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는 아니라도 이론은 왕왕 깨진다. 현실검증에서 자유로운 학문세계의 이론일수록 그렇다. 이론적으로는 명쾌한 논리를 가졌어도 매한가지다. 심리와 유동성이 혼재된 채 가치와 가격 사이를 오가며 합리적 이성을 거부하는, 요컨대 투자시장 참가자라면 이론에 매몰돼선 곤란하다. 이론만 좇다가는 배신당하기 십상이다. 길게 봐서는 몰라도 방망
이가 짧은 선수라면 단기적인 휘둘림에 매몰돼서 안되는 이유와 같다. 그 대표적인 투자지표가 환율의 변동흐름이다.
<환율의 미래>에서는 환율을 분석한다. 후반부에서는 주요통화의 환율전망까지 다룬다. 시시비비를 떠나 요즘처럼 환율변수가 중대해진 상황에서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됨직하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회복을 위한 환율갈등에 G2 및 유럽·일본까지 가세해 국제전으로 비화되는 상황이라 상당부분 지적 갈증을 풀어줌직하다. 특히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한국적 시선이다. 그간 환율을 다룬 책은 대부분 미국·중국·일본 등 볼륨이 크고 지명도·안전성을 갖춘 통화가 중심이었다. 그런데 이 책은 주어가 한국원화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으로서는 환율변동의 영향력이 지대하다. 경제구조 자체가 대기업·제조 중심이다 보니 그 수요기반인 해외시장, 특히 선진국의 경기상황에 쥐락펴락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간의 환율 결정변수와 논리회로를 설명한 책은 경화(hard currency) 위주로 다룬데다 그나마도 대부분이 외서였다. 원화의 가격변동을 이해하는 논리도 주류경제학이 추종하는 이론적 틀에만 의존했다. 하지만 이 책은 다르다. 앞으로의 환율변동을 예측하는 지표로 경상수지를 1순위에 올린다. 환율이란 게 실물과 금융차원에서 방향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를 경상수지의 증감여부로 설명하면 깔끔해지기 때문이다. 즉 ‘경상수지=저축-투자’의 논리로 바라보자는 의도다.
위기이자 기회라는 부제처럼 책은 주요 국가의 환율예측을 조심스레 담아냈다. 달러화는 앞으로 2~3년 강세를 보이다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위안화는 기축통화의 조건을 갖추지 못해 앞으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으로, 엔화는 오래간만의 정책효과로 약세가 이어질 걸로 내다본다. 한국에 외환위기가 재발할지에 대해서는 적어도 5년은 그 가능성이 제로라고 본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는 가능해도 결국엔 환율변동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봐서다. 외환보유고의 지지도 위기재발의 확률을 낮춘다.
이 책의 장점은 친절하다는 데 있다. 설명이 딱딱하지 않고 논리비약이 없다. 또한 가독성과 이해성을 높이고자 다양한 편집적인 노력을 곁들였다. 박스편집을 통해 생소한 개념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다양한 그래프·테이블로 논리적 설명을 뒷받침한다. 더불어 각종 통계정보에 접근하는 방법과 이를 입맛에 맞게 요리하는 노하우까지 알려준다.
홍춘욱 지음 | 에이지21 펴냄 | 1만5000원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42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