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썸이란 단어가 마냥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우리 세대가 낭만적이면서도 가벼운 단계인 썸만을 원하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관계의 책임감이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이해하고 감싸주며 인내하는 과정을 무시한 채 썸이란 로맨틱한 단어로 포장해 가벼움만을 즐기려는 건 아닐까. 썸을 탄다는 것이 곧 '달면 삼키고 쓰면 뱉을' 준비를 하는 단계이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조금 더 생각을 진전시켜 왜 가벼운 설렘만을 추구하는 썸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조금 씁쓸해진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는 '3포세대'의 모습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면 경제적으로 자립도 하고 멋지게 학업과 연애도 병행하는 모습을 꿈꾸지만 현실은 당장 대학교 학자금에 용돈까지 책임지기 위해 아르바이트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한달 내내 뼈 빠지게 일해도 수입이 88만원 밖에 안된다는 좌절을 보여주는 '88세대'에게 연애는 사치처럼 느껴진다. 연애에 따라오는 과정인 결혼이나 출산이 부담으로 다가오는 건 당연지사다.
◆주택마련 제외한 평균 결혼비용 5000만원 넘어
결혼은 앞으로의 미래를 함께 꿈꿀 부부를 축하하는 의식인데, 요즘은 돈에서 시작해 돈으로 끝나는 분위기여서 안타깝다. 주택마련비용을 제외한 평균 결혼비용이 5000만원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소득계층별로는 월 300만원 이하 소득가구가 평균 4093만원, 월 800만원 이상인 가구가 평균 7239만원을 예식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결혼정보회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결혼준비 중 혼수, 집 장만 등과 관련한 문제로 남성의 24.5%, 여성의 17.1%가 '결혼파기'를 거론한 것으로 파악됐다. 배우자의 혼수에 대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 이유로 남성의 74.7%가 '경제적 한계'를 꼽았다.
우리나라만 이런 고민에 처하는 걸까. 해외는 어떤지 살펴보자. 영국은 90% 이상이 성공회 신자기 때문에 주로 교회나 성당에서 웨딩마치를 울린다.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
독일은 3단계로 결혼식이 진행되는데 결혼식 전날 축하파티를 열고 결혼식 당일에는 결혼등록소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이와 함께 종교에 따라 그 다음날 예식을 한번 더 치르기도 한다. 따라서 결혼비용이 늘어날 것 같지만 유럽의 경우 마당이 있는 집에서 조촐하게 결혼식을 올리거나 가족이나 소수의 지인만 참석하는 소규모 결혼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비용걱정을 줄일 수 있다.
우리와는 가깝고도 먼 일본의 결혼식은 우리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이 많다. 대규모 결혼식보다는 지인들만 참석한 결혼식을 더 선호한다. 이런 특징 때문에 해외에서 올리는 소규모 결혼식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일본 미혼여성들은 오키나와나 하와이 등을 결혼식 장소로 선호한다. 자칫 해외에서의 결혼식은 비용이 많이 들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꼭 그렇지 만은 않다. 오히려 가족과 가까운 지인 몇명만이 해외결혼식에 참석하기 때문에 허례허식의 쓸데없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88세대, 3포세대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최근에는 겉으로 보여주기만을 위한 결혼식, 획일화된 결혼식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젊은 세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각 가정의 사정이 먼저 고려돼야겠지만 겉치레를 최소화하려는 인식이 퍼지는 점은 긍정적이다.
결혼식 장소를 예식장이나 호텔이란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면 저렴한 비용에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는 결혼식 장소를 찾을 수 있다. 각 대학의 동문회관이나 공무원, 교직원, 군인인 경우 공제회관을 이용할 경우 훨씬 저렴하게 결혼식을 치를 수 있다. 일반 웨딩홀의 경우에도 비수기나 인기 있는 시간대를 피하면 많게는 100만원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만약 결혼식장 비용을 더 줄이고 싶다면 무료결혼식을 지원하는 전국무료결혼식연합본부를 이용해도 된다. 또는 구청이나 성당, 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식장을 이용할 수도 있고 전국에 있는 복지관에서도 1인당 식대 3만원가량에 출장 뷔페를 제공하는 등 예식장을 저렴한 비용에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가구·가전업계, 이케아 등장에 '비상'
결혼식에 대한 고민이나 집을 구하는 고민도 크지만 신혼부부가 결혼준비과정에서 가장 많이 다투는 부분은 혼수 및 살림장만이다. 앞서 살펴봤다시피 결혼식, 신혼여행, 예단 등은 겉치레 욕심만 줄인다면 그나마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하지만 가구나 가전은 뺄 수 없는 필수물품이다.
가구회사나 가전회사 입장에서도 결혼시장은 무시하기 힘들다.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결혼비용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신혼부부의 가구나 가전제품 구입비용은 평균 1411만원이다. 지난해 통계청 기준 혼인건수가 32만여건인 점을 감안하면 혼수가구·가전시장은 연 4조5000억원의 엄청난 규모인 셈이다.
그런데 이 업계에 최근 비상이 걸렸다. 세계 최대 가구유통전문업체인 이케아(IKEA)가 올 연말 드디어 한국에서 매장을 오픈하기 때문이다. 이케아는 지난해 기준 전세계에 303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방문고객 수도 6억9000만명에 이른다. 판매하는 물품 수는 무려 1만2000개에 달한다. 가정에서 쓰는 물품 중 이케아에서 다루지 않는 것을 찾기가 힘들 정도다. 가구전문점에서 시작했지만 지난 2012년부터 전자제품도 판매하기 시작했고 전세계 대부분 매장에 신혼부부용 섹션을 따로 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우리나라 역시 실속파 신혼부부의 발길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올 연말 문을 여는 광명 1호점의 매장규모는 무려 25만㎡다. 참고로 국내 대형마트의 평균면적이 3000㎡인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지 감이 올 것이다. 벌써부터 오는 2020년에는 우리나라 가정용 가구시장의 20%을 이케아가 잠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예비신혼부부나 새로 집을 장만하는 이들에게는 새로운 쇼핑기회가 생기는 것이지만 국내에서 신혼부부를 타깃으로 하는 수많은 관련업체에게는 커다란 위협요인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택배업체나 가구전문업체 중 이케아와의 협력관계를 통해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곳도 많을 것이니 새로운 비즈니스기회를 찾거나 주식투자의 재료를 찾는 독자들은 이 점도 참고하길 바란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