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취임 이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하고 KB캐피탈을 통해 자동차할부금융회사 설립을 추진하는 등 비은행부문 비중을 확대했다. 그 결과 올해 3분기 비은행부문 당기순이익 비중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9%에서 33%로 확대됐다.
실적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KB금융그룹의 자산규모는 올 1~3분기 466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399조원) 상승했다. 윤 회장이 질풍노도의 시기를 이겨내고 KB가 순항할 수 있도록 경영환경을 개선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아직 이르다. 대우증권 인수와 KB손해보험과의 시너지 극대화, 숙원과제인 ‘리딩뱅크’ 탈환까지 앞으로 넘어야 할 산과 건너야 할 강이 많다.
◆소통의 귀재… 회장보단 ‘심부름꾼’ 자처
윤 회장이 그룹을 이끌면서 달라진 KB의 위상은 여러 부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중소기업금융, 자산관리서비스 등 핵심 비즈니스의 기반을 강화하고 철저한 리스크 관행을 통해 건전성을 높여 대손비용을 줄이는 데 핵심역할을 했다. 비대면채널을 강화하고 기업금융인력 육성에 나서 미래성장동력 강화를 위한 발걸음에도 속도를 냈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과 투자은행(IB)시장에서의 성과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했다. 또 임금피크제 개선이라는 인사실험을 통해 고령화시대의 상생해법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국내 최초로 미국과 유럽 투자자 중심의 ‘글로벌 커버드본드’ 5억달러 발행에 성공함으로써 KB의 국제적인 위상을 재확인했다.
임직원과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KB손해보험 출범 당시 그가 16층부터 전층을 돌면서 모든 직원과 악수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KB손보는 19층 건물. 고층엔 임원실이 있는 만큼 직원들이 근무하는 16층을 먼저 챙긴 것이다.
임직원들의 고충을 듣고 의견을 경청하는 것도 윤 회장만의 열린 경영스타일이다. 그는 사전예고 없이 지점을 방문해 현장직원을 직접 챙긴다. 지금까지 140여개의 지점을 깜짝 방문했다.
그룹 회장이 영업지점을 찾으면 임직원들에게 부담이 될 수 있을 터. 이를 잘 알고 있는 윤 회장은 “심부름시킬 것 없으세요?”라며 임직원에게 먼저 다가가 마음의 문을 열도록 돕는다. 또 직원들의 의견과 고충을 듣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
사실 그가 소통에 집중하는 것은 여러 이유가 담겼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두고 전임 회장과 임원들 간 내분을 일으킨 KB사태를 비롯해 정부와 금융당국의 CEO 외압까지 KB 임직원들은 수년간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수익은 고꾸라졌고 리딩뱅크 역할은 점점 축소됐다.
이런 소통에는 당시 경영자의 한사람으로서 임직원들에게 미안한 마음과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담겼다는 게 KB 관계자의 말이다.
이를 통해 수익도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다. 올 1~3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3517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3% 성장했다. 임직원들의 자존심을 되찾아주고 실적도 끌어올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대우증권 인수 등 남은 과제 잘 풀어야
금융권 안팎에서는 윤 회장의 1년간 성적표에 ‘우수’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앞으로도 KB의 순항이 계속될 수 있을지 장담하기는 힘들다.
핵심은 앞으로 남은 2년의 임기 동안 남은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다. KB는 잃어버린 그룹의 위상을 되찾고 항아리형 인력구조를 개편해야 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남아 있다. 특히 인력구조조정은 노조와의 협의가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섣부르게 추진하면 또 다시 내분에 휩싸일 수 있다. 자칫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되는 위기에 놓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인력구조를 방치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KB국민은행의 임직원은 2만573명. 인건비로 연간 1조2137억원이 지출된다. 경쟁은행인 신한은행이 임직원 1만4579명에 대해 9734억원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1인당 생산성이 크게 뒤처진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올해 5년 만에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실시, 1122명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연말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상대로 희망퇴직을 추가 실시 중인데 노사협상이라는 관문이 남아 있어 그의 생각대로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잃어버린 그룹의 위상을 되찾는 일도 시급하다. 첫번째 과제가 신한금융그룹에 빼앗긴 리딩뱅크 타이틀의 탈환이다. 또 비은행 계열사 실적상승을 통해 수익비중이 은행에 집중된 쏠림현상도 줄여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우증권 인수전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해야 한다. KB금융이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랐고 금융권 내부에서도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지만 결과는 예단할 수 없는 상황. 특히 대우증권 인수는 윤 회장이 꼭 성공해야 할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수익비중을 은행과 비은행으로 다변화하는 계기를 맞게 된다.
올해 1~3분기 은행과 비은행 실적비중은 은행이 67%, 비은행이 23%다. 지난해 3분기(71%) 대비 수익비중의 은행 쏠림현상이 줄었지만 여전히 은행부문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우증권 인수에 성공하면 이 비중은 58%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윤 회장 입장에선 그룹 외형을 키우고 비은행부문을 강화할 수 있어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안정적인 지배구조도 개선해야 할 목표로 꼽힌다. KB금융이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위상을 빼앗긴 이유는 불안한 지배구조 탓이 크다. 내부 출신 CEO를 둔 신한과 달리 KB금융은 그동안 외부 출신 인사가 KB호의 키를 쥐었다. 윤 회장이 다져놓은 경영전략이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이 같은 불확실한 CEO 리스크를 해소해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함께하는 여정은 1~2년의 단거리 승부가 아니다.” 윤 회장이 은행 창립기념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긴 안목으로 경영의 초석을 다지는 윤 회장. 남은 임기 2년 동안 그가 어떤 리더십으로 결실을 맺을지 전금융권이 지켜보고 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1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