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국내 첫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 치료제 상용화를 앞두고 사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국내 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한미약품 비만약의 강점이 주목된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올 하반기 GLP-1 계열 비만 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최근 국내 증권사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진행하는 등 사전 홍보 작업에 한창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해당 IR에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생산할 예정인 경기 평택 바이오플랜트의 강점을 소개하고 글로벌 공급 체계 전반을 설명했다. 마운자로와 위고비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후발주자로서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 상용화 시 주요 마케팅 포인트로 한국인 맞춤 비만약을 내세울 전망이다. 한국인을 중심으로 임상을 진행한 만큼 한국인에게 적합한 비만 치료제는 에페글레나타이드라는 점을 강조하는 게 핵심이다.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외산 비만약은 서양인을 중심으로 임상을 진행했으나 한미약품은 한국인 448명을 대상으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임상 3상을 설계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국인 대상 임상에서 체중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임상 3상 40주차 중간 톱라인 결과를 살펴보면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평균 체중감소율은 9.8%로 집계됐다. 특히 초고도비만이 아닌 BMI(체질량지수) 30 이하 여성의 체중감소율이 12.2%로 다른 집단보다 높았다. 최대 체중감소율의 경우 30%에 달했다.
에페 가격 10만원대 이하 예상…후속 제품은 '근육 증가' 초점
저렴한 가격도 에페글레나타이드 강점으로 거론된다. 병·의원과 약국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처음 처방받는 초기 용량 1개월분 기준 보통 20만~30만원대로 구입 가능하다. 한미약품은 아직 공급가격 정책을 확정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10만원대로 에페글레나타이드 초기 용량 1개월분을 구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생산인 만큼 외국산인 마운자로와 위고비 대비 물류비 등에 강점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에페글레나타이드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비만 치료제 대중화 속도를 앞당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미약품은 에페글레나타이드로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출한 뒤 후속 제품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후속 제품으로는 근육 증가형 비만 치료제 HM17321가 거론된다. 기존 비만 치료제의 주요 부작용 중 하나인 근육 감소를 예방하는 것을 넘어 오히려 근육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다. 기존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15~20% 수준의 체중 감량 효과가 있으나 감량 체중의 최대 40% 수준이 근육 손실로 인해 나타난다.
HM17321은 비만 동물 모델에서 지방량 감소와 근육 증가 효과가 동시에 확인됐다. 체중감소율은 최대 17.5%였다. 약력 등의 시험에서 근력과 근 기능 개선이 확인되며 단순 근육량 증가를 넘어 기능적 개선까지 구현되는 고품질 체중 감량 가능성을 내비쳤다. 한미약품은 현재 HM17321 임상 1상에 진입하는 등 추가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승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 하반기 에페글레나타이드 국내 허가 및 출시가 예상된다"며 "점유율을 20%로 가정하면 연간 매출 3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 HM17321 1상 SAD(단회투여) 결과도 발표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