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편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지 1년 후, 미망인 A씨에게 한통의 세금고지서가 날아들었다. 그 안에는 생전에 남편이 다른 사람에게 증여한 돈에 대해 상속세를 내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알고 보니 그 사람은 남편의 내연녀. 사업자금을 핑계로 남편한테서 10억원을 받아갔고 그 돈도 남편의 상속재산에 포함되기 때문에 그 몫의 세금을 아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 왜 내연녀가 받아간 돈에 대해 A씨가 상속세까지 내야 하는 것일까.

10여년간 상속 전문 공인회계사로 활동한 구상수씨(42). 적게는 1억원부터 많게는 1000억원이 넘는 상속세 관련 자문을 수행한 그는 증여·상속분야 베테랑 회계사다. 삼일, 다산, 한영 등 대형 회계법인을 거쳐 현재는 법무법인 지평의 상속 전문 공인회계사로 일하면서 중부지방국세청 국선 세무대리인으로도 활동 중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상속 분쟁을 다룬 <상속전쟁>(길벗, 2015)을 펴낸 구 회계사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지평 사무실에서 만났다.

/사진=임한별 기자

◆ 회계사가 봐도 황당한 상속 분쟁
“일을 하면서 상속법과 상속세법 규정을 몰라 낭패를 본 사람을 수없이 봐왔어요. 상식에서 벗어난 상속 분쟁이 의외로 많습니다. 회계사인 제가 봐도 이상한데 일반인은 얼마나 황당하겠어요. 이런 일을 많은 사람이 알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을 쓰게 됐습니다.”


남편이 생전에 내연녀에게 증여한 돈에 대해 미망인이 상속세를 내는 사례도 그 중 하나다. 세법에서는 피상속인이 사망하기 전 5년 내에 상속인 외의 다른 사람에게 증여한 재산이 있을 때 그 증여재산을 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상속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따라서 남편이 내연녀에게 증여한 10억원도 남편의 상속재산에 포함돼 상속인인 미망인이 상속세를 내야하는 것이다.

“이 사례의 경우 위헌소송이 3번이나 제기됐어요. 그런데 모두 졌습니다. 누군가 이 법이 합리적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불합리하다고 답할 수밖에 없어요. 사람들에게 ‘남편이 내연녀에게 준 돈에 대한 상속세를 미망인이 부담해야 한다’고 OX퀴즈를 내면 모두 X라고 답할 겁니다. 그런데 이 법은 아직도 합헌이란 말이죠.”

상속으로 인한 갈등이 어디 이뿐일까. 천태만상이다. 절세를 위해 증여했는데 오히려 상속세 폭탄을 맞기도 하고, 친어머니처럼 모시며 지극정성으로 병수발까지 한 새어머니의 재산을 한푼도 받지 못하기도 한다. 상속으로 도리어 빚만 떠안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상속 관련 분쟁은 지금도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 가진 게 없어도 꼭 알아야

“어떤 여성이 이 책을 받아 들고는 ‘저희는 부모님이 집 한채 갖고 계시는데 상속받을 것도 그 집 한채뿐이라 별로 걱정할 게 없어요. 오빠하고 반반 나눠 가질 거예요’라고 말하더군요. 부유한 집은 아니었지만 그 여성의 부모는 수년간 재정적으로 그 여성의 오빠 뒷바라지를 했습니다. 공부 잘하는 오빠는 명문대를 졸업한 뒤 오랫동안 유학생활을 했고 박사 학위까지 취득했어요. 2분의 1씩 나눠 갖겠다니…. 상속으로 인해 분쟁이 생기길 원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여성이 '특별수익'을 받은 것으로  인정되는 오빠보다 상속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시는 것 같아 안타까웠습니다.”

구 회계사는 돈이 없는 사람도 상속 관련 지식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상속재산이 없다고 해서 상속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엄청난 착각이라는 것. 빚도 상속되기 때문이다. 상속재산보다 부채가 더 많을 경우 상속인은 상속개시가 있음을 안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한정승인(조건부 상속 승인)을 하거나 상속포기를 하지 않으면 피상속인이 남긴 빚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대부분 상속이라고 하면 ‘부자만의 전유물’로 생각하잖아요. 그러면서 ‘상속, 상속세, 상속세법 같은 것들, 나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부자는 부자 나름대로 많은 상속을 받으니까 필요하죠. 돈 많은 사람들은 항상 옆에서 자문하며 돕는 사람이 있으니까 잘 압니다. 오히려 부자가 아닌 보통사람이 잘 몰라 당하기 쉬워요. 그래서 상속은 꼭 알아야 합니다.”

◆ 상속 분쟁 '8명당 1명꼴'

우리 사회에서 상속 분쟁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5일 서울가정법원에서 집계한 상속재산분할 사건 통계에 따르면 2011년 연간 154건 발생한 상속분쟁은 2012년 183건, 2013년 200건, 2014년 266건으로 매년 20∼30%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만 해도 벌써 170여건이 접수됐다. 이는 2011년에 비하면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지난해 기준 사망자 8명당 1명꼴로 상속 관련 소송이 진행됐어요. 그럼 소송 직전까지 간 사람은 더 많을 수 있다는 겁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거죠.”

이렇듯 상속 분쟁이 빈번하게 발생하지만 상속에 대해 알아두는 것은 쉽지 않다. 증여·상속과 관련된 기본 용어들부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구 회계사는 “이미 시중에 나와 있는 상속에 대한 책들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가급적 쉬운 사례를 중학생도 알 수 있는 단어들로 썼다”면서 “하지만 무엇보다도 우선 상속이라고 하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는 사회의 통념부터 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0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