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가 '2015 제네바모터쇼'에서 신차를 최초로 공개했다. 관람객이 차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선 순간 화려하고 아름다운 디자인과 색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한류열풍이 거세지자 BMW가 나전칠기 디자인으로 실내를 장식한 것이다. 내부 디자인 곳곳엔 한글도 눈에 띈다. 한국의 미가 돋보이도록 훈민정음을 새겨 넣은 것. 서양 느낌이 물씬 풍기는 신차의 외형과 한국의 미를 듬뿍 담은 내부 디자인이 마치 꽃과 나비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쇼인 2016 S/S '파리 패션위크'. 전세계 내로라하는 모델들이 한껏 몸매와 의상을 뽐내는 이곳에 한국인이라면 저절로 고개가 돌아갈 만한 모델이 눈에 띈다. 농악놀이 상모에서 아이디어를 낸 실크캡과 단청문양으로 디자인한 드레스를 입고 있어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챤 디올(Christian Dior)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존 갈리아노(John Galliano)의 작품이다.
글로벌기업과 세계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이 한국 전통문화와 콜라보레이션(협약)한 사례를 가상으로 그려봤다. 물론 올해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류열풍이 더욱 거세진다면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닐 듯하다. 이른바 '한류3.0시대'가 본격적으로 문을 연다면 말이다.
◆만성적자에서 효자상품… 한류문화가 뜬다
새해 한국의 최대 문화이슈를 꼽는다면 한류열풍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정치와 경제, 사회현상을 보면 기쁨보다 슬픔이, 희망보다 불안감이 더 크게 작용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한 분야가 한류문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개인·문화·여가서비스 수입은 7억6720만달러(약 8500억원)로 나타났다. 이는 역대 최고치였던 지난 2013년 7억3090만달러를 넘어선 수치다. 개인·문화·여가서비스 수입은 영화·라디오·TV프로그램 제작, 보건, 교육과 관련해 해외에서 벌어들인 돈을 뜻한다.
그동안 문화관련 국제수지는 만성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1996년까지 벌어들인 수입은 단 한푼도 없었다. 이후 1997년 440만달러를 시작으로 꾸준히 늘어 2004년부터는 매년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12년 만에 문화관련 국제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된다. 한은은 K팝 스타들의 해외공연 수입 등 '한류 수출'이 이를 견인한 것으로 분석했다.
한은의 이 같은 분석이 이론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파란 눈의 외국인이 소녀시대와 빅뱅 등 아이돌 스타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곳곳에서 '아저씨', '훈민정음', '나눔' 등 한글이 박힌 모자와 티셔츠를 입은 외국인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의 TV드라마와 영화 콘텐츠가 미국과 일본, 중국 등 해외로 고가에 팔리고 때론 높은 시청률(혹은 예매율)로 현지시장에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만큼 한국문화의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통문화·애니메이션·웹툰 등 분야 확산
그렇다면 올해 한류는 어떤 방식으로 흘러갈까. 전문가들은 그동안 한류가 드라마와 음악, 영화에 국한됐다면 이제는 고려청자·나전칠기 등 한국 고유의 전통문화와 애니메이션(뽀롱뽀롱 뽀로로), 웹툰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퍼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에 열광했던 국가도 일본에서 중국으로 바통 터치할 것으로 예측된다. 또한 그동안 한국에 대해 잘 몰랐던 미국과 유럽, 남미까지 급속도로 확산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최광식 교수는 저서 <한류로드>를 통해 이를 '한류3.0시대'라고 정의했다. 최 교수는 <한류로드>를 통해 한류 1세대인 1.0시대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이다. 이 시기를 이끈 주요 콘텐츠 장르는 TV드라마였다. 1992년 한국에서 방영된 <사랑이 뭐길래>가 1997년 중국에 수출되면서 큰 인기를 끌었고 2002년 <겨울연가>는 일본의 아줌마 열성팬을 만드는 기염을 토했다.
2000년대(한류2.0시대) 중반부터 한류는 드라마에서 아이돌 그룹이 주도하는 K팝으로 연결됐다. 한류가 미국과 유럽, 남미로 확산되면서 탈아시아화 현상을 낳았다.
스포츠문화도 한류열풍의 주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LPGA 역사상 63년 만에 메이저대회 연속 3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한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와 피겨요정 김연아 선수는 전세계가 우리나라를 스포츠강국으로 인식하게 만든 역군들이다.
메이저리그에서 대활약 중인 류현진 선수나 박지성, 기성용 등 유럽리그에서 뛰고(혹은 뛰었던) 있는 축구선수들 역시 외국의 미래 꿈나무들이 공부와 훈련을 위해 한국을 찾게 하는 발판이 됐다.
전문가들은 한류열풍을 확산하려면 분야를 더욱 넓히고 투자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식과 다큐멘터리를 비롯해 방송전반의 콘텐츠와 관광, 뮤지컬, 소설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겐 익숙하지만 그들에겐 생소한 분야를 계속해서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제2의 엔터테인먼트"… 스타 만드는 팬덤문화
디지털 환경을 만나면서 진화하는 '팬덤문화'도 주목된다. 팬덤(Fandom)은 열광적인 애호가를 뜻하는 판타스틱(Fanatic)에서 파생된 'Fan'과 세력권 영지를 뜻하는 접미사 'dom'을 합성해 만든 단어로 이들이 모인 집단 및 총체적 문화를 뜻한다.
지난 2009년부터 빅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이고 정확하게 브랜드와 트렌드를 분석한 <2015 생생트렌드>의 저자 타파크로스는 디지털팬덤시대의 팬들에 대해 "자신이 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와 문화를 능동적으로 생산해 함께 나눈다"고 풀이했다.
저자는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이점을 이용해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의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 기부와 봉사활동 등 각종 사회활동을 펼친다고 분석했다. 팬과 스타라는 일차적 관계에서 사회적 관계로 확산되는 셈이다.
또한 참여형 소비자인 '프로슈머'(생산자인 producer와 소비자인 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로서 유튜브 등을 통해 '직캠'을 만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유통한다. 또 일부는 새로운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 이들의 파급력은 놀라울 정도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크레용팝의 '빠빠빠'가 온라인에서 급부상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한 전문가는 "디지털팬덤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스타를 만들고 악성 팬이 되기도 한다"며 "이들의 변화에 따라 한류문화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64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