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장기근속자가 많은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피라미드형으로 바꾸기 위해 스스로 수술대에 올랐다. 시중은행은 밑이 좁고 위가 넓은 항아리형 인력구조의 무게에 눌려 있다.

최근 금융연구원과 한국직업개발원이 발표한 ‘금융인력 수급 통계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06년 금융권의 20~30대 인력비중은 68.4%로 40~50대(31.6%)의 두배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2013년 말에는 20~30대 비중이 57.8%로 떨어졌고 40~50대는 41.5%로 증가했다. 비정상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개선되면 신규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만큼 자구책을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최근 메스를 든 곳은 KB국민은행이다. 국민은행은 내년부터 정년이 55세에서 60세로 연장되기 때문에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더욱 심화되는 데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주문에 따라 올해 채용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린 800명 수준으로 확대했다. 따라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보인다.


 

/사진=뉴스1 민경석 기자

국민은행의 수술법은 55세 이상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원 감축 및 인건비 절감이다. 국민은행은 이를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했다. 임금피크제가 적용되면 연봉이 50% 삭감되지만 정년이 60세까지 연장된다. 연봉삭감을 원하지 않는다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된다. 여기에 다른 선택지도 추가했다. 마케팅 직무로 전환해 영업현장에서 성과급을 받는 방식이다.

그 결과 지난달 22~29일에 1121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임금피크제 직원 1000명과 일반직원 4500명 등 모두 5500명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으니 20%가량이 희망퇴직을 선택한 셈이다.

국민은행은 특별퇴직금으로 임금피크제 직원의 경우 최대 28개월, 일반직원은 최대 36개월분의 급여를 미리 지급한다. 이들 희망퇴직 신청자는 마케팅 직무로 전환해 급여의 반만 받고 기본업무를 하거나 상품판매 영업활동을 하면서 실적에 따라 최대 200%까지 성과급을 받는 조건을 버리고 희망퇴직을 선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성과급이라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희망퇴직을 선택하는 게 생산적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올 들어 인력구조 개선에 나섰다. NH농협은행은 지난 1월 270여명의 희망퇴직자에게 18~20개월치 급여를 지급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월 희망퇴직자에게 잔여 정년과 직급별로 평균임금의 24~37개월치 특별퇴직금을 주고 예년의 두배가량인 310여명을 떠나보냈다. 지난달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우리은행은 올해 100여명의 희망퇴직자가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국민은행이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자 다른 시중은행들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임금피크제를 가장 먼저 도입한 우리은행은 그동안 퇴직준비가 안된 희망퇴직자를 대상으로 거래 중소기업의 재취업을 지원했다. 올해부터는 계열사의 채권추심이나 현장실사 등의 업무를 맡도록 주선할 계획이다. 임금피크제 없이 58세 정년정책을 고수해온 신한은행과 농협은행은 현재 노사합의를 진행 중이다. 한국씨티은행과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도 도입을 검토 중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8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