.
"저는 음악을 쓸 때 어떤 감정이 떠오르면 머리 속으로 그림을 그려봅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음악으로 만들어요. 어느 날 이러한 저의 감정을 팀이름으로 표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죠. 멤버들이 찬성해줘서 다행이었어요."
이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다. 우리 일상을 머릿속에 그림으로 그려 음악으로 표현하듯이 뭐든지 그려내고 싶을 뿐이다.
"우리의 음악을 어느 하나의 장르로 표현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저희를 팝밴드라고 불러줬으면 좋겠어요. 멤버 혹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을 그때그때 음악으로 표현해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을 뿐이지 '우리는 꼭 이 장르의 노래만 해야 해'라는 것은 없어요."
그래도 닮고 싶은 그룹이 있을 것 아니냐는 추궁에 원섭은 "노래를 딱 듣는 순간 '페인터스 노래구나'라고 대중이 받아들인다면 성공한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페인터스의 대표곡은 '카페테라스'(Cafe Terrace)다. 이 곡 역시 보컬 박래원이 여자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위로를 머릿속에 그리다 탄생한 곡이다. 그는 "어느날 문득 카페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보고 세상을 사는 사람들 모두 힘든 것이 있으니 맘껏 울고 털어버리라는 메시지를 음악으로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생활이 안되면 음악도 안됩니다"
인디밴드 활동을 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일까. 바로 물질적인 어려움이다. 그러나 페인터스 멤버들은 풍요롭지도 않지만 생활에 쪼들리지도 않는다. 각자 맡은 포지션과 관련해 레슨을 하면서 수입을 올리기 때문이다. 이는 페인터스가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생활고가 있으면 음악활동을 하기 어려워요. 주변에서 그런 친구나 선배들을 많이 봤어요. 다행히 우리팀은 각자 수입이 있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을 꾸준히 할 수 있죠."
각자 다른 팀에서 '바닥'생활을 해본 페인터스 멤버들은 그 덕분에 섭외 등에서 크게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로 지금은 중단됐지만 지난해 3월부터 매달 KT 올레스퀘이 톡 콘서트 '재즈 앤 더 시티'에 고정 출연했다.
또한 '그린플러그드 서울 2013'에도 출연한 바 있다. 결성 몇개월이 지나지 않아 굵직한 공연에 참여한 것. 각자 소속돼 있던 팀에서 알던 인맥을 잘 활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결성 초기부터 좋은 공연에 많이 참여했어요. 각자 전에 있던 팀에서 알던 인맥을 활용한 덕분이죠. 그래서 우리 팀은 딱히 섭외 전문 멤버가 없어요. 각자의 인맥을 활용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뭐든지 하는 거죠.(웃음)"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2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