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가슴 한복판에는 가슴샘(흉선)이라고 불리는 작은 면역기관이 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전투 중에 타오르는 용기와 기백을 ‘티모스’(thymos)라고 했다. 이후 가슴샘을 발견한 사람들은 외부의 공격에 맞서 건강을 지키는 것을 용기와 기백이라고 생각해 가슴샘을 티모스라고 불렀다.
대한민국 심리주치의로 불리는 우종민 교수는 오늘날 직장인 중 다수가 겪고 있는 무기력증과 우울증, 그리고 과도한 열정과 의욕을 티모스의 관점에서 해석한다. 오랫동안 직장인들과 직접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개인과 조직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욕망인 티모스를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북돋아 성취를 이룰 수 있는지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냈다.
광고회사에서 촉망받는 기획자로 일하던 주인공 나상준 팀장은 남부러울 것 없이 지내다 한번의 실수로 좌천당한다. 자신의 명예욕을 채우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는 사내 정치 때문에 자신이 추락한 것이라고 믿는다.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밤잠을 설치던 중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다. 유인정 원장은 그를 보자마자 ‘티모스 위축증’이란 생소한 진단을 내린다.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한번 크게 좌절하면 그동안 커진 ‘인정 욕구’가 채워지지 않기 때문에 극심한 좌절을 겪는다는 것. 한마디로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너무 없어도 문제, 과해도 문제라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티모스 위축증’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를 극복할 수 있을까. 자신의 티모스가 활발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여기에 체력을 키우고 마라톤과 같은 체험을 통해 자신의 열정에 불을 지펴야 한다. 독설을 던지는 유 원장이 의심스럽기도 했지만 나 팀장은 속는 셈 치고 그의 조언을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나 팀장은 마라톤 하프 코스에 도전하고 매일 다그치기만 했던 팀원들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찬찬히 바라본다. 마음을 열고 진실하게 다가서는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을 사람은 없다.
오직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했던 나 팀장은 좌절을 겪은 후 자신과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이었는지 깨닫고 주변 사람들의 장점이 무엇인지 점차 알아간다. 패배자만 모였다고 생각했던 나 팀장의 조직은 역경을 헤치며 성과를 만들었고 결국 위기에 빠진 회사를 구하게 된다.
저자는 개인과 조직의 인정 욕구를 잘 살려주는 것, 그래서 의욕과 기백을 끌어올리고 열정을 깨우는 것이 일과 삶에서 성취를 이루는 근간이 되기 때문에 오늘날 티모스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과도한 욕심과 경쟁의식을 버릴 때 진정한 동기부여와 성과창출을 만들 수 있다.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관계는 각자의 마음 관리에서 시작된다.
우종민 지음 | 한국경제신문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7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