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이영민씨(28·안양동초 교사)가 최근 펴낸 <초등생활 처방전>이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아이가 행복해야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행복해진다"고 믿는 이 교사는 교육현장에서 만난 아이들과 부모들의 고민을 사례별로 짚어보며 그 처방전을 제시한다.
◆ 우리 아이 청진기: 산만한 아이·잘난 척하는 아이 "문제 아니다"
토머스 에디슨, 앨버트 아인슈타인, 볼프강 모차르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 위인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ADHD(주의력 결핍 장애)를 갖고 있었다.
요즘 아들을 둔 부모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부분은 아이의 산만함이다. 머리는 명석하지만 주의가 산만하다는 것. 이에 대해 이영민 교사는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고 에너지가 넘치는 게 정상"이라며 "부모가 주의가 산만하다고 걱정하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그 나이 또래 정상에 해당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ADHD 진단을 받은 경우에도 '환자' 취급을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조언한다. ADHD 아이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오히려 집중을 잘 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극에 민감하기 때문에 창의적인 특징도 있다. 이 교사는 ADHD 아이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치료제보다 더 중요한 약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요즘 산만한 아이들이 느는 것은 부모가 바쁘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아이들이 불안함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아이가 산만하다면 다른 아이들에 비해 예민하면서도 창의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십분 발휘할 수 있도록 믿고 인정해주며 마음껏 사랑해주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녀의 유아기 때는 걸음마만 시작해도, '엄마아빠'라는 한마디에도 감동을 받던 부모가 학부모가 되면 부정주의자로 변하곤 한다.
"긴장감이 너무 없어서 문제라는 아이가 있었어요. 엄마의 말이 아이에게 부정적인 자화상을 갖게 한 거죠. 달리 보면 대범하고 낙천적인 것인데…."
그는 다수의 학부모가 "아이가 차분하면 조용해서 걱정이고, 활발하면 산만하다고 고민한다"며 시각의 전환을 강조했다. 잘난 척하는 아이는 자신감이 넘치는 아이로, 내성적인 아이는 차분한 아이로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고 격려하라는 것. 부모의 지나친 염려는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고 부정적인 자아인식을 심어주는 역효과를 가져오기 쉽다.
◆ 부모 청진기: '권위적' 부모 아닌 '권위 있는' 부모 되기
S군의 부모는 아주 절제되고 완벽한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이 역시 부모의 뜻에 따라 새벽 5시에 일어나 운동하고 등교하는 등 계획적인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S군은 학교에 다녀와서 숙제를 다 하면 독서를 하고 학원에 갔다.
S군의 부모는 아이가 체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키우는 것이 올바른 양육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범적인 그 아이에 대한 학교의 평은 좋지 못했다. 친구들을 괴롭히기 일쑤였고 교사에게도 반항하는 아이로 낙인찍혔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영민 교사는 "아이가 완벽한 부모 밑에서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면서 쌓은 분노를 부모가 안 보는 틈을 타서 표출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엄격한 부모, 권위(?) 있는 부모의 오류에 빠지지 말라는 당부다.
"엄격한 부모를 둔 아이들치고 자신의 부모에 대해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아이들을 체벌하거나 지나치게 엄격하게 통제하면 부모 앞에서만 바뀌는 척하고 그 순간을 모면하려고 한다는 것. 이렇게 본 마음을 숨기고 부모와 관계를 형성한 아이들은 사춘기 때 더 엇나가는 경향이 있다. 그는 "엄격하기만 한 부모와 권위 있는 부모는 다르다"며 "자녀에게 충분한 사랑을 주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권위가 진짜 권위"라고 말했다.
때로는 어린 시절 바로잡아줘야 할 문제 행동도 있다. 그렇다고 '야단'이 능사는 아니다. 아이의 마음에 대한 공감이 우선이다. 또한 습관은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닌 만큼 인내를 갖고 서서히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잔소리에는 즉각적으로 거부반응을 보입니다. 누구야 부르는 순간 이미 긴장하죠. 하지만 예상 외로 따듯한 말을 건네고 아이의 입장을 헤아려주면 금세 아이도 마음을 열고 잘못을 반성하곤 합니다."
예컨대 숙제를 안 해온 아이를 야단치지 않고 "숙제하기 힘들지?"하고 물으면 아이는 마음의 방어막을 걷어낸다. 이후 "그래도 해야 하는 것 알지?"라고 말하면 아이들도 다 알기에 순순히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 반항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도 "네가 힘든가보구나. 어떤 게 힘드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이 의외로 눈물을 글썽이며 속마음을 털어놓는 경우가 많다고 전한다.
"초등교실에서 아이들을 보면 겉으로는 다 평화로워 보이는데 알고 보면 마음 속 상처가 없는 아이들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아이들의 마음 속 응어리부터 풀어줘야 학습능률도 오릅니다."
이 교사는 "학부모들이 구청이나 시청의 부모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교육서적도 읽으며 적극적으로 노력한다면 아이와의 관계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부모들도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추석합본호(제347호·제34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