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낮에는 거의 없고 저녁에는 쏟아집니다.” 30여년간 택시를 몰며 콜업체의 서비스를 이용한 한 택시기사의 말이다. 그는 “손님이 넘치는 밤 11시부터 콜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데 전화비와 콜비의 손해를 감안하면 행선지와 승객을 가려 태울 수밖에 없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심야에는 콜 단말기를 ‘휴식’으로 해놓거나 아예 꺼버리는 일이 많다고 귀띔했다.
애플리케이션(앱)택시 등장에 토종 콜택시업체가 초긴장 상태다. 전화통화로 주고받는 콜택시 네트워크는 그동안 곳곳에서 한계를 드러냈다. 가장 큰 문제는 시간대별로 수요와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앱택시는 이러한 콜택시의 이용행태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콜택시업체, “나 떨고있니?”
현재 전국 콜택시는 6만3000여대. 택시기사들은 한달에 5만~7만원을 내고 나비콜·한강콜 등 콜센터업체로부터 택시 호출서비스를 받는다. 한 콜센터 관계자는 “앱택시의 경우 스마트폰의 첨단기능을 활용해 택시기사의 승차거부 문제를 해결했지만 일반 콜의 경우 기사가 콜을 거부해도 마땅히 제재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화로만 콜을 운영하는 기존업체는 시장을 잃지 않을까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아울러 나름의 생존전략도 갖추는 모양새다. 콜업체들은 앱택시에 대항하기 위해 저마다 ▲안전강화 ▲지정배차 수용 시 포상조치 ▲서비스 다양화 등의 전략을 내세운다.
우선 안전강화다. 앱택시가 ‘안심메시지’ 기능을 통해 안전성을 강조하는 만큼 기존 콜택시 역시 기본적인 통화기록과 배차정보 등을 확대해 안전성을 특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사실명제’ 도입은 필수다.
콜택시업체 관계자는 “과거에도 일반택시를 이용하는 것보다 이동경로가 확인되는 콜택시를 타는 것이 안전했지만 앱택시로 인해 안전서비스를 더 강화할 필요성을 느꼈다”며 “야간시간대의 경우 여성전용 운전자를 도입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콜업체들은 지정배차 연속수용 시 나름의 포상을 내걸었다. 행선지와 상관없이 업체의 지정배차를 연속 수용한 기사에게 소정의 ‘상품’을 지급키로 한 것. 이는 황금시간대에 콜이 몰릴 경우 기사들이 행선지와 승객을 가려 태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이다.
업체들은 ‘지정배차 연속 수용’과 같은 포상항목을 점차 확대하고 포상규모도 키울 방침이다. 하지만 아직까진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상황. 막상 밤 11시~새벽 1시인 피크타임이 되면 콜업체의 포상보다는 좋은 행선지를 찾아 배회하는 기사가 더 많기 때문이다.
한 택시회사 관계자는 “단거리나 외진 곳으로 갔다간 손해를 보는 경우가 더 많아 콜센터에서 배차요청이 와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포상이 걸렸다 해도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거기에 목매는 기사는 거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서비스의 다양화다. 앱택시가 ‘요금 추가 메시지’(고객이 원할 경우 기사에게 추가 요금을 지불하는 것) 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로 무장해 택시기사를 호출한다면 콜업체들은 상담원에게 원하는 기사를 말하고 상담원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고객 맞춤형 서비스’ 확대에 주력한다.
콜업체 한 관계자는 “여성운전자를 원하거나 장애가 있어 전용차량을 원할 경우 등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원하는 기사와 차량을 배치하도록 노력 중”이라며 “전화를 통해 세세한 부분까지 연결하는 만큼 스마트폰보다 이점이 많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합리적 영업·편리 장점 살려야
콜택시 요금은 일반택시요금보다 1000원에서 많게는 5000원가량 비싸다. 그러나 미터기 조작이나 불친절, 불법택시, 예약제 등 불편과 리스크를 최소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승객들은 이점을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
택시기사 역시 이 부분을 큰 장점으로 생각한다. 승객을 찾기 위해 도로 위에서 여기 저기 배회하지 않고 콜택시업체에 가입한 후 콜에 따라 영업하는 것이 수익을 올리는 합리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런 호평에도 불구하고 앱택시의 등장 이후 일부 승객과 택시기사들은 토종 콜택시 서비스에 반감을 보인다. 때문에 콜업체 입장에선 승객과 택시기사 또는 승객과 일반기사를 직접 연결하는 모바일 콜택시서비스가 미울 수밖에 없다. 이 사업모델은 기존 택시산업의 근간을 흔들고 밥그릇을 빼앗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앱택시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가 질 좋은 서비스와 편리함으로 무장한 앱택시 서비스를 선호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 사이에선 기존 콜택시처럼 앱택시의 서비스가 대중화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토종 콜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앱의 장점을 뛰어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지금처럼 영세한 택시회사들을 하나의 콜택시회사로 연계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승객 중심의 승차문화로 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0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