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장인 김모 대리는 연 8%의 수익을 준다는 ELS 광고를 보고 한 증권사를 찾았다. 가입을 하기 위해 PB와 상담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기초자산, 원금보장형, 녹인배리어 60%에 조기상환조건 90-90-85-85-80-80 이 어쩌구저쩌구. 차라리 수수께끼를 풀고 싶은 심정에 벌써 녹초가 됐다.

ELS(Equity Linked Securities·주가연계파생결합증권)의 발행금액이 70조원을 넘어섰다. 이제 대한민국 대표 간접투자 상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있고 시중금리도 2%대에 머물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때, 7~8%의 수익을 준다는 이야기는 달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달콤한 열매 속에는 언제나 딱딱한 씨앗도 함께 있는 법. 지금부터 ELS라는 과일을 껍질째 벗겨 과육과 씨앗을 분리해 보이겠다.

◆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은 지급하는 ELS

ELS란 주식에 연계된 증권을 말한다. 기초자산을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으로 하는 것을 종목형, 코스피200지수나 HSCEI지수 등에 연계하는 것을 지수형으로 분류한다. 쉽게 말해 우리가 투자한 돈이 어떤 자산을 기준으로 굴러가는지에 따라 형태가 결정되는 것이다. 대체로 두세개의 종목을 기초로 하는 종목형 ELS가 여러 종목의 주가를 토대로 나오는 지수형 ELS보다 위험하다. 대신 수익률은 그만큼 높다. 또한 투자한 원금을 보장해주는 원금보장형을 ELB(주가연계사채), 원금비보장형을 ELS로 나누기도 한다.

ELS는 처음 계약 당시 정해진 조건에 만족하면 약속한 수익률을 지급한다. 그 조건이란 ‘기초자산이 몇% 이하로 내려가지 않을 시 몇%의 이익을 지급한다’가 핵심이다. 예를 들어 김 대리가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가를 기초로 하는 녹인배리어 60%, 3년만기 연 8%의 ELS에 1000만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하자. 김 대리가 가입한 시점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100만원, 현대차의 주가가 20만원이라고 보면 향후 3년 동안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각각 60만원, 12만원 이하로 떨어지지 않을 시 1년에 8%씩, 총 24%의 수익을 돌려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얼마로 떨어지든 60%이상만 유지한다면 수익을 보장해 준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게다가 최근에는 ‘스텝다운’ 형태의 ELS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스텝다운이란 주가를 몇 개월마다 주기적으로 관측해 정해진 수준 이상이면 약속한 수익을 지급받고 조기에 상환하는 형태다. 김 대리의 경우 조기상환조건을 90-90-85-85-80-80로 계약했다. 숫자의 나열이 총 여섯 개로 구성돼있기 때문에 3년 만기 상품의 경우는 6개월마다 조기상환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각 숫자는 기초자산의 크기를 의미한다. 첫 번째 숫자가 90이라는 것은 가입 후 6개월 뒤에 기초자산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 모두 가입시점 대비 90%이상이라면 6개월 치 익과 함께 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마지막 숫자가 80이라는 것은 만기일에 기초자산이 80% 이하라면 상환할 수 없다는 뜻일까. 정답은 ‘땡’이다. 만약 3년간 김대리의 ELS가 녹인 구간인 60%이하로 떨어진 적이 없다면 만기일에 8%의 수익을 지급한다. 다만 도중 한번이라도 녹인 구간에 진입한 적이 있다면 만기일 기준 기초자산이 80%이상이 돼야한다. 아니면 손해를 보게된다.


◆ 적금처럼 묻어놔? 천만의 말씀… 잘못하면 원금도 ‘손실’

돈만 맡겨놓으면 수익을 안겨줄 것만 같은 ELS도 투자 상품인 만큼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LS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의 고민은 조금 위험하더라도 수익률이 높은 원금비보장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지만 수익률이 낮은 원금보장형을 선택할 것인가일 것이다.

하지만 원금보장형 상품을 선택하더라도 완벽하게 원금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은행 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일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보호해준다. 은행이 혹시 파산해서 예금자에게 돈을 돌려줄 형편이 되지 않더라도 예금보험공사에서 대신 지급해주는 것이다. 이런 혜택은 ELS와 같은 간접투자상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원금보장형을 선택해도 가입한 증권사가 파산하면 원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위험은 또 있다. 높은 수익률에 매료돼 원금비보장형 ELS를 선택했다면 기초자산의 주가를 주시해야한다. 행여라도 기초자산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면 손실은 오롯이 고객의 몫이 된다. 실제로 지난해 시가 총액 1·2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주가가 휘청거리면서 이를 기초로 했던 ELS 상품 몇 개는 손실을 보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후 대형 우량주도 안심할 수 없다는 생각이 팽배해져 종목형 ELS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수형 ELS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종목형이든 지수형이든 ELS는 가장 위험성이 큰 ‘주식’을 기초로 만들어진 상품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