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5년2개월 만에 달러당 1200원대로 올라섰다. 전문가들은 올해 1240원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1300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수출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자의 관심이 수출주로 향한다.
◆원화가치 약세 노려야
지난 7일 원·달러 환율이 1204.30원에 마감했다. 지난 2010년 10월7일 1208.00원을 기록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중국발 리스크가 직접적으로 작용했고 이후 미국 금리인상 우려가 반영되면서 원·달러 환율을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 시점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투자포인트가 원화가치 약세다. 원·달러 환율상승은 원화가치 약세를 의미한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기업은 수출품을 보다 싸게 해외에 팔 수 있다. 이처럼 수출기업은 가격경쟁력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은 이를 통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개선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9일 시가총액 기준 유가증권시장 대형주 88곳의 3·4분기 합산 영업이익 추정치는 29조9817억원으로 지난달 17일 대비 2.06% 늘었다. 해당 기업들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 이후 빠르게 회복해 30조원대를 넘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ABN암로은행과 ANZ은행은 4분기 중 원·달러 환율이 1240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티그룹(1237원)·모건스탠리(1230원)·크레디트스위스(1224원)·HSBC(1220원)·바클레이즈(1215원)·라보뱅크(1207원)도 1200원을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내년에는 1300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모건스탠리와 ABN암로는 내년 3분기에 1290원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리인상 우려와 중국 경기 및 증시 불안이 원화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며 “미국 경기회복이 이어지면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인상을 할 수도 있어 올해 말과 내년 초 원·달러 환율이 추가상승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율 최대 수혜주 ‘자동차’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시장전문가들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의 주가 강세에 주목한다. 현대차는 지난 9일 15만55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15만6500원보다는 1000원(0.64%) 떨어졌지만 올 하반기 들어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10일 현대차는 14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도 고공행진 중이다. 기아차는 지난 9일 5만4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5만600원보다 200원(0.40%) 떨어졌지만 지난달 10일 4만1950원보다 8450원(16.77%) 올랐다. 현대모비스도 지난 9일 21만6000원을 기록했다. 전날 21만1500원보다 4500원(2.08%)오른 금액이다. 지난달 10일 20만8500원보다는 7500원(3.47%) 뛰었다.
이들 종목은 최근 원·달러 환율상승에 따른 수출증가 기대감에 랠리를 펼치고 있다. 특히 현대차는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원·달러 환율이 10% 상승할 경우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이익이 7~10%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IT 부품도 긍정적
원·달러 환율상승은 자동차부품과 IT(정보기술)부품 종목에도 긍정적이다. 자동차부품업체부터 살펴보면 현대위아와 만도, 평화정공이 눈에 띈다. 현대위아는 지난 9일 11만7500원으로 전날 11만6000원보다 1500원(1.28%) 올랐다. 지난달 10일 9만5400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2만2100원(18.81%)이나 상승한 것이다.
만도는 지난 9일 12만5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전날 12만3000원에서 2000원(1.60%) 뛰었다. 지난달 10일 10만4000원보다는 2만1000원(16.80%) 상승했다. 평화정공은 지난 9일 1만2550원에 거래돼 전날 1만2500원보다 50원(0.4%) 올랐다. 지난달 10일 1만500원보다는 2050원(16.33%) 뛰었다.
IT부품업체로는 삼성전기가 꼽힌다. 삼성전기는 지난 9일 6만55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 6만3900원에서 1600원(2.44%) 감소했지만 지난달 10일 5만4600원보다는 1만900원(16.64%) 오른 금액이다.
특히 삼성전기는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분기당 45억원의 영업이익이 추가로 발생하는 구조다. NH투자증권은 연말까지 현재의 환율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삼성전기의 3·4분기 영업이익 증가 효과도 각각 210억원, 320억원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단기변동성이 확대되는 국면에서 1차적으로 대응해야 할 매크로 플레이는 환율”이라며 “불확실성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열릴 때까지 계속되겠지만 최근 흐름으로 볼 때 자동차부품과 IT업종은 최우선적인 비중확대 대상”이라고 조언했다.
◆‘환율상승→수출증가’ 틀릴 수도
원·달러 환율상승으로 주요 수출주가 수혜주로 부상 중이지만 일각에서는 수출이 무조건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와 같은 저성장 환경에서는 ‘환율상승→수출증가’ 공식이 들어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교역부진이라는 변수에 있다. 교역이 부진한 상황에서는 통화가치 약세가 수출증가를 가로막을 수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유로존, 중국과 신흥국 등 다른 나라 통화도 일제히 약세를 보이는 만큼 우리 수출품에 대한 수요증가가 확실치 않다.
또 원·달러 환율 수혜주가 실제로 주가상승을 보이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원화 약세일 경우 환율 수혜에 따른 기업들의 실적이 주목받기보다 글로벌자금의 한국시장 이탈에 따른 수급 악화가 증시에 더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