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이론의 강점은 데이터에 기반해 과학적 추론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때때로 강점은 약점이 되기도 한다. 마케팅 관점에만 사로잡힌 기업은 자칫 사람을 제품의 사용자, 즉 소비자로만 대하기 쉽다. 맥주회사라면 맥주 소비자들을 ‘맥주 애호가’로, 자동차 회사라면 ‘차 구매자’로 생각한다.
<생활자 발상학원>의 시각은 다르다. 이 책은 처음부터 자신의 좁은 관점에 빠져 사는 대부분의 마케터에게 직언을 날린다. “우리가 맥주를 마시기 위해 태어났습니까? 차를 타기 위해 태어났습니까?” 사람들의 소비행위에 대해 이 책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그러한 상품을 단지 친구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생각합니다.”
일본의 광고회사 하쿠호도가 설립한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는 마케터들이 수치화 하려 애쓰는 특정 제품의 '소비자'라는 개념 대신, 자신에게 주어진 삶 자체를 ‘살아가는’ ‘생활자’란 개념에 착안했다. “사람을 소비자의 일원으로만 보는 것이 아닌 다면적 생활을 영위하는 존재로서 보며 있는 그대로, 전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생활자 발상의 기본입니다.”
만약 이 책이 마케팅을 위한 트렌드나 조사 전문서적으로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 책의 기본 발상은 주지하다시피 마케팅의 세계를 넘어선다. 마케팅조사 결과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로부터 흔히 듣는 불평이 있다. 특정 제품이나 업종과 관련해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좀처럼 얘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점이 아닌 생활자의 관점으로 전환하면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인다. 사람을 목적이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서 얻는 결과다.
한편 이 책은 많은 부문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 사회와 일본인들의 여러 측면들을 다양하게 보여줘 한국의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한류열풍’이 불면서 마치 우리나라가 일본의 유행을 선도하는 듯하지만 이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국가 전체의 산업구조를 포함한 거시경제부터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일견 무기력해 보이는 라이프스타일까지 일본이 한국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부문이 부지기수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현상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어린이 1명 대 어른의 인구 변화: 3.17(1970년)→6.30(2005년)→10.1(2045년)
- 도쿄마라톤대회 신청자의 급속한 증가: 3만명(2007년)→27만 명(2010년)
- ‘갸루지’라는 여고생들만의 신조어와 그를 활용한 그들만의 문자메시지
이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조사 방법과 발견은 마케터라면 꼭 새롭지 않더라도 되새길 가치가 있다. ‘사람을 멀리 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헤드폰, ‘수다쟁이 여동생’의 역할을 하는 TV처럼 제품의 숨은 기능을 찾아내는 ‘모노레이션 테스트’(mono-ration test), '사수'(私數)라고 번역한 ‘Mind score’, ‘말풍선 게임’, 특정 주제에 대한 ‘사진찍기’, 익숙한 단어라도 ‘사전 찾기’ 등은 마케터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 지음 | 하쿠호도제일 옮김 | KMAC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만약 이 책이 마케팅을 위한 트렌드나 조사 전문서적으로만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이 책의 기본 발상은 주지하다시피 마케팅의 세계를 넘어선다. 마케팅조사 결과를 내놓았을 때 사람들로부터 흔히 듣는 불평이 있다. 특정 제품이나 업종과 관련해 과거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현재의 상황이 어떤지 알려주지만 미래에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이며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 좀처럼 얘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점이 아닌 생활자의 관점으로 전환하면 전에는 보지 못하던 것들이 보인다. 사람을 목적이나 수단으로 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서 얻는 결과다.
한편 이 책은 많은 부문에서 우리나라보다 앞서 나가고 있는 일본 사회와 일본인들의 여러 측면들을 다양하게 보여줘 한국의 미래 트렌드를 예측하는 데 도움을 준다. 최근 ‘한류열풍’이 불면서 마치 우리나라가 일본의 유행을 선도하는 듯하지만 이것은 착시현상에 불과하다. 국가 전체의 산업구조를 포함한 거시경제부터 고령화, 젊은 세대의 일견 무기력해 보이는 라이프스타일까지 일본이 한국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부문이 부지기수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현상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어린이 1명 대 어른의 인구 변화: 3.17(1970년)→6.30(2005년)→10.1(2045년)
- 도쿄마라톤대회 신청자의 급속한 증가: 3만명(2007년)→27만 명(2010년)
- ‘갸루지’라는 여고생들만의 신조어와 그를 활용한 그들만의 문자메시지
이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조사 방법과 발견은 마케터라면 꼭 새롭지 않더라도 되새길 가치가 있다. ‘사람을 멀리 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헤드폰, ‘수다쟁이 여동생’의 역할을 하는 TV처럼 제품의 숨은 기능을 찾아내는 ‘모노레이션 테스트’(mono-ration test), '사수'(私數)라고 번역한 ‘Mind score’, ‘말풍선 게임’, 특정 주제에 대한 ‘사진찍기’, 익숙한 단어라도 ‘사전 찾기’ 등은 마케터들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하쿠호도 생활종합연구소 지음 | 하쿠호도제일 옮김 | KMAC 펴냄 | 1만4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5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