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0년대 오스트리아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그 병원은 두개의 병동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하나는 의사 병동이고 다른 하나는 간호사 병동이었다. 그런데 의사 병동에 있는 산모와 태아의 치사율이 간호사 병동보다 훨씬 높았다.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여러 조사 끝에 발견된 원인은 바로 ‘의사의 손’이었다. 사체를 만진 의사들이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채로 진료했기 때문에 산모와 태아가 세균에 감염됐던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의 손이 오히려 죽음을 몰고 온 결과를 낳고 말았다.

비록 한세기도 더 지난 이야기지만 오늘날이라고 해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인적자원개발 및 조직개발 전문가 박태현 대표는 조직에 의외로 많은 리더들의 착각이 상존해 있음을 지적하며 그 이유를 ‘권위의 불균형’과 ‘부정적인 인습’에서 찾는다. 즉, 상사라는 이유로, 과거에는 모두 그랬다는 이유로, 사안의 옳고 그름을 떠나 직원들을 무작정 따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의 저서 <부하직원이 말하지 않는 진실>에는 리더의 착각이 빚어낸 조직의 난맥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또한 그 각각의 처방전을 정리해 개선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팀 분위기가 처지거나 협업이 잘 되지 않을 때 리더가 가장 손쉽게 활용하는 방법이 바로 ‘회식’이다. 함께 술 한잔 하면서 그동안 속에 담았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쌓인 오해도 풀리고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그러면서 팀워크 또한 좋아지고 성과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회식문화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관습이고 그만큼 비판도 많이 받아왔지만 여전히 직장 내에서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퇴근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회식을 선포하고 음주를 강요하는 용감한 리더들은 예전만큼 많지 않다. 대신 단체 산행이나 문화 활동 등의 변종 회식이 유행하고 있다. 어떤 형태든 간에 일시적인 단체 행동을 통해 조직의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은 어디까지나 리더의 착각일 뿐이다.

저자는 우선 회식의 목적과 효과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조언한다.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돼 있다면 우선 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삼겹살을 굽고 폭탄주를 제조하며 상사의 잔소리를 듣지 못해서 생긴 욕구불만일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오히려 조직의 분위기가 침체된 원인이 조직원 전체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일부 인원에 국한된 문제인지 개인간 갈등에 의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이러한 경우에는 당연히 집단처방이 아닌 개인처방으로 대처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전체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는 이벤트 형식에 의존하기보다는 평소에 직원 개개인과 편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꼭 면담이 아니더라도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사체를 다뤄야 하는 의사들의 손에 세균이 닿을 수밖에 없다면 이를 인식하고 소독을 하면 된다. 훌륭한 의사란 세균을 손에 묻히지 않는 의사가 아니라, 환자에게 세균이 감염되지 않도록 소독을 제대로 하는 의사이기 때문이다. 리더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도 착각과 진실 사이에서 고민하고 갈등하고 있는 리더들은 자신들의 손을 들여다보자. 손에 묻은 세균이 보이는가. 그렇다면 이제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박태현 지음 | 책비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5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