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은퇴’를 검색해 본다. 각종 협회나 커뮤니티 등 관련사이트가 뜬다. 창을 열어보자 재취업 정보가 눈에 들어온다. 자격증 있어야 지원이 가능한 것, 나이나 성별 제한을 두고 있는 것 등을 제외하니 몇 개 남지도 않는다. 아쉬운 대로 전화를 돌려보니 벌써 지원자가 몰려 더 이상 받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답답한 마음에 집을 나선다. 딱히 갈 곳도 없어서, 패스트푸드 점에 가서 콜라를 하나 시킨다. 전화번호 목록을 훑어보며 나름 친하게 지냈던 직장 동료들에게 연락을 돌려보지만 애꿎은 연결음만 계속 들린다. 노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더 이상 이런 생활도 지속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심란하기 그지없다.


 


<나는 매일 은퇴를 꿈꾼다>를 통해 은퇴 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안내했던 한혜경 교수가 이번에는 <남자가, 은퇴할 때 후회하는 스물다섯 가지>로 은퇴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은퇴를 맞이한 남성 직장인이 가장 후회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무려 1000명에 달하는 은퇴자를 조사하고 300여명에 대한 심층면접을 실시한 내용을 책으로 정리한 것이다. 과연 우리는 은퇴 후에 어떤 일을 경험하게 될까. 그리고 이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은퇴를 맞은 인생선배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내 책상이 없어진다는 사실이 참 섭섭하네요. 손때 묻은 내 책상이 정말 그리울 것 같습니다.”

중학교 교사로 32년 일하고 정년퇴직을 앞둔 한 인생선배의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아쉬웠던 것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한다. 학생들을 체벌하다 문제가 된 이후부터는 학생들을 피하며 방어적인 태도를 갖게 됐고, 일을 그만두고 싶었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억지로 버텼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제 아이들이 짠해 보이고, 도와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마음이 들 거라는 걸 진작 알았다면 훨씬 다르게 일하지 않았을까, 그러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며 후회하고 있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못한 후회 외에, 많은 은퇴자들이 꼽은 문제는 ‘명함 없이 살아가는 것의 두려움’이다. 저자에 따르면 명함 때문에 고민하면서 하루빨리 일자리를 찾으려고 마음 졸이는 은퇴자들이 대부분 평생을 한 조직에 바쳤던 ‘조직맨’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조직맨’이 조직을 벗어나 새로운 일을 찾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재취업은 단순히 명함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은퇴 후의 생활을 판가름한다. 모 경제연구소에 근무했던 한 은퇴자는 이렇게 조언한다.

“사실 우리는 단기간에 10억을 모아야 한다는 부담감을 가졌던 세대였어요. 한마디로 짧게 일하고 많이 벌고 싶어 했죠. 하지만 지금 30~40대는 달라져야 한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적은 돈이라도 오래 버는 게 중요해요. 그러려면 한 우물만 팔게 아니라 이 일 저 일 옮겨가며 여러 우물을 파야 해요.”

미래학자들은 지금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은 평생 동안 직업을 적어도 대여섯차례 바꾸며 살게 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평생 한가지 일만 하며 살 수 있다면 행복하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적은 돈이라도 계속 벌 수 있는 ‘준전문성’을 갖춘 분야 몇개쯤은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혜경 지음 | 아템포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4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