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추석 목포로 자전거 귀성하는 조영준씨. 목포 30km 지점을 앞두고 "다 왔다, 이제 1시간이면 족하다. 근데 왼쪽 아킬레스건과 오른쪽 무릎이..."라는 글을 블로그에 남겼다./이미지=조영준씨 블로그 캡처
'서울에서 새벽2시경 출발. 파이팅 넘치는 정신 상태로 약속한 1/4지점을 이동. 2/4지점부터는 점점 힘들어지면서 슬슬 이 짓을 왜 하고 있나를 생각함. 3/4지점 후회막심, 내년에는 절대로 이런 장거리 라이딩을 안 하겠다 마음 속으로 다짐을 수차례 반복. 4/4지점 되돌아가는 길이 더 멀어지고 되돌아갈 수 없으니 남은지점을 생각하며 슬슬 파이팅 충전. 50km 남은 지점에서는 약 2시간정도면 이 모든 쓸데없는 고생이 끝날 거라 예상하며 처음 출발할 때처럼 파이팅 가득. 도착지점, 먼저 무사히 완주했음에 세상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묵념. 그리고 무모하고 위험했던 380km 라이딩을 한 건 정말 잘한 것이라 생각하며, 내년에도 또 한 번 도전하리라 다짐. 추신, 다시 한 번 망각의 동물임을 증명.'(조영준씨의 블로그)



추석 귀성, 자전거와 건강한 몸으로 효도선물을 대신하는 한 청년이 있다.



추석마다 서울서 목포까지 자전거로 귀성하는 조영준(34·자이언트코리아)씨가 그 주인공. 신안군 도초면이 고향인 조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약 380km의 자전거 귀성길에 오른다.



조씨는 지난해 한산한 국도와 지방도를 17시간(4시간 휴식) 동안 달려 목포연안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새벽 2시 서울을 출발해 저녁 7시가 돼서야 '살았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비 때문에 두 번(2011,2012년)의 자전거 귀성에 실패했던 터라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한다. 2012년에는 정읍시까지 내려갔다 갑작스런 폭우로 자전거를 버스에 실어야 했다.



◇ 자전거 귀성길 원칙=조씨에게는 귀성길 원칙이 있다. 안전과 건강, 최소비용이다.



"안전이 최우선이죠. 스스로는 물론 가족들의 염려… 더구나 추석이잖아요. 먼저 내려가 있는 형과 친구한테 전체 이동경로를 알려주고, 1시간 간격으로 위치 보고를 해요. 2시간 이상 소식이 없을 때는 이동경로를 바탕으로 위치 파악 후 적절한 조치를 해달라는 사전 약속도 있어요."



형과 같은 조력자들이 조씨의 귀성길을 실시간 확인한다. 안전을 서로 확인하면서 자전거 귀성에 대한 동네 생중계까지 하는 셈이다. 또한 파이팅으로 힘도 얻는다.



"'60분 라이딩과 10분 휴식'을 지켜요. 완주할 수 있도록 체력과 건강을 관리하는 거죠. 몸에 부담 적은 먹을거리로 에너지를 보충해요. 그리고 완주 후에는 충분한 휴식과 음식으로 몸을 회복하죠."



알뜰한 청년답게 최소 비용을 고집한다. 적게 쓰는 대신 부모님의 추석 주머니를 두툼하게 채워드린다는 계산도 있다.



"중간 중간 간편한 삼각김밥으로 배를 채워요. 식당밥은 점심 한 끼죠. 시간과 비용을 아낀다는 측면이 있어요. 도로변 주유소에서 휴식을 취하면 인심 좋은 사장님들이 생수 선물을 해주곤 해요."



◇ 왜 자전거 귀성을 고집할까=남들이 보기엔 다소 무모하고 위험하기까지 한 자전거 귀성을 택한 이유가 뭘까. 조씨는 자전거업에 발을 담은 2006년 자전거로 고향을 찾았다.



"자전거를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달려온 자전거 1년을 되돌아보는 시간이죠. 홀로 오랫동안 달리면서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죠. 그래서 추석 귀성이 저에겐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인 겁니다."



자전거 귀성에는 자전거인으로서의 그만의 생활철학이 담긴 듯하다.



◇ 내기에서 아들을 믿은 부친의 기쁨=자전거를 잘 모르는 시골에서 자전거 귀성은 '자다가 웬 봉창 두드리는 소리'일 터. '말 같지 않은 소리'라는 동네 어른과의 내기에서 조씨의 부친은 완승을 거뒀다.



조씨는 "아들을 믿은 거죠. 아버진 그날 저녁 신안의 산해진미를 거나하게 드셨어요. 물론 제몫까지 챙겨 오셨더군요"라고 했다가 "내기에서 이긴 것은 좋은데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라고 하시더군요. 엄마는 앞으론 자전거 말고 제발 자동차 옆에 누굴 태우고 와야 한다고 하시대요"라면서 웃었다.



◇ 자전거 귀성은 봄부터=조씨는 건강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 챙기는 생활체육인이다. 술과 담배는 일체 하지 않으며 건강식을 스스로 만들 정도. 하루 380km의 장거리 라이딩 역시 조씨의 치밀한 계획에서 비롯한다.



"그러니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봄부터 추석 자전거 귀성길이 시작돼요. 날씨가 기지개를 켜는 2,3월 30km 정도 달리면서 몸을 풀다가 서서히 이동거리를 늘려요. 그러다가 몸이 올라왔다 싶으면 서울에서 속초(200km)를 넘어가죠. 귀성길이 일반 도로이기 때문에 도로 라이딩에 적응하는 목적도 있죠."



자전거 외에 기초체력도 다진다. 런닝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보강운동을 한다는 것이다.



체력이 좋다고 장거리 귀성이 가능할쏘냐.



"자전거가 생명이지 않겠어요. 안장 높이와 각도, 핸들바 높낮이와 넓이 등을 불편하지 않을 때까지 지속적으로 조절해야 하죠"라면서 몸에 맞는 자전거를 강조했다.



추석 귀성길, 홀로 남쪽으로 향하는 자전거가 있다면 아마도 건강한 몸으로 효도를 하려는 조영준씨가 분명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