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저수지의 개들>, <펄프 픽션>, <킬 빌> 시리즈 등으로 주목받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그의 여덟 번째 작품 <헤이트풀8>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이전 작품이 시간 순서의 자유로운 배열을 보여줬다면 <헤이트풀8>에서는 일직선으로 이어지는 수평적 시간을 통해 8인의 주인공들이 산장에 모이듯 한 곳으로 집중되는 간결하고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를 채택했다.
<헤이트풀8>은 비밀을 감춘 채 눈보라 속에 갇힌 8인이 누군가 벌인 독살을 시작으로 각자의 속내를 드러내며 벌어지는 광기의 하룻밤을 그린 작품이다. 인물들 간의 관계가 숨겨진 비밀로 얽히고 설켜있어 완벽한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여기에 ‘타란티노 스타일’로 손꼽히는 위트 넘치는 수다와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도 촘촘하게 짜여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쉬지 않고 쏟아내는 대사 속에 8명의 캐릭터 간 관계와 그들이 감추고 있는 비밀을 숨겨둬 관객들의 허를 찌른다. 또 하나 감독이 신경 쓴 부분은 바로 계절적·공간적 배경. ‘스노우 웨스턴 서스펜스’라는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만큼 감독은 영화 속 풍경에서 눈을 항상 배치한다.
특히 온통 눈으로 뒤덮인 새하얀 설원을 고스란히 담아내기 위해 <벤허>에서 사용된 울트라 파나비전 70으로 촬영을 진행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광활한 설원으로 펼쳐진 숨막히게 아름다운 미장센은 스토리와도 맞닿아 있어 단순함이 가져다 주는 파괴력을 느낄 수 있다.
타란티노 감독만의 쾌감 넘치는 액션 장면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설원에서부터 켜켜이 쌓인 긴장감은 모든 캐릭터가 모이는 산장에서 폭발하며 그 진가를 드러내는데 전작들에 비해 난폭함과 잔인함은 줄어들었지만 특유의 묵직한 액션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건 여전하다.
레드락 타운으로 죄수를 이송하던 교수형 집행인은 설원 속에서 우연히 ‘현상금 사냥꾼’, ‘보안관’과 합류하게 된다. 그리고 거센 눈보라를 피해 산장으로 들어선 4명은 그곳에 먼저 와있던 또 다른 4명, 즉 연합군 장교, 이방인, 리틀맨, 카우보이를 만나게 된다. 큰 현상금이 걸린 죄수를 호시탐탐 노리는 이들에게 교수형 집행인은 경고를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참혹한 독살 사건이 일어난다. 각자 숨겨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서로를 향한 불신이 커져만 가고 팽팽한 긴장감 속에 증오의 밤은 점점 깊어지는데….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1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