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의 시작은 고객을 이해하는 것이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객을 관찰하고 서베이를 통해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이렇게 파악된 고객프로파일을 바탕으로 신상품을 개발하고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시장을 장악해 간다. 이것이 마케팅의 일반적인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렇게 했음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일까.

그 이유는 진짜 고객을, 고객의 속마음을, 고객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고객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경영자와 마케터가 모르기 때문이다. 일반화된 고객이 아니라 날것 그대로의 ‘야생의 고객’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고객은 이미 누군가에 의해 인위적으로 설정된 고객이다. 이제 누군가가 설정한 인위적인 장막을 걷어내고 <야생의 고객>이란 책을 통해 야생의 고객을 만나보자.


방수는 되지만 착용감이 불편하고 디자인마저 볼품없는 장화를 누가 신고 싶을까. 시골에서 농사일을 하거나 비 오는 날 초등학생들이 학교 갈 때나 신는 장화가 직장인 여성들에게 과연 필요할까. 장화의 기능성으로 보면 그다지 필요한 제품이 아니다. 그러나 ‘단순히 비를 막아주는 신발이 아니라 비 오는 날에도 패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준’ 헌터(Hunter) 장화는 젊은 직장 여성들이 꼭 장만해야 하는 필수품이 됐다.
자기관리와 일정관리를 위한 필수품으로 한때 ‘프랭클린 플래너’가 직장인들에게 각광을 받은 적이 있다. 계획적인 업무처리를 위해서는 꼭 사용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길 정도였다. 그런데 이 다이어리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고 있다. 대신 검정색 표지에 아무런 표시도 없는 ‘몰스킨’이라는 브랜드의 노트를 많은 사람들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노트가 제시하는 길을 가기보다 자기 스스로 가야 할 길을 노트에 적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제품 자체의 품질과 기능도 중요하지만 그 제품을 구매하는 진짜 이유가 따로 있다는 것은 이미 많은 사례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다. 품질과 기능은 바로 알 수 있는 요소인 반면에 진짜 이유는 바로 알기 어려운 고객의 인식 속에 있는 요소라는 게 문제다. 몰스킨을 사는 이유는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마음대로 적을 수 있다는 것이고, 헌터는 비 오는 날에도 패셔너블하고 싶은 여성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아이폰은 성인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가볍게 가지고 놀고 싶을 때 항상 주머니 속에서 꺼낼 수 있는 장난감이 되고,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는 야생마와 같이 남성의 마초적인 성향을 표출할 수 있는 무언의 도구가 된다.

이렇게 좋은 상품을 고객은 왜 구매하지 않을까. 많은 경영자와 마케터는 이런 질문을 한다. 그 이유는 고객이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 수 있는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공급자 마인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고객이 진짜 갖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중요하지 않다.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고객이 갖고 싶어하는 제품을 만든다면 팔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제부터는 고객을 이성과 이기심으로 재단하는 표준 마케터의 시각이 아니라 고객을 인간 본성으로 이해하는 야생 마케터의 시각으로 고객을 본다”는 관점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경필 지음 | 김영사 펴냄 | 1만38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39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