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추석이다. 추석 하면 가을의 문턱을 넘는 듯한 느낌이 들고, 한해를 서서히 마무리해야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돌아보면 지난 9개월 동안 나름 열심히 달려왔다고 하지만 양손에 잡히는 것은 딱히 없어 왠지 세월을 그냥 보낸 것은 아닐까 하는 허탈함이 엄습해온다.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청명한 가을하늘을 올려다보며 가슴 한구석이 시린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까.
그뿐인가. 굳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터에 가지 않아도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쟁 같은 대한민국 직장인은 격무로 인한 만성 ‘업무피로증’을 겪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상반기에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연이어 터지며 우울감에 시달린 데다,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시켜줄 거라 기대했던 브라질 월드컵마저 형편없는 성적으로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며 더 큰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브레이크다. 삶의 쉼표 같은 멈춤(brake)이 필요하고, 휴식(break)을 잘 취해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갈 수 있다. 고단한 심신을 위무하고 방전된 머리를 재충전하며 답답한 가슴을 쓰다듬어줄 책 5권을 골라 추천한다.
<전쟁의 신, 이순신> 설민석 지음 | 휴먼큐드 펴냄 | 1만3000원
첫번째로 살펴볼 책은 한국영화 사상 최대 히트작 <명량>의 히어로 이순신에 대해 집중 조명한 책이다. 그간 수많은 이순신 관련서가 나왔지만 이 책을 꼽은 이유는 인기예능 ‘무한도전’에 출연한 스타강사 설민석의 언어로 나온 도서이기 때문. ‘한국사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자신 있게 내걸 만큼 그의 역사학 강의는 일가견이 있다. 수백년 전에 있었던 복잡한 역사적 사실과 장면들을 알기 쉽게 설명해 당시의 순간이 마치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구성 면에서 주목할 점은 이순신 주변의 인물 10명을 등장시켜 그들의 관점으로 바라본 이순신을 그려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이순신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뉴스의 시대> 알랭 드 보통 지음 | 문학동네 펴냄 | 1만5000원
<여행의 기술>, <불안>, <행복의 건축>,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등 일련의 저작들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온 베스트셀러 작가 알랭 드 보통의 신작이 나왔다. 현대인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관계의 본성과 복잡미묘한 심리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것은 그만의 특기. 이번 책에서도 그의 장기는 십분 발휘된다. 다만 이번에는 소재가 ‘뉴스’라는 점에서 정치•경제•군사 등으로 이야기의 장이 크게 확대됐다. 현대인들이 숨을 쉬고 밥을 먹듯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행위가 돼버린 뉴스를 읽고 보는 것에 대해 해부의처럼 날카로운 분석의 메스를 갖다 댄다. 뉴스를 ‘소비’한다고 봤을 때, 그 소비의 주체인 우리가 더 이상 객체가 되지 않고 주체적으로 소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숫자로 경영하라 3> 최종학 지음 | 원앤원북스 펴냄 | 1만9500원
저자의 명성만으로도 이 책을 볼 가치는 충분하다. 최종학 교수는 홍콩과기대 교수 재임 시절 6년 연속 최고강의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2007년 서울대 우수연구상과 우수강의상을 서울대 최초로 동시에 수상하는 등 탁월한 강의로 정평이 나있다. 회계학을 의사결정과 경영전략에 접목한 책 <숫자로 경영하라>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그가 이번에는 케이스 스터디에 포커스를 맞춰 새 책을 내놓았다. 대한생명을 인수한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왜 실패했는지, 현대건설의 몰락과 부활은 재무적 측면에서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키코(KIKO)를 둘러싼 논란과 사건의 전말은 무엇인지 등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를 통해 숫자와 경영에 관한 번뜩이는 통찰력을 선보인다.
<세계를 움직이는 리더는 어떻게 공감을 얻는가> 빌 맥고완 지음 | 비즈니스북스 펴냄 | 1만5000원
소통·커뮤니케이션·스피치의 중요성은 직장생활을 하면 할수록 더욱 크게 와 닿기 마련. ‘미국의 손석희’라고 불리는 빌 맥고완으로부터 특별한 소통의 스킬을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 그로부터 소통법을 배운 세계적인 리더는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 셰릴 샌드버그, GE의 전 회장 잭 웰치, 슈퍼볼 MVP 일라이 매닝, 가수 켈리 클락슨 등 무수히 많다. 그 비결은 15년 동안 기자와 PD로 활동해오며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공통적인 특징을 발견해 소통의 비결로 정리해온 데 있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의 진심을 제대로 전하고 관계의 승자가 되는 법이 이 책에 담겨있다.
<조심> 정민 지음 | 김영사 펴냄 | 1만4000원
조심(操心)이라는 말의 뜻은 ‘잘못이나 실수가 없도록 말이나 행동에 마음을 쓰는 것’이다. 결국 마음을 잘 붙들고 다스려 내 마음의 주인이 되라는 의미와 상통한다. 고려 때 천책선사는 허깨비 몸이 허깨비 말을 타고 허깨비 길을 달리면서 허깨비 재주를 부리는 것을 득의양양하게 여기는 허깨비 세상의 허깨비 인생을 탄식했다고 한다. 그가 경계한 허깨비 인생은 지금의 우리네 인생과는 과연 얼마나 닮아있을까. 수십세기가 흘렀지만 본연의 나를 잃고 마음의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세상을 살아가서는 인생을 제대로 살 수 없다는 이치는 변하지 않는다. 빛 바랜 고전으로부터 빛나는 삶의 지혜를 추출해내는 인문학자 정민 교수가 갈팡질팡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중심을 잡아줄 선현들의 조언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