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내 자동차 업계는 말 그대로 ‘격변의 한해’를 보냈다.
국산차 업계는 매년 큰 폭의 성장을 거듭하는 수입차업계에 내수시장에서 고전했다. 수입차 업계도 상황이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 미국에서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가 발발하며 수입차 업계를 이끌어온 ‘독일차=디젤’ 방정식이 뿌리째 흔들리는 상황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며 국내 업체들의 수출도 만만치 않았다. 세계 최대수출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의 성장으로 모든 글로벌 브랜드가 위축됐고, 신흥국경기 침체 및 통화가치 하락 또한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업계는 내수에서는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정책’과 ‘할인’으로, 수출에서는 ‘인센티브’를 통해 이런 위기를 극복했다. 이제 문제는 ‘내년을 어떻게 날 것인가’다.
◆개소세인하에 할인으로 버틴 2015년
올해 국내 완성차 시장의 가장 큰 키워드는 누가 뭐래도 ‘개별소비세 인하’다. 메르스 영향 등으로 침체된 내수시장을 살린다는 목표로 지난 8월말 시작된 개소세인하정책으로 9월~11월 자동차 업계의 내수 판매량은 대폭 늘어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11월 국내에서 등록된 자동차는 총 41만8616대로 전년 같은기간(36만1447대)에 비해 15.8%나 증가했다.
국내 수입차시장이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정도 규모의 내수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산차 업계도 내수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올해 1~8월 국산차 업계의 내수판매는 전년대비 4.4% 오른데 그친 반면, 9~11월에는 전년대비 18.1%나 성장했다.
수입차 업계 또한 개소세 인하정책의 수혜를 봤다. 올 1~11월 수입차 누적 판매는 21만9534대로 전년 동기 대비 22.5% 증가했다. 지난 10월까지 판매량만으로 전년도 전체 판매기록을 넘어섰다. 한국수입차협회(KAIDA)는 올해 판매량이 23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차 업계 또한 판매신장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올해 수입차업계는 유로6 도입으로 인한 재고를 떨어내야해 일찍부터 유로5 디젤모델에 대한 할인공세에 나섰다.
미국서 발발한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의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해야 했던 한해였다. 폭스바겐과 아우디는 ‘디젤 게이트’마저 대규모 할인으로 극복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10월 디젤게이트의 영향으로 판매량이 급감해 947대에 그쳤으나 60개월 무이자 할부와 대규모 할인공세를 실시해 한달만에 5배나 판매량을 늘렸다.
개별소비세 인하의 효과가 컸지만, 업체들의 신차 출시 노력도 내수시장을 키운 원동력이 됐다. 특히 ‘티볼리’를 앞세워 ‘내수 공략’에 나선 쌍용차가 주목받았다. 티볼리는 올해 11월까지 내수시장에서 3만9809대 판매를 기록했고, 12월 초순에 이미 4만대 판매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쌍용차 내수 전체 판매량의 절반에 달한다.
티볼리 외에도 호응이 좋은 신차들이 다수 출시됐다. 특히 ‘대형차 라인업’ 위주였던 메르세데스-벤츠가 A클래스 등 소형~중형 차급의 차종을 크게 늘려 젊은 소비자들을 공략한 점이 눈에 띈다. 또 업체들은 기존의 모델에 다운사이징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새로운 엔진들을 탑재해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개소세인하’의 도움을 받은 내수시장과 달리 올해 수출시장에서의 어려움은 컸다. 특히 현대‧기아차는 주요 수출국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현지업체들의 ‘강공’에 위축됐고 쌍용차는 최대 수출국인 러시아 시장의 경기침체와 통화가치 하락으로 판매를 전면 중단하는 등 큰 위기를 겪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시장에서도 '엔저' 등으로 판매 부진을 겪자 역시 차량 구매자에게 돌아가는 인센티브를 올리며 '제값 받기' 기조를 포기해야 했고 다른 브랜드들이 철수한 러시아 시장에서는 ‘버티기’에 나섰다. 르노삼성과 한국지엠은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닛산 로그와 오펠 칼 등의 위탁생산으로 수출량을 사수하기 급급했다.
◆올해 ‘땡긴’ 수요… 내년이 문제네
이제 문제는 내년이다. 개소세 인하정책은 실시할 때부터 ‘미래의 수요를 끌어오는 데 그치는 단기적인 대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올해 개소세 인하 정책으로 늘어난 내수수요는 사실 내년의 수요를 미리 가져오는 것에 그친다는 것.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개소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는 내년 자동차 시장 상황이 올해보다 나빠질 것으로 본다. KAMA는 올해 자동차 판매 대수를 180만대로 추정하고 내년에는 이보다 2.8% 감소한 175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국산차의 판매량이 감소하는 반면 수입차는 7.7% 가량 판매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 FTA로 인해 1월부터 기존 4%인 미국산 승용차 관세가 철폐되고 7월부터는 1.3%이던 유럽 승용차 관세도 철폐되면서다. 이에 따라 수입차의 점유율은 16%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KAMA 관계자는 “개소세 인하 종료와 가계부채 부담 등으로 국산차와 수입차 모두 판매성장률이 감소할 것”이라며 “국산차는 올해보다 판매가 다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수입차는 중소형 수입차 판매증가의 영향으로 소폭 성장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AIDA 측은 내년도 판매 예상치를 올해대비 8.5% 증가한 25만대 정도로 예상했다.
판매 감소가 예상됨에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새로운 모델들로 들썩일 전망이다. 완성차 5개사에서 출시하는 신모델만 11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특히 현대차의 아이오닉, 기아차 니로, 한국지엠 볼트 등 친환경 전용모델들이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정책에 맞춰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입차 업계에서도 다수의 친환경차들을 앞다퉈 들여올 전망이다
다만 수출은 올해보다 상황이 나아질 전망이다. 세계자동차수요가 증가하는 추세고 FTA로 인한 관세인하와 신모델 투입 등이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KAMA는 올해(300만대 추정)보다 1.0% 증가한 303만대의 차량이 수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엔화가치가 하락하며 일본업체와는 더욱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